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요일 저녁 7시가 넘었는데도 내가 타고 갈 버스가 안 옵니다. 딱히 집에 들어가 봐야 밥해 먹고 글 쓰고 TV보는 것 밖에 없으니 더 기다렸습니다. 그래도 안 오면 어제처럼 우버(Uber)택시를 불러야겠습니다. 제 옆에서는 B2와 V2 정류장 유리를 엉덩이와 손으로 들이 대고 때리고 쿵쿵거리며 여자친구와 노닥거렸던 흑인 청년은 언제 가버렸습니다.

지켜보는 내내 정신이 없었습니다.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동네 같았으면 진작 한마디 던졌을 것인데 제가 도를 닦듯이 참고 견디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갓 초등학생 정도의 여자 아이 하나를 데리고 내 옆에는 날씬한 흑인여성 앉았습니다, 조금 전 처음 인사하고 제 옆에 앉아서는 저를 보고서 담배를 피워도 되겠냐고 묻더니만 이제는 대놓고 피웁니다.

처음부터 노(no)라고 할 것인데 잘못했다 싶습니다.

중이 절 싫으면 떠나면 될 것인데 말 한번 부쳐보려고, 하지만 몇 마디 몇 단어가 전부 이지만요. 오케이 했더니 함께 앉아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듯 보니까 조금 전 주사기와 같은 것을 가방서 꺼내더니 다이얼을 돌리듯 맞추고서는 자기 왼쪽 허벅지에 꾹 눌러대기도 했습니다. 말이 돼야 그것이 무엇이냐고 왜 그러느냐고 묻고 싶었는데 꼭 참았습니다. 제가 워싱턴을 구경하기 위해 1주일 사는 숙소 1673w street southest는 산동네 입니다. 흑인 밀집지역인 Anacostia 역에서도 버스로 10여분 더 와야 하는 그야말로 오지중 오지와 같은 곳입니다.

그러니 제가 인터넷 에어비엔비(Airbnb)를 통해서 집을 얻은 이 동네는 100% 흑인 동네인 것입니다. 이곳 구멍가게 또한 영화에서나 보던 철장 밖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돌아가는 원통을 통해서 제가 산 물건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사진) 아무튼 그날 그녀도 제가 탄 버스를 함께 탔습니다. 조금 전에는 다른 것도 타려고 두리번거렸지만 제가 타는 버스에 올라 왔습니다. 아마 다른 버스도 그녀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로 또 가는 모양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나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애나코스티(Anacostia)에서 숙소 가는 것은 B2로 알고 있을 뿐입니다. 제가 사는 집 구멍가게 앞 정류장, 거기서 6~700m만 가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날 그녀도 제가 내리는 동네 구멍가게 앞에서 아이와 함께 내립니다. 오마이 갓입니다. 함께 앉아서 기다린 시간이 적게는 40분 정도 됐습니다. 또 그 사이 제가 제 옆에서 담배를 피워도 괜찮다고 도와준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함께 버스를 타고 온 동네 이웃인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도 내리면서 미소를 보이며 잘 가라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나 전 알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같은 동네 사는 줄은 몰랐다가 함께 버스서 내리니까 반가움에 표시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나도 웃으면서 “have a good time?” 이라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아마도 내일 또다시 그녀를 만나게 되면 훨씬 더 반가울 것입니다.
(워싱턴 흑인동네서 김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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