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광림(객원논설위원)
<ckl0000@hanmail.net>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날로 폭염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산이나 계곡, 바닷가를 찾는 피서행렬이야 연례행사로 치더라도 도심 속 피서풍속도는 날이 갈수록 색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현금인출기 앞에 줄지어 늘어선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햄버거에 음료수 한 잔을 시켜놓고 저물녘까지 자리사수에 여념이 없는 얌체 피서족들의 득세에 울상을 짓는 점주들의 한숨에서 한여름의 눅눅함이 묻어난다. 여기에다 연일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쯤 되면 앞으로 도심 한 복판에 폭염대피소라도 설치하는 것이 어떨까,

다행스럽게도 입추와 말복을 넘어선 날씨는 아침저녁으로 가끔 선선한 바람이다. 누구의 바램이나 간절한 비원 없이도 철마다 반복되는 자연의 질서정연한 순환논리에 다시금 감읍하는 이는 비단 필자만이 아니리라. 제발 제 잘났다고 목청 돋우며 떠들어대는 소인배들이 이 자연의 섭리에 한 번쯤 가슴을 열고 귀 기울였음 싶다.

이처럼 계속되는 무더위와 폭염 탓일까, 꼬리를 무는 중증 정신질환자들의 꼴불견적 추태들이 참으로 가관이다. 금배지를 목에 두른 심학봉의 유부녀 성폭행 추문, 현직 대통령의 여동생이라는 박근령의 국가모독적 망언은 역겹고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이 정신질환자들의 추태로 국민들은 펄펄 끓는 용광로에서 또 기나긴 여름의 고행과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만 한다.

새누리당 현역의원 심씨의 성폭행 추문은 성폭행과 회유가 사건의 전모다. 이에 경찰이 혐의 없다며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자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검찰이 마지못해 재수사를 하겠다는 모양 사나운 꼴이다. 말하자면 힘 있는 자들에 대한 읍소식 수사의 전형이다. 노파심같지만 전례에 비추어 이 사건도 종래 흐지부지 될 게 뻔하다.

‘가재는 게 편’이라던가, 같은 당 사무총장 황진하의 제 식구 감싸기는 그들의 철면피적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나마 심씨가 자진탈당한 후 자신의 사무실을 폐쇄하고 간판 등을 모두 떼어낸 일말의 양심에 기대를 건다. 정말 심씨가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온전한 인간이기를 원한다면 검찰수사 결과에 상관없이 하루빨리 의원직을 사퇴하고 당당하게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것이 급선무다.

심씨 사건은 연이은 박근령의 망령에 비해 조족지혈이다. 박은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이란 자의 여동생이다. 그런 그가 지난 4일 일본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의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의 역대 총리와 천황 폐하가 거듭 사과를 했는데도 자꾸 갈등을 빚는 위안부 문제는 창피한 일” “한일협정을 통해 한국이 자립경제·자주국방의 기반을 마련했다” “일본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 뭐라고 얘기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는 등 일본 극우 대변인을 자처하고 나섰다. 나아가 “아버지(박정희)가 한·일 국교정상화를 통해 미래를 향한 이웃으로 새출발한다는 방점을 찍었는데 다음 대에서 계속 얘기하는 것은 역사를 후퇴시키는 것이고, 국익에 피해를 주는 것”이라며 황당한 궤변을 곁들였다.

독도침탈, 군함도 유산등재, 침략적 재무장 등 가뜩이나 예민한 시점에서 친일을 넘어 숭일의 아이콘이 된 박씨의 매국적 망령에 전 국민의 분노가 폭발직전에 있다. 일본 거주 한 누리꾼 역시 박씨 때문에 뉴스마다 난리라면서 “창피해서 못살겠다.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더 가관인 것은 마녀사냥에 박다르크, 십자가를 운운하며 지원사격과 포화를 퍼붓는 박씨 남편 신동욱의 정신질환적 작태다. 일가족이 작당하고 나라망신에 목숨을 건 콩가루 집안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고 침통하기 그지없다. 똑똑한 딸들과 사위 덕에 반신반인이 된 현대판 박정희의 부활과 재림이 향후 이 나라에 어떤 재앙을 가져올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란 사람은 예의 유체이탈식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해 박근령의 60번 째 생일 때 언니인 대통령이란 자가 보낸 화분의 “대통령의 딸인 대통령 언니가”란 글귀가 설핏 떠오른다. 정말 이들은 이 제왕적 글귀의 범위 내에서 자족하며 안주하고 있는 것일까?

취임 전부터 불거진 부정선거 시비, 세월호 침몰, 성완종 게이트, 메르스 사태, 국정원 해킹 등 최대 사고공화국의 불명예를 연일 경신하는 현 정권의 무능과 방만함에 대다수 국민들을 넋을 잃은지 이미 오래다.

제아무리 큰 대형사고도 또 다른 사고로 묻어버리면 그만이라는 고무줄 학습효과에 도취된 현 정권의 미래가 심히 염려스럽다. 이것이 바로 2015년 소름 돋는 분노공화국의 허상이요 실체다.

정말 이래서야 되겠는가, 현 정권과 집권당은 하루빨리 정치적 철학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기본기에 충실할 일이다. 아니 나라를 망치는 망령의 악귀들을 단호히 처단하고 혼돈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절박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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