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열(호남정촌회원)

부모 되기는 쉬워도 부모 노릇하기는 쉽지 않다. 명문가들은 분명 각기 다른 자녀 교육의 비결들을 간직하고 있다. 모든 진리가 그러하듯이 그 노하우는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누구나 실천할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조선 500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비결은 바로 평범한 원칙을 한두 대에 그치지 않고, 수백 년 동안 지켜오며 실천해온 데에 있다. 아이는 어른의 등을 보고 배운다. 본보기 교육만큼 위대한 교육은 없기 때문이다. 솔선수범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열성적으로 그것만큼 힘든 것도 없다. 본보기 교육은 유대인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진다. 유대인들은 자녀에게 부모의 모범만큼 훌륭한 스승은 없다고 말한다.

자녀 교육의 모범가로 케네디家를 꼽을 수 있다. 케네디의 어머니는 자녀들 교육에 극성스러울 정도였다. 케네디 가는 저녁을 먹으면서 뉴욕타임즈 기사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식탁 교육으로 유명하다. 매일 가정에서 이와 같은 토론식 교육을 받은 케네디는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 닉슨을 압도하여 44세 최연소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자녀 교육의 바이블로 통하는 가장 대표적인 민족은 유대인이다. 지나칠 만큼 자녀교육에 열성적인 엄마를 뜻하는 유대인 엄마라는 말도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유대인들은 탈무드와 성경을 통해 어릴 때부터 자녀들에게 실생활에 필요한 지혜를 가르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500년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명문가들이 있다. 명문가들의 자녀교육법은 유대인이나 케네디 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퇴계 이황은 인맥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교육을 했는가 하면 400여 년 전에 체계적인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학문이 뛰어난 이들이 서로 토론하며 공부하는 것을 중요시 여겼기 때문에, 서로에게 친구로 소개해주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서애 류성룡은 자신이 평생 책을 읽는 본보기를 자녀들에게 보임으로써 이후 8대에 걸쳐 후손들이 벼슬길에 올랐다. 재령 이씨 영해파의 운악 이함 가문은 “지고 밑져라.”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 있을 당시 자녀들에게 반드시 서울 한복판에서 살아야 된다는 서울 입성의 지침을 내렸다. 원칙이나 철학이 없다면 목표 없이 항해하는 배와 다를 바 없다. 위기에 봉착하면 이를 이겨내려 하지 않고 불의와 타협하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대에 권력의 정상에 오르거나 걸출한 인물을 배출하고도 가문이 쇠락하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 삶을 이끄는 원칙이나 철학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공부를 게을리 할 때는 질책과 꾸중이 뒤따랐다. 지조와 자긍심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유산이라고 하겠다. 나라가 아무리 썩어도 교육기관과 사법기관이 썩지 않으면 나라가 유지된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 주위에서 튀는 재판이나 학생지도에 책임은 지지 않고 인권만 따지는 것을 보면 앞으로 매우 걱정된다. 그리스 시대부터 청소년 걱정은 있었지만 오늘날과 같이 흐트러진 모습은 드물었다. 500년을 이어오고 있는 명문가들에서 가장 귀감이 되는 교육은 자녀교육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다. 우리가 이렇게 빨리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이 우수했기 때문이었다. 한 단계 더 뛰어 오르려는 마음이 있으면 교육에 더욱 힘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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