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은 불의에 항거해 역사 바로 세운 근간”

도올 김용옥 선생이 ‘녹두꽃에 피어난 촛불’을 주제로 정읍시립국악단 ‘천명’ 공연과 함께 특유의 열강을 펼쳐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26일 정읍시에서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을 기념하는 특별강연을 가졌다.
저녁 7시부터 정읍사예술회관에서 진행된 특강에는 동학농민혁명과 도올 선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1000여명이 찾아 성황을 이뤘다.
또한 야외공연장에 설치된 300인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중계돼 강연장에 입장하지 못한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도올 선생은 지난 2017년 동학농민혁명 123주년을 기념해 기획되었던 대형 창무극 ‘천명’(天命)의 대본을 집필했을 만큼 전봉준 장군과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애착을 가졌다.
강의는 총 3부로 진행됐다. 1부는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 1824~1864)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최제우는 민족 고유의 경천사상을 바탕으로 다양한 민중사상을 융합해 시천주(侍天主)와 다시 개벽(開闢 사상이 핵심인 동학(東學)을 창시한 교조이다.
도올 선생은 “최제우가 신분제의 벽에 막혀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1860년 4월 5일 심한신전(心寒身戰)으로 깨달은 것이 시천주 ‘한울님’이다”며 민본성(民本性)을 강조했다.
2부에서는 해월(海月) 최시형(崔時亨, 1827~1898)을 논했다. 최시형은 최제우에게 동학을 배우고 최제우 사후 그의 한문 저술을 모아 ‘동경대전’, 한글 가사를 모아 ‘용담유사’를 간행한 동학의 제2대 교주이다.
도올 선생은 “최제우가 깨친 사상을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따를 수 있도록 표현한 용담유사는 농민과 함께하는 혁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됐다”고 밝혔다.특히 “동학사상은 과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대에까지 이어져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 정신이 짧게는 구한말 의병활동과 독립운동, 5.18 광주민주화운동부터 길게는 촛불시민혁명까지 고비마다 불의에 항거해 역사를 바로 세운 근간이 됐다”고 강조했다.
3부는 동학농민혁명의 대표적인 지도자 전봉준(全琫準, 1855~1895) 장군으로 이어졌다.
도올 선생은 전봉준 장군이 사발통문(沙鉢通文)을 작성하고 보국안민(輔國安民), 제폭구민(除暴救民), 척양척왜(斥洋斥倭) 기치를 내걸고 1894년 1월 10일 고부군수 조병갑을 습격한 고부봉기를 시작으로 동학농민혁명의 시작됐음을 역설했다.
이어 “당시 전주성을 점령한 동학농민군이 전라도 각지에 설치한 지방자치기구 ‘집강소(執綱所)’는 민중이 주체가 되는 최초의 민주정부라 할 수 있다”며 “조선시대처럼 돈과 학벌 등에 따라 신분이 고착화되는 ‘헬조선’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신분제가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읍시민은 이러한 역사에 대한 철저한 인식을 바탕으로 역사의 주체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자격이 있다”며 “시민들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인식을 새롭게 할 것”을 주문했다.
유진섭 시장은 “동학농민혁명의 성지인 정읍시민으로서의 긍지와 애향심을 느끼게 해준 의미 있는 강연이었다”며 “시민 모두가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정읍의 역사를 열어 가자”고 당부했다.
한편, 도올 선생의 특별강연은 3부작으로 제작돼 1부는 5월 7일(화)과 11일(토), 2부는 14일(화), 3부는 21일(화) 7시40분 KBS1TV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이준화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저작권자 © 정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