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읍신문

김재영(정읍역사문화연구소장)

6․25는 그간 사변(事變), 동란(動亂) 변란(變亂) 등으로 불렸다. 간지(干支)를 앞에 붙이는 용례에 따라 경인난(庚寅亂)으로 불린 적도 있었다. 이 가운데 사변은 북한의 기습적인 남침을 강조하기 위해서 쓰인 말이다. 굳이 정의를 내린다면 사변이란 ‘전쟁포고가 없는 전쟁’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는 전쟁을 하면서도 전쟁이 아니라는 주장이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용어를 쓰지 않고 있다. 비근한 예로 1931년 일본은 만주를 침략하는 전쟁을 일으켰으면서도 이를 전쟁이라 하지 않고 ‘만주사변’으로 부르고 있다.
전쟁이란 용어를 쓸 경우, 일부에서 동족 간 싸움을 전쟁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서양에서는 왕실 간 싸움도 전쟁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기 때문에 이견이 없는 듯하다.
한편 북한에서는 이를 두고 ‘조국해방전쟁’으로 부르고 있다. 조선독립을 방해한 미 제국주의로부터 조국을 해방하는 전쟁이라는 뜻이다. 한때 ‘조국보위전쟁’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개전 당일 한반도에 미국의 정규군이 없었기 때문에 보위전쟁으로 부르는 것은 마땅치 않다는 견해에 따라 현재는 조국해방전쟁으로 용어가 통일된 듯하다. 그리고 개전된 25일을 ‘반제투쟁의 날’로 규정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6․25전쟁은 중국군의 뒤를 이어 1951년 초 소련 공군도 부분적으로 참전하면서 민족 내부의 ‘내전’에서 본격적인 ‘국제전’의 양상을 띠게 되었다. 그래서 이를 두고 6․25전쟁을 일러 ‘통일전쟁’으로 불러야 한다는 연구자도 있었다. 이밖에 20세기 중반 전쟁, 1950년 한국전쟁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현재 교육부의 정식 용어는 ‘6․25전쟁’이지만 국방부에서는 내전이면서 국제전이기 때문에 ‘한국전쟁’으로 불러야 한다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한국전쟁으로 부르는 것은 무리가 없겠지만 우리가 우리를 일러 한국전쟁으로 부르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이다. 마땅히 6․25전쟁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조금 거창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나 학문의 시작은 개념 정의에서 출발한다. 또 역사용어는 역사인식에 큰 영향을 끼친다. 동학란이라 불리던 역사가 ‘동학농민운동’으로 바뀌었고, 광주사태라 불리던 것이 이제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정착되었듯이 6․25전쟁을 아직까지도 사변으로 쓰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덧붙여 전쟁의 시작을 기념할 것이 아니라 휴전협정이 체결된 7월 27일을 ‘평화의 날’로 기념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외부 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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