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금손

녹음이 짙푸른 7월, 그 들 위로 광활한 한낮의 태양이 이글거리는 오후 한 때, 오곡이 여물어갈 채비를 하듯 싱그럽기만 하다.
작은 고추밭 고소한 참깨밭, 함박눈이 펑펑 내리면 따근 따끈 꿀 고구마, 옥수수 등등을 심어 놓은 먹거리들을 둘러보며 요양원에 계신 엄마의 모습을 생각하며 가슴이 절절하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비롯된 문제로 온 우주가 흔들리는 느낌이다.
지금도 연이어 하루어 천명을 넘는 환자가 발생한다는 뉴스를 보며 어서 빨리 평온한 일상이 돌아오기를 염원해 본다.
그토록 무섭고 두려움에 덜던 작년 이맘때 병원 입원을 여러번 반복하시던 어머니께서 혼자서는 할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지셨다.
그러기에 가슴은 아프지만 결심을 하며 요양원에 입소하시던 날, 엄마의 뒷모습은 너무도 외소하고 연약한 쓸쓸함, 힘없는 그 자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자식들은 아무도 말을 잊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코로나19 때문에 작별 인사도 문을 닫고 안과 밖에서 할 수 밖에 없는 슬픈 현실, 엄마가 자꾸만 손수건에 눈물을 훔치신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여기 오니 왜 이렇게 눈물이 난다나, 안그럴줄 알았더니” 하시며 말을 잊지 못하신다. 또한번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아! 어머니 죄송합니다.
어머니께서는 열자식을 거두셨는데 우리는 그 답을 드리지 못함을 용서하세요.
한 여름이면 자식을 먹이기 위해 풋고추와 연합 풋호박, 가지며 콩밭 열무를 작은 치마폭에 따담으며 까만 얼굴 하얀미소가 행복함이 번지시던 모습 떠오르며 힘겨웠을 아픔으로 밀려옵니다.
저 또한 농사일을 업으로 하다보니 절실하게 전해집니다.
자그마한 농수로에 우거진 풀숲사이로 온 종일 조잘조잘 수다쟁이 종달새 소리를 들으며 밭을 메다보면 엄마의 모습이 생각나 가슴이 먹먹합니다.엄마는 무엇이든 못하는 일 없는줄 알았습니다.
당연한줄 알았습니다. 냉장가고 없던 시절 밤 때 되면 부엌에서 분주하게 달달한 손맛을 내주시던 손길, 어린 자식들 배 불리려 조물조물 내놓으시던 손 맛은 어머니 가슴에서부터 손끝으로 전해지는 사랑과 정성이었지요.
그 덕에 어머니 자식들은 마음도 몸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기에 지금도 별 탈없이 지냅니다. 감사드립니다.
엄마! 코로나19 때문에 그 고운손 한번 잡아드리지 못하고 면회한번 제대로 못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1,2차 예방접종도 별 탈없이 잘 맞으셔서 다행입니다.
저는 1차에 많이 고생을 했는데 2차 접종을 마쳐야 엄마를 뵐 수 있겠지요? 하루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엄마의 손길이 닿아서 반짝반짝 빛나던 살림살리, 앞마당 모퉁이에 풀 한포기 남지 않았던 그곳엔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잡초로 무성합니다.
우리 마음까지도 다독이던 엄마의 빈자리는 크고도 큽니다. 언제나 심성고운 그리움으로 남습니다.
아들, 딸, 며느리,사위, 손주들 생일이면 엄마의 따뜻한 금손으로 더듬더듬 전화번화 꾹꾹 눌러 “야야 오늘이니 생일 아니냐! 복도 많이 받고 건강해라” 하시던 시린 목소리가 가슴을 울립니다.
세상을 향해 정성껏 살아오신 어머니의 마음은 결코 다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자식들 마음은 항상 어머니께 향하고 있음을 전하고 싶어요.
엄마가 하신 일, 해주시던 모든 일들은 세상 어디에도 견줄수 없는 보배이고 값진 금손이었음을 기억하겠습니다. 이보다 더 귀하고 값진 표현이 있을까요?
또한 엄마에 힘겨웠던 인생의 뒤안길은 크신 별자리 입니다.
저의 정신적 지주로 가슴속 역사로 남습니다. 그리고 울 엄마도 이세상 엄마들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엄마를 케어하시는 요양원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았던 엄마의 삶의 여정에 다소곳이 활짝 필 채송화의 소박함처럼 어머니께 겸손한 존경을 드립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보고 싶어요.

2021년 7월 어느날 딸 올림

(이평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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