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올해로 18년째 삼시세끼 밥을 짓는 천사가 있습니다. 그 분의 이름은 이정숙씨. 상동 벚꽃로 무지개다리(아양교) 부근에 거주하며, 비가 오나 눈이오나 어르신들의 안락한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그녀로 인해 우리의 삶이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부모 자식 간 철륜을 저버리거나 제 부모 모시기도 힘겨워하는 요즘 시대에 제 부모만큼, 그 보다 더한 정성으로 타인을 보살피니, 전생에 천사가 아니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네요’

 지난주 제보자 강은숙씨로부터 전해 받은 메시지 일부다. 18년 동안 동네의 어르신들을 위해 삼시세끼 손수 밥을 지어 드렸다는 것. 그 어떤 보상도 기대할 수 없는 일을 한 달도, 일 년도 아닌 무려 1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어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상동 ‘무지개다리(아양교)’에서 10m정도 벚꽃과 개나리를 따라 걷다보면 대문과 울타리가 없으면서 현관문이 활짝 열려 그 안에 빼곡하게 들어차있는 신발이 그대로 보이는 집이 있다. 그곳이 바로 주인공의 거처다.

 “어떻게 알고 찾아 오셨어요?”

 취재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난 뒤 순박한 웃음을 짓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원래 고창군 무장 출신이에요. 고향에서 다방 몇 곳을 운영했을 때 주방에서 밥을 지었어요. 배 곪던 사람들이 많던 때였는데 어르신들에게는 그냥 상을 차려드렸어요. 그 소문이 퍼져 본격적으로 식사 봉사를 하게 됐고 그때가 30대 중반이었네요. 제 작은 행동으로 어르신이 웃고 행복해하시는데 그 복이 제가 사랑하는 가족에게 간다고 어느 순간부터 믿게 되니 봉사가 길어져 10년이 됐습니다”

 고창에서 운영했던 다방을 정리할 때 즈음 그는 불현듯 고창이 아닌 정읍에서 새 삶을 살 생각을 하게 됐다고. “다른 곳에서 지내보고 싶었어요. 사실 정읍에 새롭게 정착해서 식사 봉사는 접어둘 생각이었는데, 연지동 터미널 부근서 식당을 할 때 무료로 밥을 지어 어르신들에게 대접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곳에서 10년, 상동에서 8년, 합 18년을 식사 봉사 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그때 연을 맺은 정 많은 이웃과 더불어 살고 있어요”

 복지 센터나 지자체의 도움 한 번 없이 시작했던 정읍에서의 식사 봉사. 15년 전 이 씨와 연지동에서 처음 만났다는 김정순씨는 자연스럽게 그의 곁에서 주방 일을 돕고 찬을 함께 만드는 봉사를 하게 됐다고. “그때 40명 정도 계셨던 어르신들이 한분 두 분 돌아가셔서 지금은 10여분만이 이곳에 오세요. 몇몇 어르신은 소성면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곳을 찾습니다.제 바람은 어르신들이 살아계실 동안 건강하시 것뿐이에요”

 이정숙씨를 아는 지인들은 그를 꽃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삶을 위해 봉사하고 싶지 않았던 이 씨. 그저 배 곪는 어르신을 외면할 수 없어 시작했던 봉사, 이제는 멈추는 법을 잊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 사이로 손을 흔들며 웃고 있는 주인공, 어느 꽃이 그와 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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