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화 편집국장

요즘 국회에서는 국민이 원한다면 국회의원의 특권을 모두 내려 놓겠다며 국민의 눈 높이에 맞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정세균 국회의장 취임후 더욱 강해진 이같은 조류는 성공 여부를 떠나 환영받고 있다.하지만 지방의회는 아직도 여전히 권한 강화와 인력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지역을 위해 일하겠다는 지방의원들의 권한이 왜 필요이상 강해져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사무실이 크면 뭐하고 작으면 어떤가. 임기중에는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의회사무국 공무원들이 모시듯 떠받들고 있다.간부 공무원들은 예산이나 사무감사 등으로 인해 자주 접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보니 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평소에는 갖지 않았던 권위와 위상, 권한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한국자치행정학회와 공동으로 지방의회 활성화 자치현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지방의회 활성화 및 책임성 제고’였다.

전북시군의회의장단협의회 회장을 지냈던 우천규 전 시의장이 토론자로 참석해 지방자치 입법권 확대와 지방의회 인사독립권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방의원 전문성 제고를 위해 기초의회도 상임위원회별로 1명 정도의 입법정책 연구원을 두어 의정활동 자료연구를 통해 소신있게 보좌하며, 의정연수원 기능과 지방자치회관이 꼭 필요하다는 점,지방의원의 의정비를 전국적으로 단일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말 그대로 ‘지방의회 활성화 및 책임성 제고’이다. 지금보다 지방의회를 활성화하고 의원들의 책임감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날 토론자가 주장한 주요 내용들을 보면 지방의회 활성화 및 책임성 제고보다는 의회나 의원의 권한 강화와 인력 및 시설, 의정비에 대한 상향 평준화 주장이었다.

지방의원들의 권한이나 여건이 미흡하니 이를 더욱 강화하자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에는 의정비를 시장 군수 수준으로 올리자는 주장도 제기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지방자치가 본격화되면서 초반에 없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주민들의 선택을 받은 만큼 ‘선출된 권력’이란 인식이 의원들 사이에 커지면서 이들의 주장은 이제 주민들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의정비도 올리고 지원인력도 보강하고, 지방의회 인사권도 쥐면서 자율성을 한껏 높여보겠다는 것이다.

▷지방의회측의 이런 주장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연결돼 상당부분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

전국을 아우르는 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라는 단체의 힘을 이용해 밀어붙이면 일정부분 수용되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주민들은 지방의회를 외면하고, 의회에 걸었던 기대를 접게 될 것이다.

‘그들만의 잔치’를 위해 우리가 투표에 나서고, 그들을 찍어야 하느냐는 반대심리가 팽배할 것이다.

지방의회의 활성화 및 책임성 강화는 권한 강화와 인력 및 시설의 지원, 의정비의 상향 조정을 통해서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의원의 권한을 강화하고 인사권을 독립하고, 또 의정비를 상향 평준화한다면 지방의회를 관리 감독하는 또다른 기관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의회 운영 및 의원들의 수많은 연찬과 해외연수 등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방의회가 전국적인 목소리로 의원의 권한 강화와 의정비 상향 평준화,인사독립권을 주장할 때 정읍시의회 만이라도 이와 정반대로 갔으면 한다.

모든 권한을 내려 놓고 초기 지방의회 탄생 당시의 구호처럼 ‘무보수 명예직’에 가까운 의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미 만들었던 의원 개인사무실도 하나의 의원사무실로 통합하고, 나머지 공간은 집행부 부서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또한 지방의회가 예산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최대한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매년 나가는 해외연수 및 각종 연찬도 그 횟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 이제 선진지라는 명목의 벤치마킹도 사라져야 한다. 배끼기는 성공할 수 없다.

의원들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의원들이 집행부의 큰 사업 하나만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해도 그만한 가치는 한다고...

하지만 그동안 지방의회를 지켜보면서 집행부가 하고자 했던 사업을 의회가 반대해서 못한 사업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의원들 스스로도 자조섞인 말로 하는 말이다. 권한 강화보다는 의원들의 개별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주 네덜란드와 우리 국회의원들을 비교했지만 우리 지방의회도 국회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만큼 당연히 비교 대상이고 개선해야 할 대상이다.

하물며 지방의회가 국회도 아닌 상황에서 필요이상 몸집을 키운다면 그 부담은 당연히 국민의 몫으로 남게 된다.

정읍시의회만이라도 타 의회와 전혀 다른 방향을 선택했으면 한다.

이론적으로는 선진 지방자치를 위해 출발했지만 실제는 의원 스스로나 국민 자신들도 모르게 새로운 권력으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는 지방의회, 이제 새로운 방향을 선택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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