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본지 사외이사 겸 논설위원)
정경영 칼럼(본지 사외이사 겸 논설위원)

22대 총선이 코 앞이다. 출사표를 던진 예비 후보들이 크고 작은 행사장을 기웃거리며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눈도장을 찍느라 분주하다. 
어색하기도 하거니와 진정성이 없어 보이긴 변함이 없다. 그들이 품은 뜻은 분명 사람들의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나름의 역할과 소임을 다하겠다는 숭고하고 깊은 가치와 실천 의지로 가득 차 있을 텐데 뭇사람들의 시선에 그 모습이 제대로 보여지지 않은 이유는 뭘까. 
자업자득이다. 벌써 몇 번씩 유권자의 선택을 도둑질한 다선의 경력자나 이제 때 묻지 않은 비장한 각오를 내세우며 나름 신선하게 위장된 초보자나 도긴개긴이다. 
헌법기관 전체를 통틀어 국회(의원)는 신뢰도나 그 역할 평가에 있어 만년 최하위에 놓여 있음이 그 정답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1 년 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완료해야 함에도 매번 그렇듯 오리무중이다. 선거구 획정은 인구, 행정구역, 지리적 여건, 교통, 생활 문화권 등을 고려하고, 인구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농어촌 지역 대표성이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실제로는 오로지 인구수 기준에만 철저히 매몰되어 있는 이 처참한 현실을 저들은 아무렇지 않게 묵인하고 방기하고 있다. 
달콤한 권력의 맛에 도취된 오만함은 어찌어찌 참아낼 수 있다지만 어떤 기대마저도 의심스런 저 무능함은 백약이 무효이다. 지역 소멸이나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앵무새처럼 떠들지만 이제 아무도 저들의 거짓을 믿지 않는다.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정읍·고창·순창·부안, 아무리 뜯어보아도 지역 대표성은 찾아볼 수 없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허수아비 쯤으로 여기는 저들에게 왜 표를 주어야 하는지 개탄스럽다.
 이미 오래전부터 검토해 온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강화, 농어촌의 정치적 대표성 확립, 인구 과소 지역 의석수 보충제도 등 머리를 맞대면 충분히 그 대안을 찾을 수 있음에도 오직 정치적 목적만을 앞세우는 저들의 나태함은 도를 넘었다. 
지금 지역은 소멸을 넘어 사멸에 가까운 급박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투표 가치의 평등 원칙을 왜 인구비례에만 적용하고 지역 대표성은 깡그리 무시하는지 그러고도 입법기관임을 자임하는 태도가 후안무치하다. 
이런 와중에 미래, 비전, 개혁, 원칙, 상식 그들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깃발을 펄럭이며 이합집산을 횡행하고 집권 세력은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반대편은 한없이 무기력하다. 그러고도 어찌 국민을 대표하겠다고 표를 구걸하는지, 진정 지방 소멸 시대의 참상을 모르쇠로 외면하는지 알 길이 없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 대표성을 반영하는 선거구 획정 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책을 기대하기엔 시간이 없어 난망하다. 인구비례를 기준으로 하는 그나마의 선거구도 획정되지 않아 유권자의 선택권은 철저히 무시당하고 정치 신인들은 오갈 데를 정하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아무 연관성도 없는 지역을 누더기처럼 찢어발겨 오직 당락을 위한 목전의 이익만을 고려한다면 그 책임은 두고두고 그들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1996년 선거구 획정과 관련된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시 소수 의견을 낸 일부 재판관의 반대 의견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음을 만시지탄이라 후회하지 말고 정중하게 새겨야 한다. 
“도농 간에 나타나고 있는 경제력의 현저한 차이나 인구 격차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어 지역 이익이 대표돼야 할 이유는 여전히 존재한다.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은 투표 가치의 평등 못지않게 중요하다. 도시에 인구가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를 대표하는 의원 수만 증가할 뿐 지역 대표성이 요구되는 농어촌의 의원 수는 감소할 것이 자명하다.” 면서 당시 선거구 획정 기준인 인구 편차를 넓게 적용함은 표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본 이들의 추상같은 지적에 이제 이번 선거에 임하는 후보자든 유권자든 우리 모두가 대답할 차례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저작권자 © 정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