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섭 칼럼위원

달력에 입춘이라서 봄이 온 건 아니다. 정원의 산수유, 개나리꽃이 피어야 내 곁에 진정 봄이 찾아온 것이다. 꽃을 가꾼다는 것은 정원의 식물들을 통해 계절 변화를 알 수 있고 그 식물들의 삶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방법을 깨닫는 것을 말한다.

 

우리 자연환경은 너무나 멋지다

 우리나라처럼 봄에 전국 어디서든 노란 개나리를 볼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흔치 않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로부터 많이 듣는 이야기다. 개나리에 이어 5∼6월 철쭉, 여름의 산딸나무, 금계국,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소나무 등 전 국토의 사계절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전국의 65%가 산으로 되어 있고 곳곳에 비교적 물이 풍부하며 사계절이 뚜렷한 중위도 지방이면서 남북으로 길게 뻗어 대부분 지역이 온대지만 한대로부터 난대에 이르기까지 기후대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연환경 덕분에 우리나라에는 약 4,600여종의 식물이 분포한다. 절대종수는 많지 않지만 단위면적당 분포하는 식생수로 본다면 훌륭한 다양성을 갖고 있다. 우리 산야에 자생하는 식물만으로도 4계절 훌륭한 정원을 만들 수 있는 이유이다.

 

요즘 정원, 자연에 대한 관심은

 도시민 대상 야생화, 도시원예, 정원 가꾸기 등을 강의하다 보면 참석자들의 수업분위기가 너무나 진지하다. 이러한 관심은 나이와 상관없어 나타나지만 나이가 좀 더 들고 오랜 세월 도시생활을 한 분일수록 더 열심이다. 그동안 회색 콘크리트나 아스팔트에서만 살다 보니 녹색에 대한 그리움과 열망이 농촌사람들보다 훨씬 크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이 70이 넘어서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귀농교육을 신청하여 모든 교육을 철저하게 받거나 며느리와 함께 수업을 받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그 열정에 놀라울 뿐이다. 도시생활에 지쳐 자연을 동경하는 것이 주된 이유겠지만 자연을 향한 인간의 귀소본능도 한몫을 한 게 아닌가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꽃에 대한 관심은

 2014년 우리국민 1인당 꽃 사는데 쓴 돈은 평균 13천원에 불과하다. 유럽의 선진국이나 일본 사람들은 10만원을 훨씬 웃돈다. OECD 11위의 경제대국이지만 꽃 소비문화는 한참 뒤쳐져 있음을 알 수 있는 자료이다. 즉 물질적으로는 웬만큼 풍요로워졌는데 꽃으로 본 정서적인 수준이나 문화의식은 많이 낮은 편이다. 특히 아직도 꽃을 사치품으로 보는 시각들이 많아 우리 국민들이 선진국들처럼 꽃이 생활 속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인식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태이다.

 

꽃의 세계는 알수록 신비롭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자연과 교감한다는 것을 뜻한다.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정원에서 펼쳐질 사계절 꽃과 곤충들의 공존하는 모습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 많은 식물들이 자신의 성장과 종족번식을 위해 얼마나 힘들고 눈물겨운 경쟁을 벌이는지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른 봄에 피는 복수초가 언제 꽃눈을 만들고 이 꽃눈들이 내년에 꽃을 제대로 피기 위해서는 무덥고 힘든 여름과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산수국이 엄연히 꽃이 있는데 왜 가짜꽃을 만들어야 하는지, 상사화는 어떤 과정을 통해 내리사랑을 하는지, 깽깽이풀 씨앗이 왜 개미와 공생해야 하는지, 개미는 왜 진딧물을 잡아먹지 않고 공생관계를 유지하는지, 개암나무나 밤나무는 왜 암꽃이 수꽃 위에 달려 피는지... 정말 자연의 모습은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상상을 초월한다. 가드닝을 통해 식물과 교감하며 자연의 일부를 이해하며 산다는 것은 정말 축복받는 일이다.

 

꽃처럼 산다는 것은

정원에 자라고 있는 꽃이나 나무는 인간과 닮은 점이 참 많다. 그래서인지 사람은 식물로부터 많은 점을 배운다. 우리가 꽃을 통해 배워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꽃들의 생김새다. 지구상에 꽃 피는 식물이 25만종이며 여기서 유래된 품종까지 친다면 수십억 종류는 될 것이다. 하지만 형태가 정확하게 똑같은 것은 단 한 종도 없다. 마치 지구상에 사는 60억 인구가 모두 생김새가 다르듯이 말이다. 사람도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고유 모양과 살면서 나만의 캐릭터를 갖게 되니 꽃처럼 살 운명은 갖고 태어난 게 아닌가 싶다. 둘째 대부분 꽃이 향기를 갖고 있고 모양이 아름다워 보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편안함을 주며 스트레스를 낮춰준다. 사람들도 요즘 남에게 기쁨을 주고 행복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아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 셋째 꽃은 홀로 피지 않고 늘 무리지어 핀다. 코스모스가 혼자 있으면 가벼운 바람에도 쉽게 쓰러지지만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면 웬만한 태풍에도 끄덕하지 않는다. 식물들도 이런 원리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사람도 독불장군 보다는 늘 이웃이나 주변과 함께 더불어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훨씬 가치있는 삶을 사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어떻게 사는 것이 꽃처럼 사는 것인지 한 번씩 되새겨볼만 한 게 아닌지...

 

*4월초 내장 송죽마을에 꽃과 정원교실인 ‘꽃담아카데미’를 개원하려고 합니다. 아름다운 정읍만들기를 선도할 시민정원사들을 양성하고 꽃처럼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정읍이 되도록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려고 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송 정 섭 칼럼위원
이학박사(2000, 서울시립대)
· (사)정원문화포럼 회장(2014~)
· (사)한국도시농업연구회장(2014~)
· 농식품부, 산림청, 서울시, 경기도 꽃 및 정원분야 자문위원(2014~)
· 농촌진흥청 화훼분야 연구원, 화훼과장, 도시농업과장 역임(1981~2014)
· 서울특별시, 경기도 시민정원사 양성 전문강사(2005~)
· 최신화훼, 생활원예, 도시농업, 자생식물 외 다수 집필(1989~)
· 꽃, 정원, 도시농업, 귀농귀촌 분야 강의 컨설팅 자문 평가(2006~)
· SNS 페이스북 365일 꽃이야기 운영자 및 꽃담 회장(2011~)
· 정읍시 송죽마을 귀농(2015~)
· 꽃과 정원교실 ‘꽃담아카데미’ 운영(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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