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입는 것 먹는 것 그리고 안락한 생활 공간인 집을 확보하는 욕구는 인류 문명의 발달 여부와 관계없이 인간의 삶 그 자체를 이루는 본능적 요소들이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은 이 의식주의 외형을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크게 변화시켰고, 현대의 자본 논리는 의식주 자체가 곧 경제를 이루는 근간이 되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은 대도시 특히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 현상이 가속화되어 지역 간의 격차가 회복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고용, 실업 등 경제 전반의 요소들은 물론 교육 및 의료 그리고 문화 전반에 이르기까지 지방은 인구감소와 맞물려 붕괴 일보 직전에 내몰리고 있다. 주택 문제는 가족 구성원의 안락한 삶의 터전으로써의 의미보다 개인의 부의 척도를 가늠하는 투자 내지 투기의 목적으로 변질되었다. 대도시의 경우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천정부지의 가격이 형성되어 젊은 세대의 결혼 출산 등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이 된지 오래다. 평생을 벌어도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먼 나라의 우화같은 현실에 그들의 절망은 어둡기만 하다. 반면 지방 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은 인구감소로 인한 경제기반의 붕괴에 따라 빈집이 속출하여 이제는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늘어나는 빈집은 각 지자체에 빈집 관리 전담부서의 설치를 유도하였고 빈집 정비법이라는 기형의 법률을 잉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지역도 예외랄 수 없어 농촌지역은 물론 도심 지역마저도 빈집으로 인한 주변 환경 저해 및 경관 훼손, 범죄 유발 우려, 화재 및 안전사고 등 부정적 이미지가 가중되고 있다. 지자체는 관련 법규에 따라 빈집 실태를 의무적으로 조사하여 정비 계획을 수립하고, 철거 대상 건물 공고 및 직권 명령을 통한 자진 철거 유도 그리고 강제 철거 및 철거 비용에 대한 구상권 청구 등 일련의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상향된 예산을 투입하여 강제 철거를 확대할 예정이다. 빈집 철거 후 임시 주거 공간 활용, 예술 및 커뮤니티 센터 설치, 공유 경제 및 창업 공간 플랫폼 활용, 놀이터 및 교육 공간 활용 등 다양한 프로그램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이는 지극히 제한적 형태일 뿐이다. 빈집을 장기간 방치하는 사유재산권도 문제지만 거액의 국가 예산을 투입하여 빈집 철거를 강제화하는 현실도 이율배반이다. 인구감소가 낳은 이 슬픈 현실을 마냥 지켜보기만 해야 할 것인지 지역 특성에 맞는 효율적인 정책 대안은 없는 건지 지자체와 소유주 그리고 주민 공동체간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할 때이다. 

도심 지역의 빈집이야 주거 시설 대용 및 상업적 활용으로 어느 정도 차선의 방법이 가능하지만 농촌지역은 선뜻 마땅한 효용성을 찾기가 난망하다. 지자체는 주민들과의 의견 수렴 후 공동체 주거 환경의 안전을 확보하고 주민들의 복리 증진과 공공의 목적에 부합되는 활용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탁상에서의 공론화가 아닌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주변 여건과의 연계, 주민 의견 수렴, 소유주 입장 등 실질적인 행정을 위한 기초조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귀향 및 귀농인의 안전하고 편안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하여 빈집을 활용한 지원제도를 지금보다 대폭 확대하여 인구 유입을 촉진하고, 농기계 및 차량의 안전한 보관을 위한 공동 주차장의 설치, 쾌적한 주거 환경을 위해 생활 쓰레기 및 농업용 폐자재의 분리 수거장 설치, 주민들의 정서적 문화적 환경을 고려한 공동 텃밭이나 작은 정원의 설치 등은 그나마 주민들의 실생활과 연결된 효과적인 대안이 아닌지 고민해 볼 내용이다. 이제 빈집 문제는 어느 개인의 사적 재산권의 영역이 아닌 공공선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실현해야 할 과제이다. 빈집이 폐허로 남아 가뜩이나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는 우리에게 무거운 짐으로 남지 말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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