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봄날, 가장 바쁜 이들은 농번기를 맞은 농사꾼들일 것이다. 이 시기에 농가는 수확물과 함께 꿈을 키우며 고된 시기를 견딘다. 바쁜 때다보니 짧은 휴식이라도 최대의 회복이 돼야 하는데, 신태인 읍민들이 중첩된 피로를 풀기위해 찾아가는 곳이 따로 있다고 한다. 바로 신덕리 고산마을에 위치한 콩사랑 공동체마을(대표 조남순)이다.

▲ 청국장 한상 모습

고산마을 주민 20가구가 참여한 콩사랑 공동체 마을은 지난해부터 콩 생산, 제조, 가공, 콩을 이용한 음식 등을 만들어 판매해오고 있다. 마을 안에는 두부를 만드는 체험장 뿐만 아니라 1분 거리에 일체형 시설 콩 요리 식당과 찜질방이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이곳 찜질방을 이용해 피로를 풀고 든든한 식사를 통해 원기를 보충했던 것.

뜨끈한 청국장이 보글보글 끓는다. 청국장 안에는 버섯, 파, 두부 등 건강한 재료들과 이 지역의 특제 콩 된장이 첨가돼있다. 청국장이 향긋하다면 믿겨 질까, 맛은 정갈하고 깔끔했다. 청국장과 함께 나오는 산나물들과도 궁합이 잘 맞았다.

마을공동체 요리장인인 양양례씨는 “신태인에서 나고 자란 콩을 거둬들여 두부를 만들었다. 그리고 음식의 재료가 되는 이 된장에는 오가피, 오칠 갖가지 몸에 좋은 약재는 물론 삶은 나물 등을 재료로 만들었다”며 60일 숙성시킨 된장의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고산마을의 된장은 타 지역으로 판매되기도 하는 마을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이 된장으로 작년 메이플스톤 마을 공동체 공모 뿌리단계 심사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경쟁력을 인정받아 줄기단계를 통과, 3천만 원을 지원받았다.

▲ 포장된 된장이 현재는 얼마 남지 않았다

마을의 20가구는 콩 생산부터 가공, 제조, 콩을 이용한 음식 요리 등 전 과정에 한 부분씩 참여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 양양례씨는 콩가공의 장인으로 통한다. 그가 만드는 간장된장은 특히 일품이라고.

고산마을 양양례 장인은 “작년 안산 상록수 마을에서 관광차 한 대가 왔다. 두부 만드는 체험과 시식을 했다. 된장도 사갔는데 그 맛을 본 사람들이 지금까지 택배 신청을 한다. 그들 때문에 다른 시, 용인에서도 바자회 참여 품목으로 우리 된장을 요청했다”며 “다른 곳에서 고산마을의 콩과 가공품을 극찬하는 것을 보고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창고에 가득 찼던 된장은 거의 판매되고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이 마을공동체는 된장의 원료인 메주를 1500개가량 만든다. 그러다보니, 마을 주민들의 콩 수확물로는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까지 콩을 구매하고 있다고.

▲ 콩을 불리고 있다

양양례 장인은 “이 근방에 콩밭이 많은데 어르신들이 농사를 지어 멀리 나가서 팔기 힘들어한다. 우리가 kg당 4천원으로 보통 시세보다 500원 더 비싸게 사들이니 좋아하신다. 콩의 품질이 워낙 좋다. 정읍시에서 농산품 바자회를 했을 때에도 고산마을 된장 반응이 으뜸이었다”고 지역 콩에 대한 애착을 내비쳤다.

고산마을은 주민들 자발적으로 협심해 콩을 구매하고, 두부제조기계를 사들이는 등 기반을 닦아 마을사업체를 세웠다. 소득보다 마을 주민의 화합에 의미를 두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시작한지 1년이 되는 현재, 순이익이 4~5천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 조남순 마을 대표가 직접 두부를 만들고 있다

마을의 이장직을 겸하고 있는 조남순 마을 대표는 “어르신 대부분이 홀로 살아가는데 이렇게 공동체로 마을을 가꾸는 사업을 하다 보니 만남의 기회가 많아지고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게 됐다. 소득보다도 마을 주민들이 외롭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금이 어느 정도 모아지면 고산마을 경로당 부지를 구매할 생각이다.

조남순 마을 대표는 “현재 경로당을 대신해 마을주민들이 식당으로 모이게 된다. 이들이 소통할 적당한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다. 마을 사람들과 합심해 열심히 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고산마을의 콩 요리는 깨끗하고 정갈하다. 정읍시를 넘어서 전국을 사로잡을 고산마을의 콩 요리, 그 순수한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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