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요즈음 정읍시가 주관하는 ‘으뜸인재사업’에 대해 시민사회의 의견이 분분하다. 필자 또한 정읍시민의 일원이자 정읍시학원연합회 대표로서 소견을 밝히고자 한다.

  소위 명문대학과 ‘인-서울’ 합격률을 높이고, 지역 우수학생의 유출방지와 인재유입을 도모하자는 것이 으뜸인재 사업의 기본취지였다. 그런데 사업 진행방식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고, 이에 대해 정읍신문은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이상길 시의원도 지난해 행정감사에서 “으뜸인재사업이 수도권 위탁업체와 관내 고등학교의 수익사업으로 변질되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학원연합회는 침묵했다. 왜냐하면,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학교 선생님들의 노고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상급기관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공문에 갇혀 선생님들은 질식할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도 “지금은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많다. 선생님들은 이런 아이들을 20~25명씩 끌어안고 하루 8시간 이상을 견뎌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파행의 이유는 사심이 개입되었다기보다 처음부터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선생님들이 본 사업을 내실 있게 기획하고 실행하기란 무리였다고 이해한 것이다. 또한 본 사업과 관련한 섣부른 개입이나 발언은 시민사회부터 소위 '밥그릇 싸움'을 벌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었기에 학원연합회는 침묵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고육지책을 감수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정읍 학생들의 대입결과가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 둘째, 본 사업이 계속 파행으로 흐를 경우 학교보다 학원에게 더 치명적이다. 셋째, 지역 학원의 역량에 대한 폄하가 도를 넘었다. 지금은 교육문제로 인한 인구 유출이 생계 요인을 압도한다. 이로 인해 인구가 줄어들고 정읍시가 도시기능을 상실하면, 학교 선생님들은 타 지역으로 전근을 가면 되겠지만 지역의 강사들은 생존의 터전을 잃게 된다. 또한, 서울 강사라면 무조건 숭배에 가까운 교육사대주의 행태를 보이는 것도 무척 아쉽다.
 생각해보자. 과연 서울에서 실력 있는 강사가 정읍까지 내려올 수 있겠는가? 과거 수도권에서 스타강사로 활약하다 귀향한 B원장은 “자본의 논리는 냉정하다. 수도권 어떤 학원도 정읍 아이들을 위해 양질의 잉여 강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라고 단언한다. 또한, “서울 대형학원들은 서로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경쟁이 치열하다. 전투력 있는 강사 한 명을 양성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유능한 강사를 빼내서 정읍까지 내려 보낸단 말인가?”라고 반문한다. 
 자기비하는 인간의 고질병이다. 마음을 열고 눈을 크게 뜨고 보자. 정읍에도 실력 있고 열정적인 강사들이 많다. 그들의 공통점은 사명감과 애향심이 강하다는 것이다. 돈만 보고 내려오는 서울 강사들과는 가슴의 온도가 다른 것이다. 필자는 기억한다. “열정보다 더 큰 실력은 없다.”라고 주장하셨던 문상봉 현 정읍고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거듭 말하지만 정읍시학원연합회는 학교와 ‘밥그릇 싸움’ 따위나 벌이려는 치졸한 조직이 아니다. 이곳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원장들이 많다. 또한, 매년 정읍시에 2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하고, 방과 후 교육지원 사업을 통해 지역 학생들에게 연간 1억 4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겨울이면 독거노인들을 위해 연탄을 기증하고, 장애인 보호기관 등을 찾아가 김치도 담가준다. 자랑이 아니다. ‘아름다운 공동체 지향’이 정읍시학원연합회가 꿈꾸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은 것이다. 
 학교를 비롯한 시민사회에 간곡하게 호소한다. 외세에 의존하면 나라가 망한다. 일본의 사례가 말해주듯 자력갱생을 포기한 지방 도시 또한 반드시 망한다. 인구감소로 몸살을 앓는 정읍에서 교육보다 중요한 뼈대가 어디 있겠는가? ‘온 마을이 한 아이를 키운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학과공부는 주역이나 양자역학이 아니다. 외부에서 강사를 초빙해야 할 만큼 어려운 학문이 아닌 것이다. 우리 정읍이 외딴 섬인가? 학과공부 정도를 가르칠 어른이 없어서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아까운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우리 정읍 아이들을 우리의 힘으로 키우자. 정읍의 인재들을 자주적인 힘으로 길러내자. 학교와 학원과 관계기관이 마음을 열고 협력체계를 구축하면 정읍시에 입시명문 고등학교를 얼마든지 육성할 수 있다. 그것만이 가속화 되고 있는 인구 유출을 막아내고, 사랑하는 우리 정읍을 지켜낼 수 있는 길이라고 필자는 굳게 믿는다.

정읍시학원연합회 회장 염영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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