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충훈 칼럼위원

살면서 나 혼자뿐이라고 느껴질 때, 나만 혼자 외로운 외딴섬에 버려졌다고 느껴질 때는 주변의 동물, 곤충 심지어는 보잘 것 없는 야생화까지도 친구가 돼주고 이심전심의 마음이 느껴질 때가 있다. 꿀벌은 내가 가장 어렵고 힘들 때 마음을 주고받는, 내 곁에서 마음을 위로받는 친구였다. 벌통을 트럭에 실고 꽃을 따라 전국 방방곡곡을 전전하면서 고생을 할 때에도 꿀벌은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면서 나와 마음을 주고받는 친구였다. 오랜 시간동안 꿀벌과 지내면서 나름대로 꿀벌에게서 배운 꿀벌의 사회생활과 이들의 협동심 및 이타심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꿀벌은 철저히 계급 사회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꿀벌의 세계를 이해하게 되면 철저한 평등 사회와 균형 잡힌 시민 사회 생활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꿀벌의 사회는 단 한 마리의 생산 기능을 갖는 여왕벌과 소수의 수벌, 생산 기능을 잃어버린 다수의 암놈인 일벌에 의해서 구성된다. 실제적인 꿀벌 사회의 주인인 일벌들은 태어나면서 육아를 담당하고, 시간이 지나 육아를 담당하는 분비샘이 퇴화하면서 벌집 건축사의 역할을 담당한다. 배아래 부분에서 분비되는 밀랍을 이용하여 암흑에 가까운 벌집 안에서 질서 정연한 육각형이 이어진 벌집을 서로 협력하여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집을 짓는다. 밀랍 분비샘이 퇴화되어 더 이상 건축을 할 수 없게 되면 외역 즉, 외부에서 꿀과 꽃가루를 날아와 식구들의 식량을 충당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계속해서 식구가 불어나서 집이 비좁아지면 식구의 일부가 분가를 하게 되는데 이를 분봉이라고 한다. 이때 어미인 기존의 여왕벌은 이사를 나가기 전에 다수의 여왕벌을 만들어 놓고 집을 나가게 되는데 만약을 위해 다수의 여왕벌을 만들어 놓은 것이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 거의 동시에 태어난 여왕벌 사이에서 왕권을 둘러싼 형제들의 결투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주위의 일벌들은 이 결투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최종 승자가 결정될 때까지 기다린다.

일벌과 여왕벌의 관계에서도 분가(분봉)와 월동 준비와 이사 등의 모든 행동들이 모두 일벌들의 결정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일벌들이 집이 비좁아져서 새로운 집을 찾아 나설 때, 새로운 여왕벌을 필요로 할 때, 외부에서 식량이 많이 유입되어 식구를 늘려야 할 때, 외부의 날씨가 추워져 더 이상의 식량이 유입되지 않아서 번식을 중단해야 할 때 등의 모든 일련의 일은 여왕벌이 아닌 일벌들의 결정에 의해서 조절되고 이루어진다. 분가할 때 여왕벌에게 여왕벌집에 알을 낳아 여왕벌을 육성한다든지, 새로운 식구를 많이 늘리기 위해서 여왕벌에게 일벌 알을 많이 낳게 하는 일들은 일벌들이 여왕벌에게 로열젤리를 분비하여 여왕벌에게 공급하여 산란을 강요한다. 이런 일들이 암흑에 가까운 벌통에서 이루어지는데 서로의 의사소통의 비밀은 곤충들이 분비하는 페르몬이라는 신비한 물질에 있다. 여왕벌의 결혼은 공중에서 이루어지는데 근친결혼 등의 폐해를 방지하고 잡종 강세의 이점을 이용하기 위한 방편이다. 귀소를 하면서 집을 잘못 들어갔을 때는 일벌들이 여왕벌을 공격하여 공살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왕벌에게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가공할 만한 벌침을 가지고 있음에도 일벌들에게 죽임을 당하면서도 절대로 사용하는 법이 없다. 단지 여왕벌들의 전투에서만 이 벌침을 사용한다.

일벌들의 일생을 살펴보면, 육아, 건축, 외역에 종사하면서 겨우 40여일을 사는데 자기의 보금자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수명을 다해서 죽음을 맞이할 때에도 벌통 내에서 죽는 법이 없다. 최후에 남은 마지막 힘을 다하여 벌통에서 멀리 기어나가서 죽음을 맞이한다. 죽은 사체로 인한 병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본능이리라.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겨울에는 180일 정도를 사는데 벌통에서의 생리현상 해결이 큰 문제가 된다. 아무리 긴 시간을 벌통 내에 갇혀 있어도 벌통 내에 배설하는 법이 없다. 6개월의 긴 시간을 참고 참았다가 날이 풀리는 봄날에 한꺼번에 외출하여 배변을 하는 영리한 곤충이다.

작년 12월20일에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까지 3개국의 FTA가 체결되었다. 향후 10년간 국민 총생산량(GDP)가 약 10% 추가 성장하고, 소비자 후생은 약 151억 달러의 개선을 전망하며, 5만5천개의 일자리 창출, 수출 약 50억 달러의 증가 및 무역 수지 연평균 약 5억 달러의 개선 등이 기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출 효과만 강조되고, 값싼 농산물의 수입에 의한 농가의 초토화에는 별로 관심을 보여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운 마음이다. 예를 들면, 베트남의 대 한국 주 수출 품목의 하나인 아카시아, 고무나무 꿀의 현지 수출 가격이 우리나라 동일 품목의 10분에1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FTA를 통한 꿀 시장을 개방한 최초의 나라가 베트남인데 FTA가 발효되면서 현재 243%인 꿀 수입 관세가 단계적으로 낮아져서 15년 뒤인 2030년에는 관세가 모두 사라진다. 베트남은 약 3만8천 농가가 약 200만군의 봉군에서 연간 6만 3천 톤의 꿀을 생산하여 이중 80%인 5만 톤을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년 뒤면 우리나라의 양봉 농가는 해외의 경쟁력에서 밀려 사멸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꿀벌은 전 세계의 식량수확물의 70% 정도 꽃가루 수정의 역할을 담당한다. 꿀벌에 의한 꽃가루 수정 가치는 세계적으로는 370조원, 우리나라의 경우는 과수 채소류만 계산해도 약 6조원 이상이라는 평가이다. 현재 FTA 대응 양봉농가의 경쟁력을 위한 국가의 지원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벌꿀의 수확의 문제보다도 꽃가루 수정할 벌이 우리 주위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4월13일이면 4년간 우리의 의견을 대변해줄 일꾼을 뽑는 날이다. 꿀벌보다 영리한 인간이 자기를 반겨주지 않는 다수를 위해서 죽음을 맞이하는 여왕벌이나 자기의 집단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일벌들의 시민정신을 배우지는 못할망정 자기의 이기적 목적을 위해서 자기의 보금자리를 아무런 미련 없이 박차고 나가는 이합집단이나 대다수의 아우성을 무시하고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는 시민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무리들에게는 다수의 시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지?

 

이충훈 본보 칼럼위원

원광대 교수
전북과학기술위원회(태양광분야)연구 위원장(2010년~2016년)10% 이상의 효율을 가지는 Si 및 TiO2 기반
유무기 하이브리드 태양전지 고급인력 양성센터장(2013~현재)
(사)한국물리학회 재정위원장(2015~2016)
(사)한국3D프린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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