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유난히 비가 자주 온다. 물이 많은 샘골답게 지하수가 충분해 올 농사도 가뭄걱정 안했으면 좋겠다. 계절은 슬슬 여름으로 치닫고 있다. 거리엔 이팝나무가 산엔 아까시나무 꽃이 한창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정원엔 철쭉에 이어 붓꽃, 꽃양귀비, 패랭이꽃, 말발도리, 산딸나무가 여름 시작을 알리고 있고 봄 내내 피었던 복수초, 수선화, 할미꽃, 매발톱꽃, 은방울꽃들은 이제 내년에 필 꽃눈을 뿌리에 차곡차곡 만들어가고 있다. 후대를 이어가는 건 건강한 자연이 갖고 있는 하늘의 섭리다. 부지런한 도시농부들의 손놀림도 빨라졌다. 5월초 심은 고추, 상추, 들깨, 오이, 토마토 등 텃밭채소들이 눈에 띄게 빨리 자라고 잡초들도 이에 뒤질세라 조금만 방치하면 금새 풀밭이 된다.

정원에서 자라는 꽃들을 보며 자연과 벗 삼고 자투리땅이나 텃밭을 일구며 농사를 짓고... 농경문화는 우리 인류의 기원과 발달에서 늘 함께 해 왔다. 그래선지 사람들에겐 경작본능이란 게 있다. 봄이면 호미나 괭이를 들고 채소밭을 가꾸고 정원을 손 보고 베란다에 화분하나 더 들여놓고... 우리는 그들을 도시농부라고 부른다. 도시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농사활동이 이뤄진다. 베란다에서 신선채소 기르기, 가까운 마을텃밭에서 가족이 함께 농사짓기, 유치원 자연학습장이나 초등학교 학교텃밭에서 살아있는 생명학습 하기, 아파트 옥상이나 회사빌딩의 하늘정원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삼겹살 파티를 하는 것도 도시민들에게 로망이다. 도심의 다양한 공간에서도 쌈지텃밭이나 작은 정원을 만들고 겨울에도 보리나 밀, 유채를 심어 도시에 녹색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 아파트 거주로 인해 시멘트와 아스팔트 속에 갇혀 사는 도시민들에게 자연은 늘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다. 생활공간에 정원을 만들고 텃밭을 가꾸는 일은 자연을 내 곁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소득 2만불을 넘어선지 오래다 보니 도시민들이 량보다는 질 중심으로 삶의 가치관이 바뀌면서 시내나 주택가에서 채소나 꽃을 기르며 심신의 위안과 안정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도시농업은 농촌농업과 달리 농사짓는 목적이 소득이 아닌 취미, 여가, 학습, 체험 등을 위한 것으로 경작활동을 통해 먹고, 보고, 느끼며, 즐기는 것으로 농업을 모르는 도시민들이 체험을 통해 농업의 가치와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우리나라 도시농업은 2015년 기준(‘16, 농식품부)으로 텃밭면적은 850ha, 도시농부수 1,309천명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텃밭도 92,133개소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도시농업 유형도 주말농장(개별 농장주가 운영)은 물론 스쿨팜(유아원, 학교의 화단, 계단, 옥상 등에 자연학습장), 공공텃밭(지자체가 운영하는 텃밭), 옥상농원(텃밭형, 상자형, 관상형, 허브용 등), 도시농업공원(지자체 관리, 농사체험장, 교육장 배치)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도시농업은 우리 가족이 먹을 신선채소 일부를 내손으로 직접 가꾼다는 매력 외에도 정서함양, 가족의 화합 및 단절된 지역공동체 회복에 기여할 수 있고 미래세대들에 대한 생명교육 효과도 뛰어나 도시 생활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도 자리잡고 있다.

사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다. 따라서 식물과 마찬가지로 자연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해야 하는 책무를 갖는 하나의 생물종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도시농업은 환경을 생각하며 자연과 함께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먹을거리도 좋지만 볼거리나 느낄거리가 같이 균형있게 발전되어야 한다. 바람직한 미래도시의 구현을 위해서도 도시농업은 필수적이다. 미래도시에는 에너지 절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다양한 식물들이 살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이라면 사람들도 쾌적한 환경을 갖게 된다. 그래선지 요즘 도시에 그린홈, 그린빌딩, 그린시티 등 녹색을 표방하는 용어들이 많이 쓰이고 있으며, 상업용 빌딩내에 실내정원, 그린카페, 바이오월 등 그린 홈이나 그린 빌딩을 실천하는 공간도 상당히 늘고 있다.

도시와 농업의 만남은 경제적·환경적·사회적·교육적 분야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경제적으로는 도시민이 농업에 친근함을 느낄 수 있어 농산물 소비증대를 가져오며, 농업에게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작용하여 도시와 농촌의 상생기회가 발전될 수 있다. 유휴지와 건물 옥상의 녹화는 에너지 비용 절감을, 농지 자연순환은 폐자원 처리비용을 절감해 준다. 도시로 들어온 농은 대기를 맑게 하고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하며 생태적으로 건강한 도시를 만든다. 사회적으로는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로, 다가오는 고령사회의 노인 활동공간으로도 작용하여 함께 나누는 이웃의 정을 회복할 수 있게 해준다. 자연속 교실로써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천혜의 놀이터이자 도시민들의 정서 치유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이제 막 부푼 도시민들의 정원사, 도시농부로서의 꿈은 식물-인간-환경이 공존하는 아름답고 건강한 도시 만들기로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고투입 농사, 비닐이나 농약병이 난무하며 주변을 어지럽히는 일들은 이젠 삼가해야 할 것이다. 아파트에 살면서도 정원과 텃밭문화가 잘 정착되는 곳들이 많다. 수도권 아파트들의 경우 시민정원사들이 중심이 되어 아파트내 실버가든을 만들어 어르신들의 소일거리를 제공하고, 어린이 자연학습장은 물론 동별 화단만들기 콘테스트 등 다양한 행사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라고 하는 그동안 잃고 살았던 공동체 문화도 착실하게 되찾아가고 있다.

전체 시민의 60%이상이 도시에 살며 도농복합도시의 형태를 띠는 우리 정읍도 이젠 아파트 정원가꾸기, 도시텃밭 활동 등을 통해 정원문화가 활성화되면서 도농이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을 찾아 실행해 가야 할 것이다. 이런 앞선 녹색 생활문화의 실천은 결국 사람이 하게 된다. 시나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이런 활동을 선도할 전문가 그룹인 시민정원사, 도시농부들의 양성을 적극 추진할 것을 기대해 본다. 꽃으로 정원으로 시민이 행복하면 정읍이 행복해지고, 누구나 찾아와 머무르고 싶은 아름다운 샘골이 된다.

 

 

 

송 정 섭 칼럼위원
· 이학박사(2000, 서울시립대)
· (사)정원문화포럼 회장(2014~)
· (사)한국도시농업연구회장(2014~)
· 농식품부, 산림청, 서울시, 경기도 꽃 및 정원분야 자문위원(2014~)
· 농촌진흥청 화훼분야 연구원, 화훼과장, 도시농업과장 역임(1981~2014)
· 서울특별시, 경기도 시민정원사 양성 전문강사(2005~)
· 최신화훼, 생활원예, 도시농업, 자생식물 외 다수 집필(1989~)
· 꽃, 정원, 도시농업, 귀농귀촌 분야 강의 컨설팅 자문 평가(2006~)
· SNS 페이스북 365일 꽃이야기 운영자 및 꽃담 회장(2011~)
· 정읍시 쌍암동 귀농(2015~)
· 꽃과 정원교실 ‘꽃담아카데미’ 대표(내장산 송죽마을, 2016~, 현재 1기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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