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충훈 칼럼위원

2016년 6월 12일자 KBS에서 ‘일본비상! 감옥으로 가는 노인들’이라는 충격적인 뉴스가 방영되었다. 일본의 노인들이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직원들 몰래 물건을 훔치는 장면이다. 주머니에 돈이 떨어지면 좀도둑질을 계속하면서 교도소를 들락거려서 상습범이 되어버렸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발생한 노인 범죄의 절반이 이 같은 생계형 절도였다 한다. 65세 이상의 범죄자가 지난 1995년도에 1만 천여 명에서 2014년 4만7천여 명으로 4.1배가 늘었고, 잠자리도 먹을 것도 해결되기 때문에 교도소를 들어가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는 노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다. 노인 재소자가 늘면서 아예 ‘노인전문 교도소’로 리모델링한 교도소도 있다. 주거나 일자리가 없는 노인 재소자들이 늘어나면서 일본의 상당수 교도소가 교화 시설이 아니라 “노인 복지 시설”이 되고 있다.  ‘1억 중산층’ 즉 전체가구의 중산층을 실현했다는 일본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의 파괴가 “노년 파산”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2015년에 일본 NHK 방송국에서 기획 취재 후에 발간 한 “노후 파산”이라는 책에 충격적인 노년 파산의 실상을 밝혀놓았다. 1장 무엇이 도시노인을 파산으로 내모는가?, 2장 희망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이시대의 노후, 3장 왜 노후 파산에 처하는가? 4장 지방의 노후는 생존을 건 싸움이다, 5장 당신도 노후 파산의 예외가 아니다. 제목들부터가 섬뜩하고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해지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지?

현재 일본에는 홀로 사는 독거노인이 600만 명에 이르며 연수입이 생활 보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절반에 이른다. 국가 등에서 생계 보호를 받고 있는 사람은 70만 명, 예금 등 충분히 모아 놓은 돈이 있는 사람도 있고, 이들을 제외하면 약 200만 명이 넘는 홀로 사는 고령자가 생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연금만으로 근근이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데 만약에 병에 걸리거나 돌봄 서비스가 필요해지기라도 하면 생활은 파탄을 맞이하게 된다. 이른바 “노년파산”에 이르는 것이다. 일본의 은퇴자는 한해 78 만엔(약 800 만원) 정도의 연금을 지급받는데, 연금을 받아 생활 하는 것보다 교도소에 가는 것이 경제적으로 25% 정도 더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통계도 있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기간 동안은 그래도 어느 정도 버티지만 위중한 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이 정도의 연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여 노년 파산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20년에 걸쳐 세대의 평균 수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1990년대에는 한 세대 당 6500 만원, 2012년에는 5500 만원으로 감소하였고, 평균 소득이 3000 만원 이하 세대가 30 %가 넘는다고 한다. 수입의 감소가 저축 및 연금의 감소로 이어지며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져서 결국은 무일푼으로 전락하여 파산에 이르는 것이다. 일본국민은 근면하고 열심히 일하는 민족으로, 한때 세계 제일의 부를 과시하던 나라였으며 지금도 제2의 경제대국의 나라이다. “노후 파산”에서 인터뷰하고 소개된 사람들은 게으르거나 나태했던 사람들이 아니고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았던 사람들이다. “오랫동안 정말 열심히 일해 왔는데 이렇게 살고 있다니 지금까지 내 인생은 뭐였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허무해집니다.” 지나가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 정신이 아찔해진다. 

일본의 경우 중산층의 붕괴가 ‘인구절벽’이 원인라고 분석한다. 인구 절벽이란 저 출산, 고령화에 따라 인구가 줄기 시작하는 현상을 말하며, 일본은 1996년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는 20년의 시차를 가지고 내년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독거노인은 2005년 78만 명에서 10년 만에  2배가 늘어 138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2025년에 225만 명, 2035년에는 343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노후 보장을 위한 국민 연금도 기간과 금액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 이상을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부어야 한다는 것과, 고용불안에 따른 국민연금의 고갈을 걱정하여 국민 연금 자체를 불신하는 풍조도 생겨나고 있다. 저성장과 불경기로 인한 일하는 세대의 청년 실업은 부모의 연금에 의지해서 살 수 밖에 없고 부모의 ‘생활력’의 기반이 약할 경우는 동반파산에 이를 우려가 있다. 최근 양산되고 있는 비정규직은 연금 미납자로 전락하고 노년에는 수입이 없는 노년 파산에 이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다르지 않게 조만간에 닥칠 문제인 것이다. 김현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의 “중산층 총체적 붕괴가 밀려온다.”의 글을 잠깐 인용해보자. 그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을 “인구절벽”의 인구 감소가, 젊은 인구가 줄면서 술집이 문을 닫고, 커피숍, 노래방, 미용실 등이 줄어들고, 상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거리의 상점이 통째로 사라지고 골목상권이 무너지면 내수기업을 중심으로 매출이 줄어들고, 기업은 임금과 고용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취업난에 봉착한 학생들의 초봉이 줄어드는 것으로 현실이 되고 있다. 일본은 아래층이 무너지니 중산층이 긴장하면서 지갑을 닫거나 소비를 줄이면서 싼 것을 찾고, 가성비를 찾고 가격 파괴를 원하면서 디플레이이의 시작되었다 한다. 우리나라도 2000원짜리 국수집, 3800원짜리 콩나물 국밥집 등이 프렌차이즈 형태로 각 도시들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저성장, 불경기의 디플레이션이 우리나라도 이미 우리들에게 가까이 접근해 와 있는 것이다. 김현철 교수는 인구 감소를 해결하는 방법이 중산층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이라 역설한다.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통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업 중에 학생들과 “우리는 통일을 해야 하나?”를 가지고 토론한 적이 있는데 거의 모든 학생들이 무관심이거나 통일을 하면 비용을 부담하는 문제로 통일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속 성장의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는 저성장, 불경기의 긴 터널이 시작되면 잘 버티고 유지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아직은 일본의 노인들처럼 “빨리 죽고 싶다”를 부르짖는 우리나라 노인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조만간 닥칠 우리의 미래가 두렵기만 하다.            

이충훈 본보 칼럼위원·원광대 교수
전북과학기술위원회(태양광분야)연구 위원장(2010년~2016년)
·(사)한국물리학회 재정위원장(2015~2016)·(사)한국3D프린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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