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땅, 정읍

<하재성 (정읍신문객원논객)> (주)정읍신문l승인2013.09.27l수정2015.03.3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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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재성
(주)정읍신문


'온 몸의 힘을 빼라'는 멘트는 최면요법에서 꼭 필요합니다.
명상,마음수련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기,기공수련이라 일컫는 수련에서도 절대 중요합니다. 전통무예를 익히는데 있어서 높은 공력은 온 몸의 힘을 얼마나 잘 빼느냐에 달려있다고 고수들은 한결같이 주장합니다. 도대체 왜 힘을 빼라는 것인가. 온 몸의 힘을 빼도록 강조하는 것은 경직된 근육을 이완시켜 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부드러움에서 강한 힘이 나온다는 것은 기와 관련한 수련을 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침,뜸,부항,수기요법 등 치료행위에서도 환자의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정신의 힘을 활용한다는 마인드컨트롤에서는 힘을 뺄수록 이완이 잘 되어 잠재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알파파로 뇌파가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공부하는 학생은 물론 정신집중을 통해 목적달성을 꾀하는 모든 행위의 싯점은 온 몸의 힘을 빼는 것입니다. 누워있으면 힘이 잘 빠질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도 않다는 사실은 해 본 사람들은 잘 압니다.

내 고향 정읍. 타향살이 십 여년이 되어갑니다. 때로는 1년에 몇 차례씩 가 보기도 합니다. 뭔가 할 일이 있어서 갔다 바로 올라올 때는 민감하게 느끼지 못합니다. 몇 년전에 백학농원에서 할 일없이 쉬어간다는 기분으로 며칠을 묵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머릿속도 복잡하며 풀어야할 난제도 많아 고민을 해야만 하는 시기였지요. 그런데 시간가는줄 모르며 고민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답니다. 그때 관찰을 해 보았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이후 정읍을 갈때마다 느낌을 관찰합니다. 묘하다는 느낌은 그때마다 듭니다. 느슨해집니다. 서울생활에서는 기운 자체가 느슨함이 적습니다. 그런데 정읍에 가 있을때는 긴장이 풀어집니다. 할 일의 목록을 적었지만 그 목록 자체를 잊게 됩니다. 정읍에서 사는 친구들은 말합니다. 정읍에 대해 '특별히 되는 일도 없지만 안 되는 일도 없다'는 표현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표현입니다. 이는 정읍 땅의 기운을 말하는 것입니다.

몇 년전에 어떤 사람은 정읍 땅에 대해 신기한 점이 많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인구비례 약국,병원,한의원은 물론이고 전통의술인들의 활동이 많다고 합니다. 왜 같은 약재를 정읍에서 사면 훨씬 좋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합니다. 기수련을 하는 사람들에게 정읍땅의 그런 기운에 대해 말하면 즉시 다녀옵니다. 그리곤 감탄합니다. 지리산,계룡산 등 명산으로 알려진 땅을 밟았을 때보다 훨씬 포근하게 느껴진다고들 합니다.

치유의 땅 정읍. 다양한 사람들의 체험담을 모아보면 '정읍은 치유의 땅'이라는 결론이 됩니다. 온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포근한 기운이 감돕니다. 진행형의 체질도 멈춤으로 이어집니다. 그러기에 정읍의 발전에 대해 '되는 것도 없지만 안되는 것도 없다'는 식으로 표현하는가 봅니다. 진행형이라 함은 복잡한 삶의 직선형을 말합니다. 오직 앞으로 나아간다는 강박관념도 작용을 합니다. 멈춤이라함은 직선적 사고방식에 따른 강박관념이 사라진다는 것이지요.

정이 많습니다. 정 많으면 손해본다는 생각에 젖어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입니다.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보살펴 주려는 마음이 절로 일어납니다. 도시생활에 젖었던 사람들이 정읍에서 살림을 시작하면 경계심이 발동합니다. 따뜻한 인정을 갖고 도와줄 것이 없는지 살피러 온 이웃에 대해 경계하는 마음이 자동으로 일어납니다. 그런 사람도 몇 년을 살다보면 어느새 자신이 그렇게 변해있지요.

실제 암 말기로서 삶을 포기한 사람들이 죽을 마음으로 정읍땅에서 살다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몇 년이 흘러 버립니다. 암환자라는 딱지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읍에 살 적에는 단순하게 여겼는데 지금 생각하면 충분히 공감합니다. 십 여년전에 슈타이너의 생명농법을 깊이 연구한 학자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가끔 떠오릅니다. 왜 귀한 땅에 농약을 뿌리며 벼농사를 짓느냐는 것이지요.

정읍 땅 전지역에 약초를 재배하면 농가소득은 월등히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행정에서 적극 나서서 지질 및 기후조사를 통해 적합한 품종을 선택해서 돈 되는 약초재배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시행정이 아닌 지속성있는 농정을 펼쳐야 한다며 아쉬워하는 그들의 모습이 선합니다. 옹동농협에서 지황을 재배한다며 말했더니 기뻐합니다. 자기들과 전혀 관계도 없는데도 마치 자기들의 고향처럼 좋아합니다.

건강센터,쉼터,휴양원,수련센터 등 건강과 관련된 시설을 갖추면서 더 나아가 의료관광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정읍땅의 특성에 잘 맞는 도시설계를 하면 어떨까요? 무분별한 개발이 아닌 친환경적 개발을 하면 좋겠네요. 십 여년전에 에코뮤지엄을 강조했던 교수님의 말씀이 가끔 떠오릅니다. 진실로 시민의 삶을 염려하는 행정의 수장이 나온다면 당파싸움의 늪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백년대계를 기획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십 수년전에 카이스트 선임연구원이었던 모 교수님이 나사에서 촬영했던 사진자료를 보여주며 정읍,고창의 넓은 지역에서 방사되는 에너지는 정말 독특하다며 부러워하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정신수련에서 강조하는 이완을 쉬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은 정읍땅에서 며칠만 묵다보면 체험하게 됩니다. 치유의 땅 정읍에 세계각지에서 찾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면 정읍의 해원,상생,보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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