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총체적으로 가라앉고 있다. 대규모 자본투자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토대를 둔 압축성장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고 있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박정희 성장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면 계속 중국의 도전에 직면하여 잃어버린 50년이 올 수도 있다.

 

한국경제는 이제까지 대규모 자본투자를 하여 선진국의 기존 제조업을 빠르게 모방하고 추격하는 경제체제를 유지하며 높은 경제성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중국이 빠르게 한국의 제조업을 모방하고 추격하여 덜미를 잡고 있다. 한국이 한국, 대만, 중국에 추격당하여 잃어버린 20년을 보내고 있는 일본과 유사한 상황에 처하고 있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일본의 조선, 화학, 석유, 전자, 반도체, 자동차, 기계를 빠르게 모방하여 일본에 근접하거나 일본을 넘어서며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하였다. 이제 중국은 빠르게 한국을 추격하고 있어 한국의 제조업이 빠르게 침식당하고 있다.

운반비용의 급격한 하락으로 제조업은 어느 나라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나라로 이동하고 있고 제조업의 경제전쟁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또한 제조업의 자동화와 로봇화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제조업이 고용하는 노동자의 수도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제조업 비중이 이미 8%로 추락하였고 영국, 일본, 독일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도 10%대로 하락하였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경제의 중심이 서비스업, 첨단산업, 지식/정보산업, 금융산업, 문화산업, 관광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들 산업에서 매우 취약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산업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계속 강화시켜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은 빨리 개혁을 하거나 포기할 필요가 있다. 대신 서비스업, 첨단산업, 지식/정보산업, 금융산업, 문화산업, 관광산업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여 이들의 경쟁력을 빨리 선진국 수준으로 상승시켜야 한국경제가 세계적인 선도경제의 하나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을 기존의 제조업이나 농업과 융합시켜 새로운 산업모델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방정부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기존의 제조업과 농업을 첨단산업, 지식/정보산업, 문화산업, 관광산업과 융합하여 자신의 지역에 알맞은 새로운 산업모델을 적극 찾아내야 한다.

 

한국이 개혁해야할 또 다른 구조는 사회적 불평등이다. 한국의 소득격차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3월16일 발표한 ‘아시아의 불평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은 45%로, 조사 대상 아시아 22개 국가 중 가장 불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상위 10% 소득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급속한 고령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큰 임금 격차, 성별 간 불평등이 악화되면서 하위 소득은 계속 악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불평등은 정부가 대기업을 통한 성장을 추구하면서 대기업과 기업주가 돈을 벌면 돈이 아래로 내려가는 낙수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더욱 심해지고 있다. 기업소득은 커지는데 가계소득은 계속 감소하고 가계의 빚은 더욱 늘고 있다. 과거에는 불평등이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을 더욱 노력하게 만들고, 기업이 더욱 자본을 축적하여 투자를 확대한다고 생각하여 경제성장에 유리하다고 생각하였지만, 이제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오히려 소비가 줄어들어 경제성장에 불리하다는 연구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의 소득비중이 증가하면 경제성장율이 하락하고, 하위 20%의 소득이 증가하면 상승한다.

한국에서 소득격차가 커지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사람들이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비정규직 비율이 32.4%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전라북도에서도 비정규직이 39.5%로 아주 높은 편이다. 청년들의 비정규직 비율은 더욱 높아 결혼하기도 힘든 상황에 처하고 있다.

소득불평등이 커지면서 생활격차도 커지고 교육격차도 커지고 불안정한 삶을 사는 사람도 증가한다. 소득양극화로 부와 학벌의 세습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빈곤층은 빈곤에서 탈출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승자가 되어야만 살아남는다고 생각하여 생존경쟁이 더욱 극심해지고 승자가 되기 위해 공동체나 윤리를 무시하며 부정부패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사회적 불만과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고 정치적 불안정성과 쏠림현상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사회적 구조의 개혁은 상하층 소득격차, 남녀 소득격차, 지역간 소득격차를 적극적으로 축소하는 데 집중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급한 것은 비정규직을 적극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조세개혁을 통해 소득재분배를 강화해야 한다. 즉,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을 높여야 하고, 내렸던 기업의 법인세율을 원래대로 회복시켜야 하고, 부동산 양도차익, 주식 양도차익, 금융소득, 임대소득 등 노동하지 않고 버는 소득에 대한 세율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 세 번째로는, 이렇게 확대된 세금을 중하층의 의료보험과 복지를 강화하는 데 사용하여 중하층이 소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여야 경제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개혁해야할 것은 권력독점구조이다. 대통령이나 단체장이나 기관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장악하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때 구성원들의 창조적 에너지가 사라지고 사회적 활력도 떨어진다. 대부분은 대통령이나 단체장이나 기관장만 바라보는 영혼 없는 구성원이 되거나 수동적 방관자가 되며, 일부는 극심한 반대자가 되어, 창조적인 해결책이나 대안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또한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문제들도 곪을 대로 곪아서 터지기 때문에 수시로 커다란 문제들이 나타난다. 이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나 기관장의 권력을 대폭 아래로 이양하고 분권을 하여 권력을 분점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협치하는 민주적 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구조개혁이 이루어져야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이다.

 

 

이정덕 본보 칼럼위원

전북대학교 문화인류학 교수 현 전북다문화포럼 문화분과위원장 전북 문화예술진흥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전주의제21 문화분과위원장 전북대 전통생활문화 원형구축 및 응용기획전문가 육성사업단 위원 다수 논문과 '아시아의 생태문화 입문' 등 저서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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