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 본보 이사겸 논설위원
정경영 칼럼 본보 이사겸 논설위원

고인이 된 대통령 노무현은 어쩌다 말 한마디로 탄핵소추의 불명예를 떠안았다. 이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로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충격적인 대 사건이다. 불과 20년 전의 일이다. 고졸 출신의 비운동권, 단 한 명의 계보도 없이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묵묵한 독행을 온몸으로 싸워온 비주류 대통령은 외로운 고심 끝에 신당을 창당했다. 
그리고 기자회견장에서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뭘 잘해서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 고 더 보탤 것도 없는 원문 그대로의 심중 소회를 드러냈다. 탄핵 세력은 이 발언이 사전 선거 운동 금지 및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놀라운 발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고자 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법 위반행위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고, 파면 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기각 결정을 하였다. 소추 의결로부터 64일의 기록이 멈추지 않는 동안 대통령의 존재는 정지하였다. 
당시 찬성 표시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표용지를 보이며 만면에 웃음을 머금었던 박근혜가 후일 국정농단으로 진짜 탄핵의 역사를 몸소 보여준 사실은 정치의 무상함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현 대통령이 청와대를 거부하고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면서 제일성으로 강조했던 화두는 소통이었다. 구중궁궐에 들어앉아 국민을 외면하는 이전의 통치자와는 뭔가 다르다는 야심찬 전략이었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자신은 매일 아침 출근 시간에 소위 도어 스테핑이라는 문앞 인터뷰로 소통의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였다. 아쉽게도 그 신선함은 그리 길지 않았다. 준비되지 않은 기자들과의 인터뷰는 불통의 부메랑이 되어 중단되고 이후 공식 기자회견이 사라졌다. 언론은 대통령실 직원들의 앵무새같은 브리핑을 받아 적기에 급급하고 국정 현안에 대한 최고 통치자의 방향성은 실종된 조타수와 다름없었다. 
언론과의 직접 접촉을 피하는 속사정을 짐작할 순 없다. 언론의 역할을 무시하는지, 언론에 대한 불신인지, 아니면 언론이 아니어도 국정운영에 자신감이 있다는 뜻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천정부지로 솟는 물가는 민생을 쥐어짜고 대외 무역의 틀은 균열되어 대내외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대북 대화는 단절되어 북한의 도발은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시각은 그들의 입맛대로 당사자인 우리를 외면하고 있다. 민생, 경제, 외교 그리고 국내 정치의 극단적 반목에 대한 최고 통치자의 생각은 무엇일까. 
언론은 질문을 던지고 국민은 이에 대한 답을 듣고 싶어하지만 깜깜이 시간은 벌써 2년에 가깝다.

새해 들어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연두 기자회견이니 대국민 토론회니 갖은 방법이 거론되다가 결국 민생토론회라는 명목의 빈틈없이 각색된 리허설이 전국을 파발마처럼 휩쓸고 있다. 미리 정해진 주제와 지역 현안에 대하여 엄격하게 선정된 참석자들 앞에서 대통령은 거침없는 언사로 정책 이슈를 남발하고 있다. 
무릇 대통령의 토론은 국가적 이슈나 정책 현안에 대하여 진영을 초월한 비판의 소리를 가감없이 들어야 함이 기본이다. 18차례 이어진 민생토론회에서 언급된 지역 현안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투입되는 예산의 산술적인 계산도 의미가 없다. 더군다나 지금은 여야가 총선이라는 생존 게임을 앞두고 대립각이 첨예하다. 
선거의 공정은 한계가 없다. 야당은 명백한 선거 개입을 주장하고, 친여 보수 언론도 이구동성으로 토론회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은 집권 여당의 1호 책임 당원이다. 토론회의 본래 취지나 긍정적 효과를 차치하더라도 실정법이 암시하는 합목적성을 침해한다면 대통령의 불편부당은 국가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경험은 미래를 견인하는 수레바퀴이다. 공정과 상식은 어느 누구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모두의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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