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문화체육관광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전주화약일’인 5월7일을 동학기념일로 잠정 결정했다고 밝혔다. 물론 누구나가 인정할 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는 날이라면 환영하겠지만,지난 11년 동안 국가기념일 제정 협의 과정에서조차도 단 한차례 언급된 바가 없었던 날이라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먼저, ‘전주화약일’의 역사적 상징성의 문제이다. 농학농민혁명에 대한 여러 학술적 연구에서도 ‘전주화약일’은 집강소를 연구하는 과정에서만 언급되고 있다. 당시 청과 일본군을 몰아내기위해 동학농민군과 조선정부가 어쩔 수 없이 협의를 하였던 것으로,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화약을 맺었다는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국가기념일이 되기 위해서는 ‘전주화약일’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 작업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더욱이 기념재단에서 국가기념일로 정한 것은 단지 민간조직 단체들의 의견수렴일 뿐, 앞으로 문체부, 국회 차원의 검증절차가 남아있는 것이다. 지역이기주의를 언급하며 이미 확정된 것처럼 여론몰이를 해서도 안 될 것이며, 동학농민혁명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국민 모두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국가기념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제 더 이상 동학농민혁명이 단지 전라북도의 정읍시를 비롯한 몇 개 시군만에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동학농민혁명은 의병항쟁, 3.1독립운동, 4.19혁명, 그리고 5.18 광주민중항쟁에 이르는 우리나라 근대의 기점을 만들어낸 첫 발로서 근대 정신문화의 근간으로 범국민적 당위성을 이끌어낼 만한 의미 있는 자원이다.
그럼에도 전라북도와 정읍시에서는 이처럼 훌륭한 정신문화자원이 있음에도 여지껏 이를 간과하고 있었다.
자치단체간 무한경쟁이 진행되는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타 시도에서는 자신들이 비교 우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문화자원을 활용하여 새로이 독자문화권을 구축하고 이를 근거로 대형 국책사업과 대형 SOC사업을 발굴하여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지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왔지 않은가?
예컨대 경북은 이미 2000년부터 실체도 없는 유교문화를 바탕으로 안동, 영주, 풍기, 경주 등을 중심으로 유교문화권이란 독자적인 문화권을 구축하고 3조억원에 가까운 투자해 왔다. 또 경남은 신라, 가야문화권이라는 이름으로 수조원을 투자해왔는데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2021년까지 유교, 신라, 가야문화권을 함께 아우르는 3대문화권 벨트와 생테자연환경과 연계하여 영남권 국책사업에 총2조2천158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뒤질세라 충청권조차도 기존의 수조원이 투자된 백제문화권개발사업은 별론으로 치고, MB정부부터는 새로이 도청이 이전되는 예산과 홍성을 중심으로 내포문화권이라는 새로운 독자적인 문화권을 만들어 8천여억원을 투자해오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 전북은 어떤가?
이미 십수년 전부터 개발해오고 있는 충청권의 백제문화권에 익산이나 끼어넣고 영남권 가야문화권에 장수나 끼어 넣는 땜질식 처방, 즉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겠다는 발상에 머물렀지 않은가? 지금 전북이 그렇게 안일하게 대응해도 될 상황인가? 우리 도민들은 새만금 이후 대형 국책사업을 발굴하지 못해 얼마나 새로운 동력이 발굴되기를 갈망하고 있는 줄 아는가?
그러나 우리에겐 우리 고유의 민족종교인 동학이라는 이념적인 배경아래 세계 3대농민혁명의 하나이자 우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중행쟁인 동학농민혁명이라는 타 시도에서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블루오션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제라도 우리 전북과 정읍에서는 농민운동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동학농민혁명을 역사적으로 재조명하고 범국가적인 근대 정신문화자원으로 발굴하는데 앞장서고 아울러 동학을 근간으로 하는, 전북을 근간으로 하는 독자문화권을 구축하여 대형국책사업과 대형 SOC사업을 발굴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학이 몇몇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범국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전북도와 정읍시의 관심이 중요하다. 이제는 전북도와 정읍시가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이다.

(전북도의원 이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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