최광림(객원논설위원)

 

 

국민 대다수의 지지로 새 정권을 창출했다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3개월이 됐다. 5년 임기를 가정한다면 고작 20/1을 소화한 셈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상황에서 미비한 국정문제를 들추어 섣불리 결론짓고 비판과 성토를 일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다만 머리글에서 제기코자 하는 문제는 사상초유 전폭적인 지지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고 입버릇처럼 떠들어대는 MB 정권의 신학기 성적표가 겨우 이 정도라는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사회 구석구석, 민심의 어느 곳을 눈 씻고 둘러보아도 현 정권에 우호적인 제스처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권이양과 집권초기 보편적 딜레마로 치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다수의 난관과 고통을 분담하더라도 그것이 일시적이고 치유 가능한 목적적 가치를 내재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분명 희망이고 행복한 고통일 수 있다. 하지만 다수가 침묵하고 좌절과 상실감이 난무하는 작금의 사회현실은 허탈하다 못해 분노의 도미노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청와대가 출범초기부터 부상한 잇따른 인사파동과 전국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조류독감,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등으로 현 정권에 대한 불신과 비판여론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핵심공약으로 내건 한반도 대운하 추진에 대해 가급적 언급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반대여론에 밀려 운하추진계획을 보류하거나 미룰 경우 사업추진의 난제가 누적되고 현 정권 임기 중 완공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정면돌파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효율성이나 현실적 측면에서 부적절한 대운하 계획을 다시금 표면으로 부상시키는 데는 부산과 경남, 대구시 등 낙동강 수계 광역자치단체들의 운하사업 조기 착공요구도 추진계획 변경의 원인으로 한 몫을 했다.

여권 핵심부가 대운하 추진에서 한 발짝 물러나 4대강 재정비로 가닥을 잡았지만 현 정부가 지난 4월 총선 직전 폐지했던 국토해양부의 ‘국책사업지원단’을 최근 들어 부활시킨 것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는 정책적 암시다. 국민 대다수의 반대여론이 압도적으로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운하 건설을 재추진하겠다는 MB의 의지는 가상하나 이는 민심을 외면한 오만과 독선의 반증이다.

MB와 현 정권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우선 4대 강 재정비 사업으로 대폭 축소하고 올 하반기 본격적인 대국민 홍보사업에 착수키로 한 것은 다수의 전문가들이 운하의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물 부족이나 홍수·환경파괴 등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물 관리·이용, 즉 치수라는 방패막이를 친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바로 지금부터다. 물류를 앞세운 대운하 추진이 벽에 부딪치자 물 관리를 내세워 4대강 재정비로 급속 선회했다. 여기까지야 대국민 홍보나 정책의 타당성을 앞세워 실현가능한 사업으로 추진 될 가능성은 있지만 가정을 전제로 부정적인 물류가 물 관리를 거쳐 다시 물류로 환원되는 정반합의 음모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필자의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는 김이태(46)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의 '대운하 양심선언'이 메가톤급으로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현실은 이병박 정권의 어두운 내일을 감지케 하는 대목이다. 고집스런 대운하 건설추진을 필두로 광우병에 노출된 미국산 쇠고기의 무차별적 수입개방과 만연된 조류독감, 일본 교과서에까지 기술되는 독도 영유권 주장, 주변국들의 역사왜곡, 남북관계 경색과 굴욕외교, 정권타도 분신 등으로 안팎에서 불어대는 탄핵바람과 연이은 촛불집회와 가두시위는 국가의 존립기반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판에 박은 담화나 사과가 다 무슨 소용인가, 안될 말이지만 저간에 회자되고 있는 ‘노무현만큼만’ ‘노무현의 반만큼만’이라는 우스갯소리를 가볍게 흘릴 수 없다. 정치적 소신이나 명분, 의지나 집착도 다 좋다. 다만 민심에 귀 기울이고 이를 헤아릴 줄 아는 대통령, 국민을 위한 대통령으로 되돌아오길 모두는 간절히 원하고 있다. 아니 사람값 빼고 다 올랐다는 흉흉한 민심에 이제 대통령이 화답 할 차례가 왔다.

(외부 원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저작권자 © 정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