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샘”

1. 샘(井)의 발견
물은 공기, 빛과 더불어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생존하는데 필요한 3대 필수

요소이다. 원시인류는 먹는 물을 강이나 하천, 계곡, 호수 심지어 웅덩이, 빗 물에서 얻었다.

노천의 물은 각종 오염원에 노출되어 그냥 먹을 경우 병들거나 생명을 위 협하기도 한다.

문명이 고도화된 오늘날에도 지구 곳곳에서는 식수가 부족하고 오염된 물 을 먹고 사망하거나 고통 받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인간은 지능이 높은 영장류 중에서도 데이터 축적과 데이터 활용능력이 뛰어나다. 최근 인 간과 세기의 바둑대결을 펼쳐 세상을 놀라게 한 알파고(AI)는 구글 딥마인드 (DeepMind)사가 개발한 바둑 프로그램으로서 데이터의 집적 산물이다. 井자 는 본디 지하에 흐르는 천(川)을 돌 또는 목재(二)로 물막이(川二)를 하고 물을 가두는 상형문자(丼)로 이루어졌다. 고대 부족국가의 샘도 부족민들이 생수

자연삶연구소 오 종 상

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으로 얻어진 산물일 것이다.
샘의 발견은 수렵채집과 이동생활을 하던 원시사회의 의식주문화를 농경생 활과 집단주거문화, 세탁문화를 형성하는 문명사회로 바꾸어 놓은 천지개벽

과도 같은 것이었다.
샘은 인류가 생존을 위해 개발한 것 중 최고의 걸작이자 위대한 선물인 것

이다.
샘물의 쓰임새는 식수와 생활용수, 농작물, 가축을 기르는데 필요한 농업용

수, 방화수, 허드레 물까지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샘은 생수를 얻는 공동시설일 뿐만 아니라 주민이 이웃과 접촉하면서 음식, 가풍, 혼담을 나누고 품앗이, 두레, 향약 등 노동력을 조달하는 창구로서 역

할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샘 공동체문화로 발전했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1960년대만 해도 자연부락의 샘가풍경은 아낙네

들의 주된 공간으로 밥 지을 곡물을 씻고, 세탁과 아이의 멱을 감기고 김장 거리를 씻느라 북적이며, 양동이에 물을 긷던 물지게꾼의 생활 현장이었고 빨래 방망이 소리만 들어도 아낙네의 집안 사정을 헤아릴 수 있는 그런 곳 이었다.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샘을 신성시 한다. 샘 문화를 살펴보면 자연부락에서 는 매년 칠석날이나 백중날을 택해 마을 공동 샘의 안팎을 대청소한다. 또, 고사의식으로 샘에 금줄을 치고 제사음식을 차려놓고 대동 굿 한마당을 펼 친다. 그 만큼 샘은 주민의 생존에 중요한 시설이었다.

샘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오늘날의 샘은 형태만 바뀌었 을 뿐 여전히 존재하며,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인간과 샘은 운 명공동체로서 지구상에 인간이 존재하는 한 샘의 역사도 지속될 것이다.

2. 샘과 정읍
정읍(井邑)의 지명은 샘 바다(井海)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샘 바다는 지금

의 정읍시 신정동 일원이다.
정읍은 삼한시대 마한에 속한 고을이며, 백제시대에는 정촌현(井村縣) 이었

다가 757년 통일신라시대에는 정읍현으로 불렸다.
샘(井)을 기반으로 한 도시명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정읍의 유래를 전하는 문헌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정읍은 이웃

도시인 빛 고을 광주(光州)나 온 고을 전주(全州)처럼 추상적인 지명과는 달 리 특이하게도 샘(井)이란 시설 명칭을 지명으로 쓰고 있다.

뭔가 의미가 남다른 대목이다.

오랜 세월 구전(口傳)돼 오던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전설 속의 샘 바다(井 海)가 훗날 마한의 어느 한 부족장에 의해 개발된 바로 그 샘의 발원지가 정 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찍이 샘을 보유하고 샘 공동체문화를 누렸던 옛 정읍은 어느 지역보다 선진화된 사회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때 27만여 명의 인구가 정주하던 고장 샘 고을, 사람이 많이 모여 산다 는 것은 그 만큼 먹고 살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다는 뜻일 것이다.

지난 6월 다낭에서 만난 여행가이드가 전하길 지난해 다낭의 유지 9명이 한국 관광을 다녀왔는데 여행 경비와 쇼핑으로 쓴 돈이 무려 3억 원이나 된 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일행에게 정읍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은 무엇이냐고 묻자 일행들은 내장산 단풍이나 동학, 우도농악, 한우 등이라고 말했지만 필 자는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필자의 생 각은 정읍은 정읍다워야 하고 정읍은 샘으로 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필 자는 여행가이드에게 정읍은 샘의 도시이며, 정읍시는 샘물을 개발해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 생수 보시를 한다고 소개했다. 일행 중 한 사람은 물맛이 기막히다고 거들기도 했지만 정읍의 대표 관광자원을 샘이라고 선뜻 말할 수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쉽다. 우리가 그동안 샘과 샘 공동체문화를 잊고 지 역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한동안 되뇌었다.

3. 정읍의 대역사를 시작하자
어느 한 부족장의 선택이 인류문명사를 가르듯 고대 정읍이 누렸던 샘의

역사를 우리는 다시 쓸 수 있다.
명색이 수 세기를 샘 고을로 명맥을 유지해온 고장으로서 그 근원을 찾는

일은 당연한 시대적 사명이다.
정읍이 우선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샘 공동체문화의 주역이자 산증인인 70

대와 80대 세대들이 생존해 있을 때 그 분들이 향유했던 샘 문화에 관한 자 료를 발굴하고 수집하는 일이다.

샘은 정읍의 상징물이며, 유.무형의 자산이다. 정읍이 샘의 고장답게 샘과 샘 공동체문화를 새롭게 조명하고 정읍인의 정체성과 미래의 먹거리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하며, 이를 문화적 자산으로 키우고 산업자원화 해야 한 다.

정읍시가 샘을 모티브로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내장산문화광장의 내장산귀 갑약수, 정읍사문화공원의 정읍사달님약수, 충무공원의 이순신약수, 생활체육 공원의 사발통문약수, 황토현전적지의 전봉준약수, 입암산의 갓바위약수, 정

토산의 효자약수, 구절초지방정원의 구절초약수, 내장산리조트의 용혈약수, 정읍사관광지의 정해상선약수 등은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약수시설은 스토리텔링 하여 특화하고 샘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해 문화상 품화 할 수 있다.

내장산 귀갑약수 설화는 거북공주를 모티브로 한 설화이다. 내장산 귀갑약 수를 기점으로 서래봉, 불출봉, 망해봉, 연지봉, 까치봉, 순창고개, 장성새재, 북문, 입암산, 갓바위, 거북바위에 이르는 거북공주의 동선을 따라 주변 자연 물을 스토리텔링 하고 거북공주 순례 길로 조성해 내장산 관광의 새로운 명 소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또, 시민은 물론 지구인들이 샘 문화를 함께 공유 할 수 있도록 샘 井자의 두 이(二) 변을 딴 ‘샘2 약수데이’와, ‘샘2 큰데이’ 등 샘의 날(Day)을 지정.운영하고 이를 수용할 샘 역사관, 샘 설화관, 샘 스 토리관, 샘 문화체험관, 샘물테마 휴양관 등의 맞춤형 문화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샘 문화조성은 정읍의 대표 브랜드 개발과 캐릭터산업 육성을 견인하고 지 역 농.특산품의 6차 산업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지역 주민의 창업 지원 및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됨으로서 정읍의 100년 먹거리를 생산할 토대 를 구축할 수 있다.

꿈은 도전과 모험 없이는 실현할 수 없다. 정읍의 샘솟는 번영을 위하여 100년의 먹거리를 찾아 다 같이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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