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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단체 카톡방에 고교동창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아내와 같이 걸으면서 보고 느낀 것을 사진과 함께 쓴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동창부부가 적지 않는 나이임에도 글자 그대로 자못 순례자같은  모습으로 느껴져 새삼스레 우리 인간들이 길을 걷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하였다. 걷는 길로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세계에서 두 곳이 있다고 하는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일본의 ‘와카야마현 구마노고도(熊野古道)’ 순례길이라고 한다. 전자가 예수의 열두 제자였던 ‘야곱’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약 800km에 이르는 기독교 순례의 길이라 한다면, 후자는 서기 8세기경 ‘홍법대사’가 일본 와카야마현 고마노지역내 고야산(高野山)을 중심으로 일본토속신앙과 불교를 혼합하여 융성시킨 300km에 이르는 불교 순례의 길이라고 한다. 공통적으로 이 두 길은 외래 종교를 전파시키기 위해 고난의 길을 걸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유네스코(UNESCO)’로부터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보편적 가치를 높이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날에 사람들이 이러한 길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본래의 종교적인 수행보다는 그 가치에 부합하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시달린 사람들의 심적 위안과 정신적 충만감을 찾기 위한 힐링(Healing)과 치유의 과정으로 걷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 삶 자체를 만남과 떠남으로 깨닫고 걷는 중에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새로운 자신을 탐색하는 계기가 되어 관심의 이유가 된다고 한다. 오래 걷는 동안 상념과 명상 속에 마음을 비우게 되고 우여곡절 순례 끝에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면 사람들은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아마 눈물을 흘리며 끝냈다는 기쁨과 다시 떠나야 한다는 슬픔이 교차함을 느끼게 되고, 길이 끝나 마무리 지어도 마음속엔 다시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찌 생각해보면 인생길은 어떤 의미를 찾아서 떠나는 긴 여정이기에 순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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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K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쿠오바디스와 행로난’이란 제목의 글에는 옛 현인들은 하늘의 뜻을 알기에는 너무 짧은 유한한 인생이기에 ‘걷고 또 걸었다’고 쓰여 있다. 그들은 하늘의 선함이라는 것이 본래부터 자기생애와 실존을 넘나드는 범위에서 펼쳐진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이를 실현코자 한다면 그 길이 험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기꺼이 길을 걷고 또 걸었다고 한다. 즉 그들에게는 걷는 자체가 답이었기 때문이라고 쓰여 있다. ‘사람은 걸을 수 있을 만큼 존재한다’라고 말한 프랑스의 학자인 ‘이브 파칼레’가 쓴 ‘걷는 행복’이라는 책에는 ‘나는 생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모른다. 그러나 걷는 것은 하나의 목적이 있다. 한 발을 다른 발 앞에 놓는다. 그리고 기쁨이 뒤따라 올 때까지 다시 시작한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 즉 저자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나를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주기 때문이고, 걷는다는 것이야말로 인생과 같다고 확신하는 그는 목적지는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것은 오직 우리가 걷는 길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흔히 인생을 길에 비유하기도 한다. 우연히 만나는 갈림길에서는 선택을 하여야 하고,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 우리는 걷고 있는 것이다. 길을 걷는 인간에게는 길 위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각자가 다양하다고 본다. 걸으면서 자기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것이며, 자기 자신과의 대화는 다른 사물과의 만남으로 확대된다 할 것이다. 그리하여 한 줌의 햇빛, 한 줄기의 바람, 한 포기의 풀이 새롭게 다시 보이고 본래부터 자신에게 지니고 있던 감수성을 자극하여 창조하는 삶의 원동력으로 충전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만 발을 내딛고 걷는 것은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것이며, 걷다가 우연치 않게 뒤를 돌아보면 오던 길인데도 보이지 않았던 과거의 모습을 새롭게 보여주기도 한다. 어찌 생각해보면 살아 있는 한 우리들의 삶은 모두가 각자 다 자기 맘속에 있는 길을 끊임없이 걸어간다고 하겠다.                                            하  철(전 전읍시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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