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운 칼럼

눈도 오지 않는 텅 빈 정읍들판을 거닐어 본다. 겨울이면 배들평야에서 내장산까지 허벌나게 내리던 정읍눈은 이사를 간 건지 아예 이민을 간 건지 눈 구경하기 힘든 기후변화다. 눈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는 시민들이 많으리라. 눈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만큼 정읍 역사교육의 올바른 방향전환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은 선발의 척도로써 가장 합리적인 도구이기도 했다. 교육은 열악한 환경에서 나고 자라도 신분상승의 지름길이기에 우리의 교육열은 어느 나라보다 대단하다. 이런 교육열이 가난한 나라를 부강한 나라로 발전시켜 왔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학입시제도가 시도 때도 없이 자주 바뀌는 나라도 지구상에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에게 교육제도는 아주 민감한 사안으로 자리 잡힌 나라가 되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월성 교육이냐 보편성 교육이냐로 이념논쟁을 하는 나라도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교육문제는 단지 교육만이 아닌 사회문제가 되었다. 사실, 이런 이념논쟁의 교육문제나 입시교육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보고 배우는 지역의 역사교육이다. 그럼에도 사회는 교육의 전부가 입시교육인양 언론마저도 대학입시만 조명할 뿐이다. 요즘은 예산이 부족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에 어려움이 많은 세상은 아니다. 학습증진을 위해 편성된 예산이 많아 오히려 그 예산을 다 소진하지 못해 고민할 정도이다. 주어진 예산이 정작 우리고장에 대한 역사교육으로는 제대로 사용되고는 있는가 묻고 싶다.  정읍은 예부터 드넓은 평야와 첩첩산중의 자연환경이 어우러진 살기 좋은 고장이다. 정읍사와 상춘곡의 배경이 된 고장으로 우리는 자긍심을 갖고 산다. 곳곳에 여러 문화재가 보전되어 있는 고장이기도 하다. 아울러 들판에도 산에도 강에도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이 흘러넘치는 고장이다. 태인의 3.1운동과 독립자금을 지원한 보천교도 자랑스러운 우리 정읍의 역사이다.  독립 운동가를 배출한 고장이기도 하다. 이런 역사를 많이 가지고 있는 고장이 전국에 몇 곳이나 되겠는가? 자긍심이 넘쳐나도 모자를 판인데도 우리 자녀들에게 정읍에 대한 자긍심은 얼마나 있을까 묻고 싶다. 우리 고장에 산재해 있는 유적지를 모르는 학생이 태반이다. 백정기 의사를 아는 학생이 거의 없다. 백정기 의사 기념관이 영원에 있다는 것을 아는 학생도 거의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내장산 단풍이 예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과 전봉준 장군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고장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나라의 역사가 올바르게 보인다. 내 고장의 역사를 알아야 내 고장을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다. 내 고장에 대한 자긍심이 있어야 내 자손에게 남들에게 내 고장을 알릴 수 있다.   
 학교교육을 통해 배운 것이 정읍사, 상춘곡, 동학농민혁명이 고작인 나에게는 고향에 내려와 살아 온 지난 10년은 다시 정읍을 배우고 익혀가는 과정이다. 나의 게으름으로 정성스럽게 많은 내용을 담아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김재영 박사의 인문학 강의에서 내가 정읍인임을 각성하게 되었다. 이런 강의를 초등학교부터 일찍 배웠다면 30년 넘는 도회지살이 내내 남들에게 정읍을 자랑스럽게 알렸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체계화된 정읍역사교육의 방향을 세워야 한다.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 그 9년 동안 수련회활동이나 소풍, 백일장, 그리기 대회 등을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개별학교가 알아서 하리라는 막연한 기대가 수십 년 동안 우리 고장의 역사교육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진 원인이다. 새해벽두에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겨울방학동안 정읍교육지원청과 정읍시 그리고 학교와 학부모들로 협의체를 결성하여 올해부터 정읍역사교육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협의체에서 9년 동안 우리 학생들에게 ‘정읍의 역사교육을 어떻게 가르칠까’, 단계별 권고사항을 학교에 제시해 주어야 한다. 우리 것을 먼저 아는 교육이 입시 교육보다 우선이어야 진정한 교육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정읍 방문의 해’이다. 지난 한 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읍을 방문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정읍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서 모두가 정읍의 홍보대사가 되는 날이 진정한 ‘정읍방문의 해’가 되는 날이라고 본다. 어릴 적에 고향이 자랑스러워야 타지 살이 하다가도 다시 고향을 찾을 것이고, 고향을 위하는 마음이 영원할 것이다. 좋은 대학을 많이 가는 정읍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래서 으뜸인재양성을 위한 예산 편성을 비판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입시교육에 편성된 예산의 반이라도 역사교육에 예산을 편성하여 미래의 정읍홍보대사들을 키워 가야한다. 정읍을 제대로 모르고 잘되면 정읍을 외면하는 소수의 인재를 키우겠는가? 아니면, 정읍을 제대로 알고 정읍을 위해 사는 많은 인재를 키우겠는가? 누구에게 물어봐도 답은 자명하다. 우리가 올바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하루빨리, 정읍역사교육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정읍신문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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