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마다 관광자원 발굴 혹은 개발에 너나없이 힘쓰고 있다. 수없이 피고, 지는 관광지와 문화축제 그리고 프로그램들은 무엇에 기인해 발생하는가? 이름난 관광지와 특색 있는 축제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정읍관내 이곳저곳 돌아다니면 이름 모를 축제와 공연과 관광지들이 난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심성이 배배꼬인 나만의 생각일까?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문화원을 신축하고 축제를 기획한다. 단 한건의 사업만을 추진해도 시비와 도비를 합쳐 수십억이 투입되고 운영비로 몇 억씩 지원된다. 향후 사업의 성과에 따라 지원금은 삭감된다고 하지만 결국 실패하면 성과도 없이 수십억이 동결된다. 내가 낸 세금이 21세기 공무원들의 치열한 무한경쟁 사이에서 그렇게 동결되고 있다.

최근 얼마 전 고택문화체험관이 권번문화예술원을 새롭게 개칭해 개원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권번문화예술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변 문화시설들과 연계함으로써 산외면의 중심관광지로 우뚝 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아직 프로그램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해 개발단계에 있고, 정식 오픈을 7월 1일로 예정하고 있지만 체험을 위한 강사들이 섭외되지 못한 상태에 있다는 것은 20억이 넘는 예산과 지원되는 2억원의 운영비에 비하면 참으로 초라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20억 정도야 국가에서 지원하는 사업치고는 그리 큰 액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억대 프로모션을 계획했다면 강사섭외와 컨텐츠 완비는 사전에 이뤄져야 했던 것은 아닌가 싶어 아쉽다.

과거 권번을 통해 배출되는 기생들은 시조(時調)·가곡(歌曲)·검무(劍舞)·우의무(羽衣舞)·가야금·거문고·양금(洋琴)·노래·춤·한문(漢文)·시문(詩文)·서(書)·행서(行書)·해서(楷書)·도화(圖畵)·사군자(四君子)·산수(山水)·인물(人物)·일어(日語)·독본(讀本)·회화(會話)를 배웠다. 이렇듯 노래와 춤은 물론이었고, 사군자를 비롯해 인물화와 산수화의 그림 공부와 더불어 일어와 회화 같은 교양과목까지 이수하고 졸업시험을 통과해야만 했다.

이처럼 권번예술은 근본이 있어도 쉽게 재현해 낼 수 없는 전통문화예술이다. 하물며 연고도 없는 위치에 고택문화체험관을 개청하여 권번문화예술을 흉내 내기에 급급한 예술원이 과연 얼마나 유지 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앞선다. 근본이 있어도 쉽지 않은 컨텐츠다. 아무리 탐나는 소재라 할지라도 근본이 충족되지 않으면 포기해야 옳다. 최근 정읍에는 ‘동학농민의 날’ 국가제정일에 대해 말들이 많다. ‘동학농민의 날’ 제정도 근본이 있어야 한다. 근본도 없는 ‘전주화약일’을 주창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이 또한,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

이번에는 권번문화예술원의 사례를 들었으나 아직 시작도 못한 단계로 비난의 의도는 없다. 다만 과거의 사실들에 기해 우려를 표명할 뿐이다. 대신 앞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내실있는 컨텐츠 개발로 진짜 산외와 정읍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군가 내 돈 20억을 투자해서 관광지를 지어주고 매년 2억씩 수익이 날 때까지 지원해달라고 한다면 돈이 있어도 쉽게 결정하기 힘든 사안이다. 하물며 남의 돈(세금)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옳지 않은가? 시는 위탁사업이라고 해서 시비와 도비만 탕진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수익성을 내는지, 관리는 철저하게 하고 있는지 감시와 감독의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거기에 내 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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