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여름 이맘때, 어머니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집으로 향했다.

3년 전 비교적 약한 뇌졸중(뇌혈관질환) 판정을 받고 약물 치료를 받아오다 성실하게 약 드시는 것을 잊고 지냈던 탓이었다.
119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정읍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2개월만에 퇴원했다. 서울 동생네(이모) 집에서 2개월 넘게 요양하다 시골로 내려왔다.
어머니는 뇌세포 파괴로 인해 기억력도 그렇고 우측 다리, 언어능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감사하게도 꿋꿋하게 잘 버티고 계신다.
1년이 지난 올 봄, 어머니는 잘 버티고 계셨지만 채전 밭작물들은 주인의 상태를 단박에 알아차린 모양이다.
어설픈 아들 둘이 손보는 밭의 농작물은 태업했다. 예전처럼 자라지도 않고 시름시름거리다 이내 말라죽기 일쑤였다.
마을에서 생강농사 잘하기로 유명했지만 탈모걸린 머리카락처럼 죽어나갔고, 올 봄 손바닥만한 마늘밭은 말라죽은 마늘만 그득하다. 그 옆 일하기 싫은 아들들이 심어 놓은 도라지 밭은 풀만 우하다. 어설픈 사람들이 그져 밭을 왔다갔다만 하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어르신들이 늘 하시던 말씀이다. “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져 심어만 놓고 대충해도 잘 자라는 것으로 알았는데, 어머니의 관심과 발걸음소리를 듣고 그렇게 잘 자랐던 모양이다.
“맑은 공기 마시면서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짓고 살아야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이 농부로 인정받기까지 농작물의 비웃음을 이겨내는 일도 보통이 아닐 것 같다.(이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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