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엽 정읍시장이 지난 20일 시 산하 전공무원에게 띄운 장문의 편지를 띄워 관심을 끌고 있다.
유시장은 이날 정읍시청 내부 통신망을 이용 전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직원 여러분들께 드리는 글’을 시작으로 시정을 맡은 지난 6개월동안 자신이 보고 느낀 소회와 공직자로서 의식, 향후 시정운영에 대한 포부 등을 서술했다.
유시장은 먼저 글 첫머리에 "이번 조직개편과 인사이동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할수 있는 분야 및 개인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그런 부분이 시정되고 충분히 보상받을수 있는 제도적, 운영상의 노력을 다해 가겠다"고 밝혔다.
유시장은 이어 "인터넷이나 각종 정보매체를 통해 시민의 목소리가 커지며 상대적으로 공무원들의 목소리가 작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은 공무원들이 시민을 진심으로 받드는 풍토가 조성됐다기 보다는 시대상황에 엎드린 형국이다"며 "공무원들이 권리의식을 버리고 시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회복하자"고 당부했다.
또한 자신이 맡은 업무는 책임지는 공직풍토를 조성해 가자고 강조한 유 시장은 "행정조직과 예산에만 의존하는 시정운영은 개선되야 한다"며 "시민이나 유관기관의 자율적인 협조를 유도해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시정은 공무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며 일침을 가한 유시장은 "공무원들의 전문성 향상도 중요하지만 외부 전문가의 전문지식을 적절히 활용하는법을 알아야 한다" 며 "민간부문과 협조하고 협력해 가는 과정에서 때로는 밥값과 술값도 들수 있는데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속실이나 총무과와 협의하여 시장의 업무추진비를 활용하라"고 밝혔다.
유시장은 글을 마무리하면서 조직내부의 의사소통에 대해 언급하고 "구성원 각자가 시장이라는 의식하에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일을 찾아 추진해야 한다"며 "이과정에서 토론문화의 활성화가 필요한만큼 청내 통신망이나 인터넷을 통해 직원들의 가감없는 의견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편지 전문 소개...

직원 여러분들께 드리는 글


안녕하십니까? 유성엽 입니다.
세월은 流水라 하더니 정말 빠르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제가 시정의 중책을 맡은 지도 6개월 여가 흘렀습니다.
시정경영진단과 조직개편에 따라 단행된 인사이동으로 이사와 정리정돈들 하시느라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특히, 조직개편, 인사이동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분야, 개인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앞으로 그러한 부분이 시정되고 또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적 또는 운영상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면서, 대승적 차원에서의 이해와 협조, 분발을 기대합니다.
계미년 새해를 맞아 직원여러분께 새해인사 겸 시정에 임하는 저의 포부를 밝히면서 협조를 구하는 바입니다.


먼저, 우리 공직자는 시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회복해야 합니다.
관존민비(官尊民卑)라는 말이 통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조선조가 추구한 유교이념에 따라 士·農·工·商을 차별하는 서열문화가 官尊民卑사상을 낳아 民을 官의 종속적인 존재로 인식하였고, 이러한 분위기속에서 관청과 관원들은 당연히 높은 곳, 높은 사람이라는 인식하에 군림이 가능했던 시절말입니다.

이런 시절에 우리 백성들은 당연히 굴종(屈從)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지금은 과거로부터 억눌려 왔던 시민정신이 고양되고 권리주체로서 자리를 찾으면서, 시민이 주인되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더군다나, 인터넷이나 각종 정보매체를 통해서 시민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공직자의 목소리는 작아졌다고 할까요?
그러나, 이는 공무원들 스스로 시민을 진심으로 받드는 풍토가 조성되었다기 보다는 시대상황에 순응하여 엎드린 형국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봉사와 섬김이 없기에 항상 불친절의 문제가 회자(膾炙)되고, 더 나아가서는 민원인에 맞서 폭력을 행사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민원인에게 폭력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시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마음가짐으로 거듭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듭 강조해 말씀드립니다만 이제 우리 공직자는 특히, 정읍시 공직자만이라도 "권리의식(權利意識)"을 과감히 버리고 진정으로 정읍시민과 정읍시를 위해 봉사하고 노력하는 참된 공직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시장으로서 이 "권리의식"을 버리고 조직관리에, 시정의 의사결정에 임하고자 합니다.
혹시라도 제가 게을러져 제 모습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발견되면 언제라도 애정어린 마음으로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그저그런 정읍시장이 되기 보다는 훗날 역사속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그런 시장이 되겠다는 욕심외에는 어떠한 개인적 욕심을 버리고 시정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구태와 잘못된 관행이라는 "썩은 동아줄"을 과감히 놓아버려서 편안하고 떳떳한 마음의 바탕위에서 자부심과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유연하고 부드러운 참 공직자상을 반드시 일으켜 세워야 하며, 그래서 시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책임지는 공직풍토를 조성해 나가야 합니다.

자율(自律)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남으로부터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않고, 자기의 행동을 자기가 세운 규율에 따라서 바르게 절제하는 일을 말합니다.
특히, 조직운영에 있어 자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타율에 의한 업무수행은 능률을 떨어뜨리고 책임전가의 폐단을 낳기 쉽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타율에 길들여져 온 것이 사실입니다. 민원인을 상대할 때 나는 모르니 웃사람에게 가서 물어보라는 식으로 대답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래서는 안됩니다.

자기의 일은 자신의 소신과 책임하에 행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풍토를 조성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논리라야 시대의 흐름을 바르게 읽는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공직풍토를 조성해 나갈 수 있도록 제 스스로 원칙을 지키고, 또 조직을 외풍으로부터 보호해 나가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셋째, 행정조직과 예산에만 의존하는 시정운영은 개선되어야 합니다.
올바른 시정을 수행하려면 시민이나 유관기관의 자율적인 협조를 유도해 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읍천 가꾸기 등을 추진함에 있어 시민이나 유관기관의 참여가 필요함에도 공무원들만 부서별로 책임구간을 정하여 실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러한 방법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시정은 시민과 공무원 그리고 유관기관이 힘과 지혜를 모으고 열린마음을 가지고 머리를 맛댈 때 한껏 효율이 높아지리라 생각합니다.
民과 官이 맞드는 행정을 펼쳐야 합니다. 선진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국가나 자치단체를 보더라도 시민이 빠진 시책이나 축제 등은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또 시정은 행정조직과 예산에 의해서만 수행된다는 생각은 보수적인 생각입니다. 이제는 시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민간부문의 창의와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
행사 등도 시민 자율적으로 추진하도록 권장하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가장 향토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새겨보아야 하며, 또 이러한 행사에 세계각국의 관광객들이 몰리는 이유를 이해해야 할 겁니다.
앞으로 시의 보조는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되, 시민 자율적으로 잘되는 행사에는 인센티브를 확대해 나가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외부 전문가의 전문지식을 폭넓게 활용해야 합니다.

지금은 전문가의 시대입니다.
두루두루 조금씩 아는 것 보다는 좁고 깊게 아는 "T"자형 사고와 이런 사고를 하는 전문가가 우대받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시정은 우리 공무원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우리 공무원도 부단히 노력해서 전문성을 키우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외부 전문가의 전문지식을 적절히 활용하는 법도 잘 알아야 합니다.
공무원들의 행정경험에 전문가들의 지식과 노하우(Know-How) 및 두하우(Do-how)를 접목한다면 트인 사고가 가능하며 市政도 실용과 능률이 배가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시정을 개방하고 민간의 참여를 유도해 나간다면 우리시가 소비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고 명실상부한 생산적이고 활력넘치는 도시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사소한 일이겠습니다만, 민간부문과 협조하고 협력해 나가는 과정에서 때로는 밥값도 들고 술값도 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업무추진비는 시장만의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속실이나 총무과와 협의하여 도움을 받기 바랍니다.


다섯째, 조직내부의 의사소통이 활성화 되어야 합니다.
이제 정읍시청의 구성원 각자가 자신이 시장이라는 의식하에 자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급자의 지시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일을 찾아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에게 아쉬운 것이 있다면 토론문화의 부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상하간에 반목하고 질시하면 조직의 발전은 기약할 수 없습니다. 상하간에 서로 섬기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의사소통을 하여야 합니다.

저는 언제나 우리 직원들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시 청내망이나 인터넷을 이용해서 좋은 의견 주시기 바랍니다.
주시는 의견은 이를 검토하여 가능한 것은 수용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지난 6. 13선거에서 승리한 후, 시민들께 4년 후가 아닌 40년 후를 고민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저 역시 정읍시의 발전을 위해 한알의 밀알이 되는 심정으로 시정을 수행하겠습니다.

계미년 한해도 우리 시민이 평안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며 개발과 보존이 조화로운 정읍시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여러분의 분발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03. 1.

정 읍 시 장 유 성 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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