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에 한·중 FTA가 체결되었다. 한·중 간의 수교가 2002년도에 이루어졌으니 13년 만에 수교를 넘어 서로간의 교역도 무관세로 주고받는 단계까지 발전하였다. 근세사에서 개화되지 못하고 아픈 대가를 치룬 두 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여 서로간의 교역을 무관세로 주고받는 것이다. 역사상 가장 부도덕한 전쟁으로 평가되는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무능한 청나라 정부는 밀려오는 근세 문명을 수용하지 못하고 후진국으로 전락하였다. 현대에 들어와서 공산당에 의하여 통일 된 거대국가가 된 중국을 선진국으로 진입시키기 위한 노력이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서 100년 대계의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덩샤오핑은 1987년 공산당 제13기 전국대회에서 온빠오(溫飽)- 샤오캉(小康)-따똥(大同)의 3단계 경제 발전목표를 제시하였다. 1987년부터 2000년까지는 인민들에게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부유한 중산층 단계를 202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공산당 창건 100주년이 되는 2021년부터 신중국 성립 100주년인 2049년에는 세계적인 최강의 지도적 국가 역할인 따뚱의 시대를 실현하겠다는 목표이다.

2020년 이후에는 전 세계 유수의 명품들이 중국에서 제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강대국 중국의 등장은 우리나라에는 위기와 시련의 시간을 뜻한다. 수나라, 당나라, 명을 거쳐 청나라까지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중국이다. 이제는 거대 중국이 가지고 있는 돈의 힘이 우리들, 나아가 우리들의 후손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일본의 선진 기술과 중국의 생산 기술 사이에서 “넛크렉커”의 신세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기술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제조업에 매달려서는 중국과의 승부에서 승산이 없다는 것은 누구도 공감하는 말이 되었다. 짝퉁이나 저질의 물건들을 생산하는 중국이라는 이미지가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 제조기술이 아닌 첨단 연구를 통한 선진 기술을 구사하여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정읍시의 첨단방사선연구소가 2000년 10월에 정부의 승인을 얻었고, 2006년에 정읍분소 방사선연구원이 개소식을 진행하여 이제는 10년여의 방사선 분야 첨단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소로 자리를 잡았다. 방사선 산업 기술은 많은 금전적 투자와, 많은 우수인력의 투입이 필요하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하는 미래 기술이다. 정읍시의 첨단 방사선연구소는 대전의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더불어 대한민국 방사선기술의 미래를 이끌어나가는 양대 산맥 역할을 수행해야할 연구소이다.

2015년7월13일에는 전주시, 완주군, 정읍시 일원이 전라북도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또한, 2015년11월16일 전라일보의 사설에 의하면 남원시, 정읍시, 김제시를 포함한 도내 14개의 시군 중에서 10개의 지자체가 높은 쇠퇴 지수를 보여 ‘위기의 전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쇠퇴지수란 지역경제지수와 기업종사자수 등을 감안한 산업경제, 인구사회, 물리환경 등의 분야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점수로 산출한 수치라 한다. 정읍시가 연구개발 특구와 높은 쇠퇴지수를 보이는 도시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첨단연구를 통해서 전북의 미래를 책임져야하는 연구개발특구가 쇠락도시로 포함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심도 있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11년 1월25일에 전북중앙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혁신도시, 정읍시를 중심으로 한 (가칭) 박사타운 조성, 자녀교육, 주거지원, 문화·삶의 질 개선, 보수와 인센티브, 명예나 자긍심 부여 등 6가지 과제를 선정하여 시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보도에 의하면, 연구원들이 전북으로의 거주지 이전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문화적·경제적 격차, 정보력부족으로 인한 지방이전에 대한 불안심리, 자녀교육 등에 매여 가족동반 이주가 어렵고, 낮은 보수와 직업에 대한 안전성 결여,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 미비를 원인으로 들었다.

첨단방사선연구소의 연구 인력의 구성원들은 초창기부터 대전의 한국 원자력연구원의 연구 인력이 주축을 이루어 진행되었다. 기본적으로 대다수의 연구원들이 연고가 없는 정읍시로의 이전을 통해서 연구 인력을 구성하는 상황이었다. 대도시에서 삶을 영위하던 사람들이 지방의 중소도시에 가족 동반 이전을 결심하는 것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克中, 즉 중국을 이기는 힘은 첨단 연구를 위한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의 구현이 이루어져야 한다. 밤과 낮을 잊고 첨단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은 무엇보다도 자녀의 교육과 연관된 정주 여건의 조성이 첫 번째일 것이다. ‘박사타운’의 조성, 대학설립은 고사하고서라도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만이라도 경쟁력 있는 학교와 환경을 조성, 육성하여 우수인력의 ‘주말 부부’를 양산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어떨지?

정읍시의 2016년 예산안의 총규모가 6천211억 원으로 편성됐다는 소식이다. 무분별한 복지예산이나 비생산적인 투자를 줄이고 안정된 정주 여건을 위한 미래 투자를 통하여 방사선 연구를 위해 이주하는 첨단 방사선연구원들을 진정한 정읍시민으로 만들어 정읍을 제2의 고향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일이 정읍 시민 15만 달성을 위한 지름길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이충훈 본보 칼럼위원
원광대 교수
전북과학기술위원회(태양광분야)연구 위원장(2010년~2016년)
10% 이상의 효율을 가지는 Si 및 TiO2 기반
유무기 하이브리드 태양전지 고급인력 양성센터장(2013~현재)
(사)한국물리학회 재정위원장(2015~2016)
(사)한국3D프린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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