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읍신문

나의 주장//


심요섭 변호사

정부가 2007년 1월 1일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했습니다. 정부가 국립공원의 공공성(公共性)을 제고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에게 문화 ·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당시 정부는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향상시켜 준다고 홍보했습니다. 이로써 모든 국민들은 국립공원을 무료로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내장산 국립공원 입구의 매표소에서는 ‘입장료’를 받고 있습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입장료를 받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공짜입니다. 다만, ‘공짜’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내장사가 공원 입장료인 것처럼 말하며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부당한 것입니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이 매표소를 사찰 입구쪽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해왔습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무료로 공원만 이용할 것인지, 돈을 내고 조선동종(지방문화재 49호)을 관람할 것인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장사는 시침 뚝 떼고 현재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계속 징수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내장사가 조만간 올바른 결정을 내릴 거라 기대했습니다.
사찰이 화끈하게 조선동종 관람료를 폐지하길 원했습니다. 내장사가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매표소를 사찰 입구쪽으로 이전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국회에서 지난 2011년 3월 11일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자연공원에 있는 문화재 보유 사찰과 전통 사찰의 경내지가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지정됩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내용은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지정되면 해당 사찰이 입장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찰은 입장료를 문화재 보수 ․ 관리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국가가 사찰에게 환경개선 비용도 따로 보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에 개정된 자연공원법은 지난 2007년 폐지한 공원 입장료를 부활시켰습니다. 징수 주체가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해당 사찰로 변경되었을 뿐입니다.
정부가 2007년에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향상시키겠다며 공원 입장료를 폐지했는데, 이제 그 말이 무색해졌습니다. 사찰이 공원 내에서 불교 관련 시설들을 쉽게 설치할 수 있어서 자연환경과 문화재를 훼손할 우려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개악(改惡)된 것입니다. 우리가 혹을 떼 내려고 애썼는데, 정부가 뒤통수를 쳤습니다.
대처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은 천만다행한 일입니다. 개정된 자연공원법은 올해 10월경에 시행되며, 정부가 그때까지 공원문화유산지구의 지정 범위 ․ 절차 등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내장사의 사유재산권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에 비하여 자연공원과 문화유산의 공공성(公共性)이 훨씬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현재 내장산 찾기 시민운동은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공원문화유산지구가 사찰의 경내지로 국한되게 해야 합니다. 공원까지 확대되게 해서는 아니됩니다. 사찰 주지가 입장료를 과다하게 결정하게 해서는 아니됩니다.
문화유산지구 지정 대상은 전국적으로 약2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국 20개 국립공원에 약330개 사찰이 있는데, 그 중에서 문화재를 보유하거나 전통사찰로 지정된 109개 사찰이 있습니다.
전국 24개 도립공원 및 27개 군립공원 내에 전통사찰들도 많습니다. 만약 약200개가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지정되어 입장료를 받게 되면, 1년 총수입이 최소한 수백억원에 이를 것입니다.
해마다 어마어마한 돈이 전국 사찰들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것은 공원 이용자들 및 등산객들의 지갑에서 나가는 돈입니다. 우리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나몰라라 해서는 아니됩니다.
이제 내장산 찾기 시민운동은 전국에 불씨를 퍼뜨리는 운동으로 확산되어야 합니다.
모든 국민들이 전국 각지에 있는 국립 ․ 도립 ․ 군립 공원들을 무료로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가 다른 지역의 시민운동에 불을 붙여야 합니다.
자연공원법이 국민들 모르게 개악된 실정에서 우리 지역의 시민운동만으로 목표를 달성하기가 벅찹니다. 내장산 찾기 시민운동은 활동의 폭을 환경부 ․ 공원관리청 등으로 넓혀야 합니다. 사회적 갈등을 다시 일으킨 정부에 항의해야 합니다.
정부가 자연환경과 문화재를 보호하려면 공원문화유산지구 지정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합니다. 불교계가 입장료로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어서는 아니됩니다.
우리는 공원 입장료를 반대합니다. 공원은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개방되어야 합니다. 전국에서 우리 지역이 선두에 서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더 널리 알릴수록 더 많은 지역에서 동참할 것입니다.
입장료 없는 공원! 이를 위하여 앞장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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