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 광주와 호남이 고립되었을 때, 독일인 기자 힌츠페터의 동영상은 큰 위로와 힘이 되어주었다. 

지금 미얀마 국민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주처럼 총을 들고 외롭게 저항중이다. 그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다. 정읍신문은 미얀마 민주시민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최낙운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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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 될거야

잊고 살았네, 그 날의 아픔과 그들의 꿈을
다시금 떠오르는 그 날의 기억은 먼 데서 달려오네

교실에서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숨어 피던 꽃들이 
억압에 언 가슴 분노로 다 녹아 한줌 두려움 없이 
골목으로 거리로 질풍노도처럼 뛰어가는 꽃들의 외침
오월의 봄날처럼 들려오네

‘다 잘 될거야’

노란 헬멧 쓰고 평화를 애원하는 순수한 꽃들이여
가운데 손가락 세 개 펴고 민주의 꽃을 피워내는 우리 형제여

채 피지 못한 어린 꽃들 최루탄에 물 대포에 쓰러지고
아이를 잉태한 꽃마저 총탄에 허공으로 산화하는 거리
피 묻은 꽃잎들의 신발들이 시체처럼 나뒹구는 거리마다
곤봉과 총탄으로 철철철 피 흘리며 쌓여가는 꽃 무덤

도망가는 꽃들을 내려치고 밟고 질질질 끌고 가는 포악한 군인들
총부리를 겨누고 주검을 은폐하려 죽어간 꽃들을 끌고 가는 잔인한 군인들
나무 관에 뜬 눈으로 잠든 딸 얼굴 부비며 통곡하는 어미의 절규
죽어간 아빠의 영정사진을 부둥켜안고 절망감에 오열하는 어린 꽃의 눈물
쓰러진 꽃들을 부축하며 분주히 뛰어가는 간호사와 의사들의 잰걸음

지금 여기는 광주가 아니라네

금남로에서 도청에서 깨지고 엎어지고 터지고 쓰러져가던 광주를
힌츠페터의 테이프로 숨죽여보던 그 광주를
미얀마의 꽃들이 숨죽여 찍은 동영상으로 다시 보네
소름 돋는 전율로 아픈 상처 다시 시려오네

광주의 얼이, 광주의 용기가, 광주의 정의가
민주의 씨앗 물고 광주에서 미얀마로 날아간 강남제비들 
민주의 씨앗을 퍼뜨리는 거기가 바로 다시 광주라네

거리의 비둘기도 무서워 떠나버린 도시, 외로운 섬처럼 고립된 도시
눈물마저 거북이 등같이 말라버린 슬픔 가득한 통곡의 땅
광주의 미문화원 대신 중국인의 공장들이 불타는 도시
다시 민주주의의 십자가를 메고 양곤의 언덕을 만달레이의 언덕을 오르는
캄캄한 어둠 속에 갇혀버린 조국의 앞날, 밤새 뜬 눈으로 걱정하는 주름 가득한 꽃들이여
한 손 한 손 촛불을 들고 피눈물로 피어나는 또 하나의 광주, 아아 미얀마의 꽃들이여

메마른 땅 뚫고 새순 돋듯, 꽃 봉우리 꽃샘바람 이겨내고 활짝 피어나듯
만발한 꽃들의 거센 물결로 억압의 광풍 몰아내고
쓰러져간 꽃들의 넋을 위한 행진곡이 거리마다 울러 퍼지는 미얀마
보고 싶네
민주의 거름이 된 오월의 봄날 기다리듯
골목마다 거리마다 민주의 꽃향기가 넘쳐나는 미얀마
애타게 기다리네, 광주에서 

다 잘 될거야
가운데 손가락 세 개 펴고 민주의 꽃을 피워내는 우리 형제여

* 다 잘 될거야 - 미얀마에서 시위 중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치알 신(19세 여성)이 입은 옷에 쓰여 진 문구 'Everything will be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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