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민들은 명분만 있으면 재능기부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저력도 확인

우리가 시내에 화단을 만들면 정읍시 최초의 시민정원이 될텐데 기존 관공서에서 만드는 공원이나 화단과는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후보지 면적이 너무 큰 건 아닌지..., 이번 주 금 토요일이면 너무 급한 건 아닐지..., 자원봉사자들은 충분히 동원할 수 있을지...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면서도 이번 5월에 하지 못하면 올해는 물 건너간다는 데 다들 동의하자 강력하게 추진하는 방안으로 가닥이 잡혔다. 불과 4일전 시민화단 조성을 위한 꽃담 회장단 협의 이야기로, 결국 지난 5.19 ~ 20일 이틀동안 시기동 정읍고등학교 주변의 천변 도로 옆에 150평 정도의 시민정원이 정읍에서 처음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정원 컨셉은 자생화로 하고, 그 자리에 있던 기존의 오엽송들과 철쭉을 어떻게 재배치하는 게 좋을지, 계절별로 꽃이나 잎, 열매를 볼 수 있는 목본류와 초본류는 어떤 게 좋을지... 결국 꽃담아카데미 교장인 내가 총대를 메고 전체 그림을 그리고 식재용 자생화 목록을 작성하고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세부계획을 세웠다. 꽃담아카데미 수료생인 시민정원사 동원은 꽃담회장이 맡고, 화단을 조성할 적당한 부지 선정, 식물재료와 삽, 괭이 등 물품 구입은 시 자원봉사센터에서 맡기로 하였다. 첫날 포크레인이 오고 철쭉과 오엽송을 캐서 전지전정하고 바닥표면을 다시 고르고 재배치하고... 우려했던 데로 시민정원사와 자원봉사자가 몇 명 나오지 않아 회장단과 함께 파김치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튼 날엔 꽃담회원들은 물론 많은 자원봉사자 분들이 오셔서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다들 생업이 있고 주말의 다양한 일정들이 있지만 좋은 일이니 함께 참여하고 싶다는 시민들의 재능기부 정신은 충분히 높이 살 수 있었다. 특히 참가자 몇 분은 이런 일들이 손에 익어선지 식물을 배치하고 흙을 파고 심고하는 게 손놀림이 전광석화처럼 빠르다. 고마웠던 건 꽃담아카데미 출신 중 타 지역(서천)에 거주하시는 분도 오셔서 꼬박 이틀 동안 참여해 주셨고, 시 담당부서에서도 물차를 보내줘 관수해 준 것도 고마운 일이었다. 점심을 현장에서 자장면으로 때워 가며 속도전을 낸 결과, 이튼 날 오후 3시경 시민정원사가 만든 1호 정읍시민화단을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시민정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꽃과 정원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실전경험이 적어 힘들어 하였으며, 대부분 꽃과 정원이 처음인 초보 자원봉사자들이라 전정, 식재 등의 작업이 어려운 분들이 많았다. 따라서 정읍시의 꽃과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이런 기회도 자주 생겨야 하겠지만 이런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꽃과 정원에 대해 역량있는 시민정원사들이 많이 육성되었으면 좋겠다. 서울, 수원, 순천, 성남시 등은 이미 다양한 도시녹화 업무 중 꽃길이나 화단, 가로수 관리 등의 업무는 시민협력단이나 시민봉사단에 맡겨 시민들이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 이것은 시민들이 행정업무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참여 민주주의의 선순환을 가져오는 시발점으로써 시민들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아무쪼록 이번에 만든 우리 정읍의 시민정원이 전원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함께 자생화를 보다 더 친숙하게 접하고 공부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사색할 수 있는 쉼터로 자리잡길 기대해 본다. 

송 정 섭  이학박사(2000, 서울시립대) 
· (사)정원문화포럼 회장(2014~)
· 농식품부, 산림청, 서울시, 경기도 꽃 및 정원분야 자문위원(2014~) 
· 농촌진흥청 화훼분야 연구원, 화훼과장, 도시농업과장 역임(1981~2014)
· 서울특별시, 경기도 시민정원사 양성 전문강사(2005~)
· 최신화훼, 생활원예, 도시농업, 자생식물 외 다수 집필(1989~)
· 꽃, 정원, 도시농업, 귀농귀촌 분야 강의 컨설팅 자문 평가(2006~) 
· SNS 페이스북 365일 꽃이야기 운영자 및 꽃담 회장(2011~)
· 정읍시 쌍암동 귀농(2015~)
· 꽃과 정원교실 ‘꽃담아카데미’ 개원 (내장산 송죽마을, 2016~, 4기 완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저작권자 © 정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