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데카브리스트’에 대한 상념

이준화l승인2014.01.02l수정2014.01.0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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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철 (전 정읍시청 국장)

이제 계사년 2013. 12월 끝자락에 있다.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깊은 상념에 빠져본다. 1825년 12월26일 추운 겨울에 조국의 앞날을 위하여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광장에 모인 젊은 혈기가 충만한 ‘데카브리스트’들이 떠오른다. ‘데카브리스트’는 영어로 12월인 디셈버(December)의 어원과 비슷하게 러시아어로 ‘12월의 사람들’을 뜻하는데, 프랑스 나폴레옹전쟁에 참가한 러시아 귀족 청년장교들을 말한다. 귀족출신의 청년장교들은 차르 니콜라이 1세의 즉위식 날 충성맹세를 거부하고 전제정치의 근절을 위해 광장에 모인 것이다. 그들은 나폴레옹 전쟁시 프랑스군을 격파하고 파리까지 입성하게 되는 과정에서 풍요롭고 자유로운 유럽사회의 품격높은 문화를 느끼면서 조국의 낙후된 현실을 타파하고자 거사에 나섰던 것이다. 결국은 미완의 거사로 막을 내리게 되었지만 훗날 러시아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즉 데카브리스트들은 귀족의 특권과 보장받은 입신출세의 길을 버리고 조국 러시아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였던 것이다 . 유명한 러시아 시인 푸시킨의 시에 등장하여 널리 애송되고, 뜻있는 지식인들 사이에 본 받아야 할 귀감으로 여겨지면서 러시아역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대표작 소설인 ‘전쟁과 평화’도 프랑스의 나폴레옹과 자신의 조국인 러시아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 전쟁과 일상, 호화로운 귀족생활과 궁핍한 농민들의 상반된 사건들을 대비하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개인적인 무력감과 허무함, ‘나타샤’ 라는 여인을 중심으로 발콘스키와 피에르의 두 인물이 바라보는 비관적인 진지함과 낙관적인 이상사이에서 느껴지는 인간적인 고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들은 결국은 ‘데카브리스트’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전쟁과 평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안드레이 발콘스키공작은 ‘데카브리스트’인 세르게이 발콘스키를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사에 실패한 ‘데카브리스트’들은 몹시 추운 시베리아로 유배를 당하게 되는데, 발콘스키공작도 유배를 당하게 된다. 후에 그 부인도 영화로운 귀족의 특권을 버리고 남편을 찾아 머나 먼 시베리아로 사랑의 고난의 길을 걷는다. 이 발콘스키공작의 부인이 실제 톨스토이 숙모로써 많은 영감을 받아 더욱 사실감 있게 이 소설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유시민 교수의 ‘청춘의 독서’라는 책에는 ‘데카브리스트’에 대해 의미있게 표현하고 있는 글귀가 있다. “데카브리스트의 반란은 세계역사에서 달리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철없는 청년들의 고귀한 반란’이었다. 인간의 존엄성과 문명의 진보에 대한 신념, 낙후하고 퇴락한 조국 러시아를 살리겠다는 애국심, 체제를 전복하는 사업에 얼마나 큰 위험이 따르는지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순진무구함, 전제왕정과 계급제도의 최대 수혜자이면서 반기를 든 아름다운 자기부정, 데카브리스트의 비극적 최후는 이런 요소들이 버무러진 역설의 미학과 인간정신의 위대함을 실제상황으로 보여 주었다”라고.

12월, 창밖의 더욱 눈발이 세게 내리고 있다. 눈발사이로 떠오르는 ‘데카브리스트’들의 생각과 함께 난 잠시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갈등들을 되새겨본다.
- 보수와 진보와의 이념적인 갈등, 갑과 을의 법적인 갈등, 풍요와 빈곤사이의 경제적인 갈등, 복지에 대한 세대적인 갈등 등등 -
소설 ‘전쟁과 평화’에서 보여주는 개인적인 도덕성의 성장과 긍정적인 인식이 모순으로 인한 사회적 부조화에도 역사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톨스토이의 믿음과 기득의 특권과 영화를 버리고 조국을 위해 희생한 ‘데카브리스트’들의 위대한 인간정신을 말한 유시민 교수의 글이 내 머릿속을 새삼스럽고 충만하게 느끼게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사회에 놓여있는 여러 가지 갈등들이 위와 같은 공감 속에 녹여 진다면 다가오는 시간, 2014 갑오년에는 더 나은 방향으로 해소되리라고 기대하여 본다.

이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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