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자연삶연구소   오 종 상

 금년 여름은 유난히 폭염과 가뭄으로 모두가 힘든 계절이었다.
 111년만의 폭염 속에 농민들의 주름살은 깊어지고 시름소리는 커졌다. 벌써부터 추석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힘든 건 너나 나나 매한가지라고 서로를 위로해보지만 그늘진 얼굴엔 쉽게 햇살이 들지 않는다. 웃으면 복이 온다. 팔월 한가위에 함께할 사랑하는 가족들을 웃음으로 맞이하자. 내년을 기약하며 어깨를 펴고 억지로라도 웃어보자. 스마일.
 우리나라의 전통가옥 한옥은 농경사회의 영향으로 초가집이나 기와집이 모두 마당을 끼고 있는 구조이다. 집 마당은 소통의 광장이자 작업장인 동시에 곳간이요, 운동장과 놀이터의 다목적 공간이다.
 한국전쟁 이후 베이비 붐 세대가 북적이던 집 마당의 풍경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놀이문화로 제기차기, 돌차기, 자치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못치기, 땅따먹기, 비석치기, 팽이치기, 널뛰기, 오징어놀이, 댕강놀이,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오자미놀이 등 대동소이한 아이들의 놀이가 집 마당에 함박꽃을 피웠다.
 집 마당을 벗어나서도 마을 공터나 학교운동장에서도 이런 놀이들이 성행했다.
 그 당시에는 딱히 정형화된 아이들의 놀이프로그램이 없었고 단지 전래된 놀이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어울리며 즐겼다.
 허나 지금은 세대도 바뀌고 놀이문화는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광속적인 산업기술의 발달과 아파트문화는 집 마당의 기능축소와 놀이문화를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
 IT와 인터넷의 보급은 집 마당에서 뛰놀던 아이들을 게임방으로 불러들이고 PC테이블 앞에 묶어 놓았다.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 방에 갇혀 고립된 생활을 하는 아이가 늘어났다.
 산업화가 가져다준 물질적 풍요와 달라진 놀이문화는 아이들의 신장은 키웠지만 비만과 체력저하로 이어졌다.
 취미는 인간의 삶의 가치를 높인다. 그래서인지 취미를 생업화하여 성공한 자영업자나 직장인은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산다.
 학교는 규격화된 예체능 학습프로그램 이외에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이렇다 할 놀이프로그램을 제공하지 못했다. 방과 후 아이들은 부모가 원하는 예체능학원을 한 두 개쯤 다녀야 하고 아이들은 이마저 선택권이 없어 좋든 싫든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저 아이들에겐 하루의 일과일 뿐 아이들이 성장해도 취미생활로 이어지질 않는다.
 학교에서는 나름대로의 예체능 학습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학부모는 사교육비 부담을 감내하면서도 효과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서예, 그림, 웹툰, 조각, 공예, 록밴드, 국악, 매직, 판토마임, 연극, 영화, 드론, 로봇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예술과 음악, 스포츠는 아이들이 스스로 취사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텃밭의 상추모종도 제때 물을 주고 가꾸어야 삼겹살 쌈 상추로 자란다. 아이들의 문화에 무관심과 투자없이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이다. 지금껏 지역문화가 꽃피우지 못한 채 재 자리 걸음을 하는 것도 어른스럽지 못한 이기심이 부메랑이 된 것이다. 지역의 건강한 공동체 육성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이 학교와 출신의 경계없이 또래공동체문화를 형성하고 끊임없이 교류하며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학부모와 교육계, 지역사회, 자치단체가 아이들의 문화에 관한한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이들이 맘껏 재능과 끼를 발현할 수 있도록 축제의 장을 마련하고 지원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의 문화투자에 인색했다. 성장판이 쉴 새 없는 우리의 아이들이 밝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이제라도 아이들의 몫은 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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