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종 상 (정읍시 정우면사무소 부면장)
(주)정읍신문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이 임박하던 때인 1992년 정부에 내줄 농업정책 자료를 작성하느라 밤샘작업을 했다.
작업에 참여한 공무원들이 여러 날 같이 고생했던 터라 돈독해진 동료애로 ‘UR회’라는 모임체를 결성하여 한동안 친목을 다지며 당시 힘들었던 날들을 회상하곤 했다. 필자는 농민들의 시름을 더는 뜻에서 즐겨 마시던 커피마저 끊었다.
UR협상은 최초 쌀 개방을 결정짓는 협상이라 정부도 바짝 긴장하고 있었고 전국의 농민단체,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이 연합하여 ‘우리 쌀 지키기(UR반대) 범국민 비상대책회의’를 출범시키고 대대적인 시위에 돌입했었다.
농산물시장을 개방할 경우 국제경쟁력이 없는 기초농산물의 피해가 극심하여 농업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컷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주된 산업은 수출주도형 산업인 공산품 생산을 위한 제조업 위주로 발달하였고 농업이 낙후된 기형적인 산업구조를 가졌다.
농업은 정부의존도가 높아 농업지원 정책이 획일적이고 하향식 지원이 되다보니 시행착오가 거듭돼 농산물의 과잉생산 등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고 농산물가격이 불안정해 농업소득이 줄어들고 농가부채가 늘어나는 추세가 지속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같은 생각이지만 유럽의 농업선진국처럼 농산물 생산자단체가 농산물의 생산량을 조절하고 농산물가격의 결정권을 갖는 농업시스템이 구축되면 농산물의 수급안정과 농산물가격이 안정되어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고 특히, 국내 농산물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는 수입농산물에 대한 대항력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농업지원기관으로 농협이 있어서 당연히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기대했다. 왜냐면 농협의 설립목적이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 함’에 있고, 농협중앙회의 농업경제사업은 ‘회원을 위한 구매․판매․제조․가공 등의 사업’, ‘회원과 출자법인의 경제사업의 조성, 지원 및 지도’, ‘산지 유통의 활성화 및 구조개선사업’ 등으로 내심 농협중앙회가 농가소득증대와 농협 성장을 도모하는 윈-윈(win-win) 성장전략을 구사해 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농협중앙회는 상호금융사업에 치중하는 원톱(one top) 경영전략을 펴 지역조합이 방만한 경영을 해오다 구조조정이라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최근 정읍시금고 선정에 참여한 농협중앙회 정읍시지부가 탈락했다. 정읍시금고가 바뀌면 시민들이 불편할 것이라고 주장을 폈는데 이는 농협이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설득력이 없는 주장으로 경쟁사인 (주)전북은행 보다 정읍시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고 보면, 농협이 ‘땅 집고 헤엄치는 경영만을 꾀하려 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회원인 지역조합의 조합원을 동원하여 대규모 집회를 열어 마치 정읍시가 농업․농촌말살정책을 펴는 것처럼 호도하고 법원에 ‘본계약(금고계약) 체결금지 가처분신청’을 하는 행태는 시금고 탈락의 책임을 정읍시에 떠넘기려는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농협중앙회 정읍시지부는 자사의 실책으로 빚어진 정읍시와 심의위원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키고 사태를 수습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물은 트는 대로 흐른다.’ 했다. 농협중앙회는 우리나라가 미주, 중국, EU 등 여러 나라와 FTA체결로 우리 농업이 위기라고 판단되고 농촌경제의 심각성을 우려한다면 먼저 농업협동조합의 설립목적과 농협중앙회의 농업경제사업이 무엇인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농업과 농촌 그리고 조합원을 싣고 어디로 항해할 것인가의 항로결정은 전적으로 농협중앙회의 의지에 달린 것이다.

※외부 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저작권자 © 정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