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가로수의 겨울철 동해방지를 위해 나무 아랫 부분과 줄기들이 한창 옷을 입고 있다. 나무를 싸는 천은 시민들이 수거한 재활용 의류나 목도리같은 재료들, 색깔도 다양해 무늬들을 잘 골라 감아주니 겨울철 가로수 덕분에 도심 한복판이 산뜻하게 디자인까지 된 느낌이다. 그동안 검은 색과 회색 빌딩뿐인 삭막한 도심 주요거리의 가로수가 옷을 입으며 따뜻하고 톡톡 튀는 길거리로 바뀌며 보행자나 운전자들도 즐거운 나들이가 된다. 환경도시 수원시 이야기다. 수원시는 공원녹지파트에서 은퇴자, 사회봉사를 선호하는 중장년층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민정원사를 양성한다. 이들은 약간의 꽃과 나무, 정원에 대한 전문교육을 받고 공원사랑시민단에 편성되어 도시 녹화를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친다. 빈 공터에 화단만들기, 시내 공원수 관리, 아파트 정원 4계절 화단 가꾸기, 도심 가로수에 대한 양수분 관리는 물론 겨울철 월동관리까지 주도적으로 수행한다. 꽃이나 나무, 작업에 필요한 농기구 등 필요한 재료는 전량 시가 지원한다. 시에서는 이전에 조경회사에 용역을 줘서 하던 일들을 시민들이 앞장서 해주니 비용절감은 물론 시민들의 행정참여로 시민들의 주인의식도 크게 향상되어 수원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도 커진다. 

성남시는 올해 경기정원문화박람회를 성남시 청사가 있는 시청부지에서 개최했다. 박람회에는 경기도 시민정원사, 성남시 가드너들이 참여하고 일반부에 작가들이 참여하면서 수준높은 정원들이 대거 출품되었다. 출품정원들 덕분에 기존의 잔디밭과 시민들의 이용도가 낮은 낡은 공원이었던 것들이 30여개의 현대 정원들과 함께 4계절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사례들은 크게 3파트가 윈윈 한다. 시청은 큰돈 들이지 않고 아름다운 정원을 꾸며 시민들을 행복하게 해줘서 좋고 정원을 만든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시민들에게 널리 홍보해서 좋고, 시청을 방문하는 민원인들은 일도 보면서 아름다운 정원을 산책할 수 있어 좋다. 게다가 이런 박람회나 정원들이 활발하게 확산되면서 관내 꽃이나 정원관련 업체들의 발전도 동반되는 효과가 있으니 그야말로 1석4조다. 국가정원을 갖고 있는 순천시는 슬로건이 ‘순천은 도시가 아니라 정원이다’ 라고 할 정도로 시민들의 꽃과 나무, 정원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품격도 달라졌음을 느낄 때가 많다. 순천시의 이 분야 공무원들도 생각이 깊다.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꽃으로 정원으로 행복해 할지 타시군 벤치마킹도 하면서 순천시 나름대로의 방식을 찾아간다. 서울은 시민조경아카데미, 시민정원사들의 정원박람회 참여 및 주도적 운영, 마을단위 가로수 관리, 아파트 정원이나 화단 가꾸기, 쌈지정원 만들기, 게릴라가든 등 시민들의 꽃과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오래다.        

시민정원사, 마스터가드너, 도시정원사란 도시 녹지관리 및 공원, 도시농업 전반을 시민입장에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말한다. 꽃과 정원에 대한 일정한 전문교육을 받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경제활동으로 이어져 성공적인 정착을 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봉사활동, 참여와 즐거운 소통으로 이어진다. 정읍의 시민정원사 양성은 필자가 그동안 서울시와 경기도 시군들의 시민정원사, 마스터가드너, 숲해설가 양성 등을 위해 십여년간 전문강사로 참여해 오면서 고향에 펼쳐보고 싶어 귀촌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올 봄부터 꽃과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처음으로 내장산 송죽마을에서 꽃담아카데미(1, 2, 3기까지 자체운영)를 열어본 결과, 수강생들이 정읍보다는 서울, 광주, 전주 등 외지에서 오신 분들이 많았다. 왜일까? 정읍시 공무원들의 능력이나 업무추진 철학, 시민들의 의식수준 등은 어느 지자체 뒤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시민 행복,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도로를 내고 수십억씩 들어가는 거창한 사업에 있는 게 아니다. 산내 구절초 축제장을 찾는 무수히 많은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주변에 꽃과 아름다운 정원이 많고 그걸 4계절 느낄 수 있다면 거기 사는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팍팍 올라간다. 누구나 찾아오고 싶은 정읍 만들기!, 아름다운 정읍 만들기! 이제부터다. 이를 위해 시민정원사 양성, 이제 우리 정읍도 크게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시민행복, 시민들의 손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혜안이기 때문이다. 

송 정 섭  이학박사(2000, 서울시립대) 
· (사)정원문화포럼 회장(2014~)
· 농식품부, 산림청, 서울시, 경기도 꽃 및 정원분야 자문위원(2014~) 
· 농촌진흥청 화훼분야 연구원, 화훼과장, 도시농업과장 역임(1981~2014)
· 서울특별시, 경기도 시민정원사 양성 전문강사(2005~)
· 최신화훼, 생활원예, 도시농업, 자생식물 외 다수 집필(1989~)
· 꽃, 정원, 도시농업, 귀농귀촌 분야 강의 컨설팅 자문 평가(2006~) 
· SNS 페이스북 365일 꽃이야기 운영자 및 꽃담 회장(2011~)
· 정읍시 쌍암동 귀농(2015~)
· 꽃과 정원교실 ‘꽃담아카데미’ 개원 (내장산 송죽마을, 2016~, 3기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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