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한 부인과 생활, 눈 보일때까지 일할 것

정읍시 신태인 5일장에서 57년째 칼과 톱을 갈고 있는 권명대(81세,감곡면 화봉리)씨.
8순이 넘은 나이가 무색하게 오늘도 여전히 신태인시장을 지키고 있다.
신태인 장날인 지난 13일(일) 오전 9시 30분, 군 전역 후부터 신태인시장을 지켜온 권명대씨가 시장과 인접한 정신로변 인도에 자리를 잡고 칼과 톱, 가위를 갈고 있다.
57년동안 한 우물을 파온 권씨는 60년 가까운 세월 칼과 가위,톱을 갈아온 역사를 반증하듯 손수 만든 수십년 된 톱갈이 보조대와 바닥에 깔고 있는 신문(2011년 9월 6일자 조선일보)도 한참이나 지난 세월을 엿보게 했다. 한번 시작하면 한 눈을 팔지 않고 외길을 걷는 권씨의 성품과 함께 하도록 본보 1300호와 1301호를 전했다. 눈이 나빠져 작은 글씨는 읽기 힘들다고 하면서도 정읍신문을 읽어나갔다.
권씨는 1960년 군에서 전역한 후 입대 전 열쇠공장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열쇠를 깎기 시작했다. 열쇠를 깎기 시작하면서 칼과 톱,가위도 갈았다.
당시 신태인 장날에는 인근 화호와 정우,태인,이평 등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돈도 벌 수 있었다. 
조옥순씨(77세)와 사이에 5남매를 둔 권씨는 당시 칼과 가위,톱을 갈아 번 돈으로 큰 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북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대학원을 졸업시킨 후 국영기관에서 근무할 정도로 잘 키워냈다.
취재 현장을 찾아 함께 설명하던 신태인읍사무소 정성섭 담당이 면사무소에 초임 발령을 받을 당시도 권명대씨는 신태인시장을 지키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제는 예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신태인에서 살 수 있는 제품들이지만 정읍이 싸다며 모두 시내로 나가면서 장날도 한산하다. 특히, 이날처럼 주말이나 일요일이 장날일 경우는 더욱 찬바람이 불 정도로 손님이 없다.
60년 가까이 한 곳에서 칼을 갈아온 권씨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별다른 말없이 톱이나 가위, 칼을 맡기고 자신의 일을 본다.

다 갈았을 즈음 조용히 걸어와 값을 지불하고 찾아갈 뿐 긴 말도 필요없다.
톱날을 세우는데는 3천원을 받지만 가위나 칼은 500원에서 천원 정도를 받는다.
칼을 갈때는 물을 사용하지만 톱날을 세우거나 가위를 갈때는 숯돌과 줄, 망치를 사용한다.
그라인더도 3대나 있지만 인근 상가에서 전기를 얻어 쓰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수작업을 고집한다.“예전에는 손님도 많았고 벌이도 괜찮았지, 그런데 요즘은 다 시내로 나가고 사람도 줄어서 벌이가 거의 없어, 그냥 몸이 허락할때까지 장날이면 나와서 사람들을 만나고 들어가는게 즐거워...”
57년째 5일장이 열리는 시장을 찾아다니며 칼을 갈아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운 권명대씨는 평소에는 감곡에서 작은 농토를 일구며 생활하고 있다.
자녀들을 잘 키워낸 할머니(조옥순씨)가 얼마전 암 수술을 마치고 치료하고 있는 만큼, 함께 건강하게 사는 것이 마지막 남은 바람일 뿐이다.
부인을 위해서라도 눈이 보이는 때까지는 칼을 갈기 위해 장날이면 신태인시장을 찾겠다는 권명대씨는 앞으로도 자신이 지켜왔던 정신로를 지키겠다며 웃었다.(이준화 기자/ 사진 권경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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