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터미널
(주)정읍신문

“터미널이 아니라 미로 같아. 매표소 찾는 데만 한참이 걸리잖아.”
딸을 보려 내려왔다가 다시 인천에 가려던 김복순(69) 할머니는 매표소를 찾지 못해 허둥지둥하다가 기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표를 끊고 가시나 싶더니 할머니가 다시 왔다. “기자양반, 대체 인천 차는 어디서 타야 해?”
들인 비용에 비해 불편한 동선과 비효율적인 시설 등으로 지적을 받아오던 정읍시외버스공용터미널(이하 정읍 터미널)에 대한 시민들의 원성이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시 특성상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노인층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가장 큰 불만은 ‘어려운 동선’이다. 먼저는 매표소의 위치로, 가장 큰 문으로 들어와도 매표소가 보이지 않아 해매기 일쑤다.
또 마치 터미널이 두 개로 나눠진 것처럼 운영되는 부분도 큰 지적을 받고 있다. 버스 승강장도 두 개로 나뉜 데다 위치까지 달라 헷갈린다는 것. 두 개 중 비교적 큰 건물의 매표소에는 서울을 제외한 타지의 표를 끊을 수 있으나 막상 안산, 광양, 부산, 인천, 안양, 부천, 일산, 성남, 장성, 광주 등의 버스를 타려고 하면 보이지 않아 애를 먹는 승객들이 많았다. 버스가 같은 선상에 놓이지 않고 다른 쪽 건물과 가깝게 치우쳤고 버스의 목적지가 있는 안내판마저도 너무 높기 때문이다.
터미널 수용인원을 적게 잡은 탓에 매표소 앞이나 터미널 내 상가 앞에서 혼선을 빚는 불편도 적지 않다.
화장실 관련 휴지 부족이나 위생문제도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은 형편이었다. 최0현(46) 씨는 “매표소를 지나 대합실 방향으로 가다 보면 악취가 심하고 다방이 있는 터미널 2층에서는 전체적으로 화장실 냄새가 코를 찔러 인상을 구기게 하더라”고 토로했다.
물론 최근 화장실 수의 부족을 개선하기 위해 시는 야외 화장실을 건설해 이용객들의 편리를 돕고 있으며 버스 범퍼가 망가진다는 의견을 반영, 버스 승차장의 대기턱을 낮추기도 했다.
그러나 무작정 내린 대기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기존의 것과 높이가 맞지 않아 승객들의 불편이 있는가 하면 장애인들을 위한 바닥에 있는 점자도 실제 버스 타는 곳과 위치가 다르다는 것.
이 외에도 정읍 터미널 관련 문제들은 모두 노인과 장애인 등이 사용하기에 어렵게 돼 있으므로 약자를 외면한 결과라고 평을 받고 있다.
한 버스 관계자는 “노인들이 가장 어려워한다. 버스에서 내려도 한참을 걸어야 터미널이 나오고 시설 이용하는 것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터미널에서 개선해야할 점을 꼽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것 같은데, 이걸 시에서 승인해줬다니 기가 찬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캐노피 연장과 승하차장의 인도를 증축시키는 부분과 관련해서 터미널 측에 설계도를 가져오라고 한 상태다”라며 “다음 주나 설계도가 나오기 때문에 정확하게 무엇을 바꿀지는 말해주기가 어렵다. 매표소나 동선 같은 부분은 전면적으로 공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바꾸거나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읍 터미널은 1972년부터 39년째 운영되다 시비 16억과 사업주 자부담 4억 등 20억 여원을 들여 완공했다.
한편 본 기자는 터미널 사업자 측의 얘기를 듣고자 3층에 갔으나 책임있는 자를 만날 수가 없었다. 연락처를 직원에게 전했으나 아직까지 사업주 측의 연락은 없다.
<이솜 프리랜서 기자_20150115_12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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