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에서 가장 행복한 공간을 어디일까요?

정읍에서 가장 행복한 공간은 어디일까요? “정읍사람들이 정읍 땅 중 어디에서 휴식과 위안을 얻을까요”라는 질문이 되겠지요. 대답을 하는 데 그리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 정읍 땅 중에서 정읍 시민들의 마음에 와 닿는 행복감을 주는 곳은 내장산 물을 받아 정읍 시가지를 길게 가로지르며 우리 들판의 젖줄 동진강으로 흘러들어 서해에서 몸을 푸는 정읍천 입니다.
지리적 공간으로 정읍천은 우뚝 솟다 끝나거나 경계선을 그으며 다른 선으로 이어지는 산들과는 달리 정읍의 시작과 끝을 가로지르는 공간입니다. 우리가 정읍에 발을 딛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마주치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정읍천을 차창 밖으로 보면 ‘그곳이 거기에 있다’ 정도밖에는 마음에, 영혼에 파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일단 편한 운동화로 갈아 신고 신발끈을 묶은 다음 천변에 내려썼을 때 정읍천은 새로운 존재로 압도해 옵니다. 일단 그곳에 내려서면 내 존재는 작아지고 좁은 또랑물 같이 느껴졌던 강물이 도도하게 저와 겨루면서 천변을 따라 걷는 제 옆구리 한쪽을 압박합니다. 제가 비로소 강의 품에 안긴 것이지요.

정읍천은 정읍의 모자이크

천변에 운동하거나 산보 나온 사람들은 남녀노소 각양각색만큼이나 복장도 다양해서 정읍 사람들의 개성을 온전히 느끼게 만듭니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손에 장갑까지 낀 채 나란히 손을 잡고 나온 노부부의 모습에서 다복한 인생을 부러워 해봅니다. 펑퍼짐한 몸매의 중년 부부에게선 둘이 함께 나선 다정함을 추측해 봅니다. 다소 불편한 몸으로 한발 한발 내딛는 어르신들과 마주치면 생명의 에너지를 유지하려는 노력에 경이로움을 표해 보기도 합니다.
천변에는 혼자 나온 사람들도 많이 눈에 띕니다, 그들은 혼자라는 사실에 개의치 않을 뿐 더러 천변의 인파 속에서 혼자만의 느낌을 음미하는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정읍 어느 곳에 간들 이렇게 혼자라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즐길 수 있을까’ 반문해 봅니다. 혼자 있어도, 아니 혼자이기에 더욱 오롯한 곳, 바로 정읍천변이라서 그렇습니다.
죽림교와 샘골다리 사이에 빨래터가 있습니다. 그곳엔 지하수가 흘러나오고 빨래터 안에 메기가 살고 있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천변 인근에 사는 할머니 두 세분이 애용하는 그곳엔 “빨래 금지”를 알리는 푯말이 버젓이 서 있습니다. 열심히 빨래를 비벼 빠는 할머니들 옆으로 한 중년 남성이 다가갑니다. 그리고 할머니들의 빨래가 강을 오염시킨다며 일장 훈계를 합니다. 그 소리에 항의 한번 못하는 할머니들의 고개가 점점 더 수그러듭니다. 대답 없는 메아리에 힘이 빠진 남자는 할머니들의 ‘이기심’을 다시 한 번 강조한 후 사라집니다.
정읍천변에서 만나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접하면서 이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길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상념은 정치란 무엇인가란 생각으로 빠져듭니다. 정치란 공동체의 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라든지,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당파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정권을 잡아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과 결과라든지 정치에 대한 여러 정의가 떠올랐다 사라집니다. 중앙에서의 정치적 맥락과 광역자치단체에서의 맥락, 정읍 같은 중소도시에서 정치의 본질은 같으나 그 맥락은 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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