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

때 이른 추위가 찾아왔다. 가을 단풍의 명소 내장산도 이제 화려한 옷을 벗어 놓고 내년을 기약하며 긴 동면을 준비하고 있다. 
겨울 내장산의 설경도 빼놓을 수 없는 풍광을 자랑하지만 예로부터 조선 팔경으로 명성을 뽐내던 내장산은 사계절 모두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그 중 가을 단풍은 백미를 이룬다. 
우리 모두가 애써 가꾸고 지켜야 할 소중한 관광자원으로 자긍심을 가지기에 손색이 없다. 그러나 올 가을 내장산을 찾은 관광객의 숫자가 작년 대비 현저하게 줄어들어 지역민들의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지난 주 본보 1면 기사에서 언급한 바대로 단풍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찾아오는 10월 21일부터 11월 5일까지 관광객의 변동추이가 작년 대비 5만 7천명이나 급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론 지난 주말 인 11월 12일까지 마지막 단풍을 보기 위해 내장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예년보다 큰 폭의 감소세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아쉬움 때문일까. 2002년도에 개통한 내장산 나들목이 우리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한번쯤 돌아보게 된다. 내장산 나들목이 개통되기 전에는 내장산을 찾는 전국의 관광객들은 모두 현재의 정읍 나들목을 통하여 들어올 수 있었다. 
내장산 나들목을 설치한 이유 중에 하나가 정읍 나들목을 경유할 경우 밀려드는 교통난을 해소하고 관광객들의 차량 체증으로 인한 불편을 덜기 위한 것임을 모를 리 없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른 지역에서 내장산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자동차 네비게이션의 안내대로 대부분 내장산 나들목을 통하여 들어온다고 볼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내장산 나들목이 개통되기 전인 2001년도에 정읍 나들목을 이용하는 차량이 일 평균 8천100대이고, 2022년도엔 4천100대로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관광산업의 기본적인 인프라가 교통난으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고 주차시설을 넓게 확보하여 관광객들에게 여유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다. 
사실이 이러하다 보니 내장산 관광객들은 주로 내장산 나들목을 통하여 들어왔다가 내장산 나들목을 통하여 돌아가거나 인근 백양사, 담양, 순창 등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두드러져 정읍 시내 관광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한마디로 정읍시가 내장산과 단절되어 버린 듯한 느낌을 피할 수가 없다. 관광산업은 현대인의 문화 레저생활이 확대되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렇잖아도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경제의 기반이 급속하게 붕괴되고 있는 현실인데 우리의 소중한 관광자원이 지역 경제에 아무런 보탬이 안된다면 지방 정부를 주축으로 이를 극복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함이 마땅하다.
관광산업이 발달한 외국의 경우 관광도로는 선형을 거의 변경하거나 무분별한 도로 확장을 자제하고 주변의 소소한 볼거리 먹거리를 그대로 살리면서 나름대로의 특성을 살려내고 있다. 지방 소도시나 농촌지역도 교통난 해소라는 명목으로 멀찌감치 우회도로를 만들어 그 지역의 문화나 주민들이 격리되고 폐쇄된 듯한 공간적 의미를 가져다주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읍시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내장산 리조트 연결도로 공사도 많은 헛점을 안고 있다. 도로 공사의 목적이 내장산과 내장산 리조트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안전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예산 부족과 주민들의 반대로 절반의 공사로 남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떠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점은 없는지 뒤돌아 볼 일이다. 
건축물이나 도로는 반영구적인 특성 때문에 당초 정책 입안이나 수립 과정에서 면밀하고 세세한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 당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근시안적인 판단은 장래 예견되는 수많은 악영향과 모순을 시행착오로 연습하기에는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개통되어 많은 사람들이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는 내장산 나들목을 폐쇄하여 또 다른 효과를 얻어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리고 지금 시행 중인 내장산 리조트 연결도로 공사도 상당 부분 진행되어 원점으로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문제점이 노정되었다면 이를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방 정부는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그를 토대로 확보된 예산을 그저 생색내기식 정책을 위해 집행하지 말고 진정으로 시민을 위하고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곳에 집중적으로 쏟아야 한다. 
우리의 내장산은 자손 대대로 물려주어야 할 천혜의 자연이다. 정읍과 내장산은 떼놓을 수 없는 한 몸이다. 내장산을 잘 지켜내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고 내장산을 찾는 이들이 사계절 넘쳐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자고 먹고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더 이상의 기대는 과욕이다. 정읍에 내장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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