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이 시작되고 어느새 꽃처럼 아름다운 4월의 문이 열렸습니다.

 따사로운 햇살 한 줌과 기분 좋은 바람이 향긋한 내음을 흩뿌리며 산 넘어 봄이 다가오고 있다고 소식을 전합니다. 꽃들은 시샘하며 앞 다투어 제 모습을 자랑하고 남쪽나라에선 산수유가 봄 마중 나가고 산골짜기 어디엔가는 이름 모를 꽃들도 피어 있으리라는 생각이 한 폭의 수채화로 그려집니다.

 얼마 전 인공지능 채팅로봇이 16시간 만에 퇴출됐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기계학습을 통해 인간의 나쁜 단어만 배운 결과입니다 인공지능은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보고 듣는 대로 빠르게 흡수 합니다. 실은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주 접하는 것에 영향을 받고 따라 갑니다. 어머니가 일찍부터 태교에 노심초사하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커서도 다를 바 없습니다. 평소 무엇과 친하게 지내는지 곁에 좋은 책과 글을 두어야 할 까닭입니다.

 4월의 봄을 맞아 <정민의 우리 선시 산책>의 글을 통해 맑은 기운이 번졌으면 합니다.

 

雨 餘 牆 下 抽 新 筍 風 過 庭 隅 襯 落 花

우 여 장 하 추 신 순 풍 과 정 우 친 락 화

 

盡 日 一 爐 香 炷 外 更 無 閑 事 到 山 家

진 일 일 로 향 주 외 갱 무 한 사 도 산 가

 

 우후죽순이라더니 한 차례 봄비가 지나자 뜰 밑에 새 죽순이 여기저기 고개를 내민다. 비 맞아 지던 꽃잎이 바람에 불려 지나던 내 옷에 달라붙는다.

 ‘벌써 땅에 떨어지긴 싫어요!’ 하는 것 같다. 종일 방에서 창밖을 내다본다. 향로에 연기가 잦아들면 다시 향 심지 하나를 태워 꽂는다. 비끄러맨 머릿결 같은 향연이 허공으로 고물고물 오르다가 갑자기 화들짝 놀란 듯 허공으로 흩어진다. 나는 뜰에 눈길을 주다가 연기를 보다가 하면서 하루해를 보낸다. 끝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산사의 하루가 적막한 물 속 같다.
작가 소개 -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속명은 위원개(魏元凱). 자호는 복암(宓庵). 법명은 충지(冲止). 전라남도 장흥 출신.

 9세에 경서(經書)와 자사(子史)를 외우고 17세에 사원시(司院試)를 마쳤다. 19세에 춘위(春闈)에서 장원을 하고 영가서기(永嘉書記)를 지냈다. 일본에 사신 가서 활약했고, 벼슬이 금직옥당(禁直玉堂)에 이르렀지만 29세에 선원사(禪源社)의 원오국사 문하에서 출가했다.원오(圓悟)의 법을 이어 수선사(修禪社) 제6세 국사가 되었다. 1269년에 삼중대사(三重大師)가 되었고, 3년 뒤에 순천의 수선사로 옮겼다. 1274년 원나라 세조에게 「상대원황제표(上大元皇帝表)」를 올려 군량미 명목으로 빼앗겼던 전답(田畓)을 되돌려 받았다. 이후 원나라 세조의 흠모를 입어 1275년 원나라 서울로 가니 세조가 스승의 예로 환대하였다. 귀국 후 충렬왕이 대선사의 승계를 내렸다. 1292년 1월 10일 제자들에게 설법과 게송을 남긴 뒤 법랍 39세로 입적하였다. 불교 경전에 이해가 깊었고 문장과 시로 유림의 추앙을 받았다. 그의 선풍은 무념무사(無念無事)를 으뜸으로 삼았고, 지관(止觀)의 수행문 중 지(止)를 중시하였다. 선교일치(禪敎一致)를 주장하여 지눌의 종풍(宗風)을 계승하였다. 저서에 문집 『원감국사집(圓鑑國師集)』1권이 있다. 동문선』에도 많은 시문이 수록 되어 있다.
(자료제공-북클럽오리진)

 4월은 우리나라 국민을 대신하여 나라를 위해 일할 국회의원을 뽑는 중요한 날이 들어 있기도 합니다. 그 인물의 인격과 가치관, 신념 등을 알고 뽑으면 좋으련만 그러기엔 우리의 관심이 무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잔인한 달이라 불리는 4월을 사람 향기가 물씬 풍기는 그런 우직하고 소신 있는 인물로 선택하여 꽃처럼 아름다운 4월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것 또한 오직 우리의 몫이 아닐까.

 

 

-김정미 본보 칼럼위원
·문인
·청와대포럼 5기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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