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륜 기자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유명한 책에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과거의 역사가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둘러싼 여러 강대국들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고 그토록 노력하는 것이다.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통한 교육이 현재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그 효과가 분명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평화를 외치는 인류의 현재에서 문화흡수는 가장 효율적인 전쟁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역사왜곡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역사적 사료를 통한 증거의 확보, 타국에서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역사의 국제적 공증. 대한민국의 역사가 그 누구의 역사로 편입되지 않고 대한민국의 영토가 다른 어떤 나라의 영토로도 복속되지 않기 위한 노력과 관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국민적인 관심과 국가적 차원의 위기감이 고조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례는 국외뿐 아니라 국내에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내 고장 정읍에도 보존해야 할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산재해 있고, 동학농민혁명이 그 대표이고 정상적으로 의무교육을 받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혁명의 시작 고부봉기와 관군과의 첫 번째 승전지인 황토현 전적지 등 정읍의 역사적 투쟁의 기록들이 지역이기주의에 의해 위협받고 이제는 그 당연한 사실을 이해시켜야 하는 이상한 현재에 도달해 있다. 이는 우리가 과거의 역사를 확고하게 정립하지 못한데 있다고 봐야한다. 주변에서 보기에 얼마나 어정쩡해 보였으면 너나없이 달려들어 소유권을 외치겠는가?

역사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문화적 보존에서도 그 허점을 드러나고 있다.

정읍우도농악, 과거 호남우도농악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1980년대 초부터 정읍의 많은 농악 관계인들이 우도농악에 대한 꾸준한 발굴과 연구를 통해 농악단을 창단하고 호남우도농악 전수관 건립 등으로 호남우도 정읍농악이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 덕분에 읍농악보존회(유지화 대표)의 ‘정읍농악’이 국가문화재 등록을 코 앞에 두고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읍우도농악의 보존에는 관심이 없고 국가문화재 등록에 포커스를 맞춘 성과 위주의 행정에 편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어린 눈초리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변형되는 것이 공연의 문화적 대세라고는 하지만 그 원형의 가치를 보존하겠다며 이름을 내건 보존회까지 변화와 변형에 치중해 가시적 성과 달성에 집착하며 그 본질을 상실한다면 어디까지가 득(得)이고 실(失)인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우리의 전통 농악은 기량을 뽐내기 위한 경연이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가 한마음 한 뜻이 되어 신명나게 춤추는 마을의 축제다. 마을의 액을 몰아내고 농번기에는 농사일에 지친 심신을 풀어주며 축제 때는 신명을 돋아주며 일 년, 열두 달 농민의 생활에 가장 근접해 불협화음을 화음으로 이끌어 가는 중추적 역할을 하던 통합과 화합의 문화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목적과 실리를 쫓다가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본질을 망각할 때가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올바른 길잡이다. 국민들은 그 역할을 국가에 일임했고 국가는 지방자치라는 이름으로 권한을 부여했으며 시민들은 우리 마을을 위해 힘써달라며 힘을 실어줬다. 그럼 힘을 받은 당사자들은 눈치 보지 말고 그 힘을 올바르게 써 달라. 어차피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는다. 그럴 바에는 올바른 길잡이 역할을 하고 당당하자, 시간이 지나면 역사는 반드시 기록으로 남아 많은 것을 밝혀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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