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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읍신문



시민들 고통 커져 가는데
정읍시 “TNR 예산 없어”
 

회사원 김소은(29,여,정읍시 상동) 씨는 밤에 잠들기가 무섭다. 밤마다 우는 길고양이 소리 때문이다. 아이 울음 소리와 같은 고양이끼리 싸우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기도 한다.
김 씨는 “언제 고양이가 울까 가슴을 졸이며 잠을 자게 된다”며 “집 주위에 사는 길고양이를 쫓으려고도 했지만 오히려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분들이 있는 것을 보고 이마저도 포기했다. 이사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호소했다.
길고양이들로 인한 피해가 점차 극심해지는 가운데 시 차원에서도 별다른 방도가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시민 간에는 길고양이를 퇴치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동물 학대라며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반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고양이를 없애자’라는 주장을 하는 시민은 대부분 길고양이로 인해 피해를 당하고 있었다. 한밤중의 고양이 울음소리를 시작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거나 분변으로 냄새로 고통을 받는다는 것.
주택의 경우 더 심했다. 밖에 널려 있는 빨래나 말리고 있는 채소류를 망가뜨리는가 하면 검은색 승용차에 발톱으로 흠을 내기도 했다.
길고양이가 몸집이 작은 아이를 위협하는 경우도 있었다. 송하준(8, 정읍시 장명동)군은 “엊그제 집을 가다가 새끼와 어미 고양이가 있는 골목을 지나가는데 어미 고양이가 몸을 세우고 사나운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며 “너무 무서워서 다시는 그 골목을 가지 않을 것이다. 길고양이들이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동물 애호가들은 길고양이를 없애는 것 자체가 어려우므로 인간과 함께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영역동물인 고양이는 일생을 자기 영역을 지켜 사는데 한곳에서 개체가 사라지면 다른 영역 고양이들이 다시 이 자리를 찾아와 개체 수가 오히려 증가하는 ‘진공효과’가 발생한다. 안락사가 길고양이 문제 해법의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캣맘들이 먹이를 주며 돌봐주는 것 역시 길고양이의 개체 수가 늘기 때문에 해결 방안이 되기는 어렵다. 야생에서 자란 길고양이를 길들이는 것도 상당한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해 입양 역시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에 ‘중성화 후 방사(TNR)’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는다. TNR은 고양이의 무분별한 번식을 막고 고양이가 원래 살던 영역으로 돌아가 건강히 제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잡아서(Trap) 중성화 수술을 한 뒤(Neuter) 돌려보내는(Return) 사업이다.
마이펫 동물병원 정종욱 원장은 “죽이는 것은 동물보호 차원에서도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다른 시에서 이미 실행하고 있는 TNR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연지주공아파트에서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던 윤모 씨는 “이렇게 귀엽고 애교 많은 고양이들을 어떻게 안락사 시킬 수 있나”며 “중성화수술도 개인이 부담하기에 높은 가격이다. 시 차원에서 중성화수술을 시켜주면 좋겠는 데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 역시 길고양이 민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양이 한 마리를 중성화수술 시키는 데 15만 원 이상으로 시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엔 너무 큰 가격이라는 것.
실제 대도시에서는 동물보호협회의 후원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성공적인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성공 사례로 꼽히는 서울시 강동구의 경우, TNR 사업이 확정되고 급식소 제작이나 사료 공급에 구의 예산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현재도 지역 캣맘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읍시 축산과 관계자는 “길고양이 문제는 가장 큰 딜레마 중 하나”라며 “길고양이가 한두 마리가 아니라 예산을 크게 잡아야 하는 사업이므로 도에서 조례사업으로 정해줘야 실행 가능하다. 지금은 크게 피해를 보거나 민원이 들어오는 곳에 가서 길고양이를 잡아오는 등 소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솜 프리랜서 기자/ 정읍신문 기획탐사보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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