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의 한국배치 문제로 국내외가 시끄럽다.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는 고고도(高高度) 방어체계라고 한다. 우주까지 올라간 핵미사일을 낙하하는 시점 즉, 대기권이 아닌 성층권에서 요격하는 방어미사일이라고 한다. 여기서 사드 배치의 찬반을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요즘의 화두가 되고 있다. 중국의 정부에서 개입하여 유커의 한국 여행을 제재하고, 무역 등 여러 분야에서 제재를 당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집적 피해를 당하는 당사자의 심정이야 뭐라 위로할 말이 없지만, 중국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 치졸하기까지 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펑츠(碰瓷:고의로 시비를 걸어 돈을 뜯어내는 것), 꽌시(關係: 사람과 사람 또는 사물사이의 관계, 연줄), 등 중국인을 상징하는 많은 단어들이 있다. 유독히 이재(理財)에 밝은 그들은 모든 사람과의 관계도 돈과 연결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화교(華僑)들 특히,  동남아의 상권은 대부분이 화교들이 쥐고 있으며 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학자들은 1800년대 초반만 해도 청나라의 GDP는 전 세계 GDP의 3분의 1 정도의 규모였던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던 것이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으로 유럽 경제가 중국을 압도하면서 세계의 판도는 급변했다. 1840년 산업혁명으로 증기기관 동력을 장착한 군함을 끌고 영국 군대가 중국 남부의 홍콩 앞바다에 나타나 청나라 군대를 궤멸시킨 아편전쟁을 거치면서 중국은 이른바 ‘동아시아의 병부(病夫)’로 전락하게 된다. 세계 전쟁 역사상 가장 명분이 없는 전쟁 중 하나인 아편 전쟁은, 차 마시기를 즐기는 영국인들이 중국에서 차를 구입하기 위해서 지불한 은(銀)이 점점 고갈되자 중국인들에게 아편을 팔아 모든 중국인들을 마약 환자를 만들고 은을 다시 찾아오자는 발상에서 시작된 전쟁이다. 산업혁명으로 개화된 영국의 불과 7,000명의 군대에 의해 근대화되지 못한 80만의 청의 군대가 속수무책으로 패하고 만다. 1900년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러시아에 일본까지 낀 8개국이 베이징(北京)을 분할 점령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중국을 개화하고 부자로 만들기 위한 쑨원을 비롯한 여러 지식인들의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마오쩌둥의 공산당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하게 된다. 서양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빈국으로 전락한 중국의 목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따퉁(大同)사회’의 건설로 잡고 있었다. ‘따퉁사회’란 공자(孔子)가 유교의 경전인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에 제시한 이상사회로, 사회구성원들이 모두 갈등이 없이 화목한 가운데 누구나 필요한 만큼 쓸 수 있을 정도로 경제가 발전한 사회를 말한다. 그러나, 마오쩌둥이 추진한 이상향인 ‘따퉁사회’의 건설은, 유교적 이상사회인 따퉁을 바탕으로 한 사회주의적 이상사회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는 과도하게 급진적인 경제발전 계획을 추진하다가 대약진운동을 비롯한 여러 정책들이 실패하고 세계 최빈국(最貧國)의 대열로 전락하게 된다. 

마오쩌둥이 사망하고 정권을 장악한 덩샤오핑에 의해 ‘산바오조우(三步走)’라는 3단계 경제발전론이 제시되었는데, ‘원바오(溫飽)’로 시작해 ‘샤오캉(小康)’을 거친 뒤 ‘따퉁(大同)’을 이룩하겠다는 내용이다. 14억 중국 인민들이 따뜻한 만두를 먹을 수 있는 ‘원바오(溫飽)사회’를 2000년까지 건설하고 2021년까지 작지만 강한 ‘샤오캉(小康)사회’을 달성한 후, 2049년까지 ‘따퉁(大同)사회’를 건설한다는 100년에 걸친 경제개발 계획이다. 샤오캉이란 시경(詩經) 대아(大雅) 민노(民勞)편에 나오는 말로, 사회 내에 대체로 갈등이 없고, 화목하며, 대부분이 잘사는 사회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즉, 모든 인민을 중산층의 단계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원대한 계획인 것이다.
1단계인 원바오는 20세기 말까지 1인당 국민소득을 4배로 끌어올려 1000달러를 넘기고, 2단계 샤오캉은 공산당 창건 100주년인 2021년까지 국민소득을 다시 2배로 끌어올려 중진국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3단계로는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선진국에 진입해 따퉁을 이룩한다는 목표이다. 그리고 100년이 지날 때까지 이런 목표를 바꿔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놀랍게도 중국은 100년에 걸친 덩샤오핑의 계획을 착착 진행시켜가고 있다. 첫 단계인 원바오는 계획보다 10년 이상 앞당긴 1980년대 말 이미 완료했다고 한다. 1990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858달러로 산바오조우가 시작되던 300달러에 비해 6배 이상 증가했다. 2021년이 목표였던 2단계 샤오캉도 이미 달성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총서기는 그해 11월 열린 제16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중국이 샤오캉 사회에 진입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당시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000달러를 넘어선 상태였다. 1980년대에서야 겨우 경제 특구를 설정하고 경제 발전을 추진했던 중국은 매년 10% 이상의 성장을 20년 이상 이루었고, 이제는 일본을 누루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게 되었으며, 2016년 기준 EBI 선정 세계 100대 브랜드에 중국 기업 9곳의 이름을 올린 반면, 한국은 삼성 1곳에 불과해 대조를 이뤘다. 2000년대가 되면서 중국은 양적 성장 대신 질적 성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업들도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면서 점점 짝퉁의 싸구려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브랜드로 변신하는 중이다. 거대한 인구를 뒤에 업은 중국의 발전은 최근에 8%대의 성장으로 다소 둔화되어 있지만, 중국이 몰락하여 가난한 나라로 다시 돌아갈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제 대국 중국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강대국이었을 때 인접국인 우리나라는 편한 적이 없었던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1만불 시대에서 1990년대 2만불 시대에 접어들었으나, 3만불 달성을 위한 시도가 번번이 실패하는 사이 중국은 우리에게 두려운 상대로 성장하여 이미 우리에게 다가와 있는 것이다. 특히, 작년 10월말의 일련의  정치적 치부는 국가의 경쟁력의 추락을 가져오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부패, 거짓말 공화국의 이미지로 굳어질까 우려스럽다. 동아시아 생산3국 즉, 최고급제품 일본, 중급 제품 한국, 하급 제품 중국의 순위가 이제는 중국의 약진으로 우리를 뛰어넘어 일본의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까지 위협하는 수준까지 성장하였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동북공정(東北工程)이 아닌 대동공정(大同工程)을 꿈꾸는 중국인들을 상대로 말이다.     

이충훈 본보 칼럼위원
원광대 교수전북과학기술위원회(태양광분야)연구위원장(2010년~2016년) (사)한국물리학회 재정위원장(2015~2016) (사)한국3D프린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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