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최대풍속 58.3m를 보이며 가공할 위력을 보였던 제12호 태풍 '프라피룬'으로 인해 정읍지역 역시 3억여원(1일 현재 잠정집계)이라는 재산 피해를 입혔다.
이번 태풍으로 인해 가장 피해가 큰 농작물은 수확기를 앞둔 사과와 벼 등 과수농가로 신태인읍과 북면 등 15개 읍·면·동지역서 2억1천9백여만원 그리고 나머지 상당수 농가에서 벼가 쓰러져 54.4㏊의 도복율을 보였고 비닐하우스도 침수 됐다는 것이다.
타지역보다 그래도 양호한 피해 규모라지만 부모 자식이 혈육의정을 나누고, 조상께 감사 드리는 이번 추석을 맞이하는 이들의 마음만은 착잡하기 그지없을 것 같다.
추석명절이 아름다운 것은 이날이 겸허한 감사의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은 조상께 드리는 우리 고유의 추수 감사절이며, 조상의 음덕을 소중히 여기며 앞으로도 욕심부리지 않고 일가친척과 이웃이 화목하며 우애 있게 부지런히 살터인즉 계속 보살펴 주소서 하고 비는 날이다.
또한 오늘날에는 제각기 바쁘고 경황없게 사느라고 해가 바뀌어도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운 일가친척들을 만나 우애도 다지고 조상들의 회고담도 나누는 날이다.
그러노라면 자라는 세대에게 범절도 알고 반듯한 가풍도 지닌 집안임을 알릴 기회도 얻게 된다.
각지에서 분주한 삶을 사느라고 오랫동안 부모를 못 찾아뵌 자손이 부모 품을 찾아 마음을 위로하기도 하고 돌아가신 분의 묘소 엎드려 회한의 눈물을 흘려 보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일은 곧 산 사람을 위한 일일것이다.
가는데 하루, 오는데 하루를 길에서 내버리는 시간의 낭비가 국력의 소모라고만 말하기 어렵다.
전 인구의 절반이상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은 온 나라를 섞는 일이다.
도시와 농촌간의 대 교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큰 도시의 문물과 정보가 시골로 쏟아져 들어간다. 반대로 시골의 실상과 민심을 도시로 가지고 나온다.
고향땅의 토산물과 함께 잃어 버릴 뻔한 옛 풍습과 예절도 묻어온다.
이 교류로 전국토가 차츰차츰 평준화가 된다. 생활환경은 비록 달라도 생활양식이 비슷해진다. 전국민의 사고방식과 인식이 균질화 된다. 한 나라의 평준화는 될수록 좋은 것이다.
다시 말해 정읍과 서울이 비슷해 지는것 말이다. 어쨌든 올 추석은 토.일요일을 포함한 5일간 연휴가 될 수 있어 그 어느때 보다도 대 인구가 이동 할 것이다. 우리는 명절인파를 귀성객이라고 부른다. 고향에 돌아간다는 뜻이다. 허둥대며 살던 일상에서 문득 정신차리고 돌아가는 곳. 죽음을 맞으면서도 머리를 향하는 근본이 되는 곳이라는 뜻이다. 각지에 나가 사는 사람은 언제나 고향과 교감 속에 산다. 그러나 명절때마다 귀향하는 것은 고향이란 존재의 재확인을 위해서다. 타향에서 탈진한 힘을 고향에 가서 재생시키고 싶어서다.
그러나 오늘의 명절인파가 모두 그 고전적인 의미의 '귀성'은 아니다. 하늘 맑은 계절에 찾아오는 황금연휴의 멋진 휴가를 즐기기위해 나들이를 나가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자손의 도리로 차례를 생략하는 일에 가책 받는 사람들을 위해 콘도미니엄에서 차례를 지내는 것도 이제 예사롭다고 해야할까. 요컨대 추석이 부모와 조상을 섬기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명절이라기보다 휴가라는 측면이 두드러지고, 부모와 조상보다는 거래처와 직장상사에게 인사하는 것이 앞서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추석휴가'가 끝나고 부모님과 친척을 찾아뵙겠다는 자식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모와 자식의 상봉이 현대판 '반보기로' 되돌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옛날 바쁜 시집살이 고추보다 맵다는 시집살이를 하면서 며느리가 친정어머니를 명절 끝에 사돈과 약속한 중간지점서 만나 반나절 동안 그리움을 달래던 애틋한 풍습이 '반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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