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낙운 정읍신문 칼럼위원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 지 열흘이 지나서야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가 맞지 않는다고 불만이 많던 차에 정말 비가 많이도 내리고 있다. 예전에 우리나라 3대 거짓말이라고 많이 회자되었던 유머가 있었다. 나이 드신 할머니가 “이제는 죽어야지”하는 말과 기상청의 일기예보, 그리고 “교과서만 충실히 공부하면 대학입시 문제를 다 맞을 수 있다”는 교육부의 발표가 그 3대 거짓말이었다. 한 7-8년 전의 일이다. 경기도교육감이 대한민국 최초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였다. 그 여파로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은 앞 다투어 학생인권조례를 발표하였다. 교권의 존중만큼이나 학생의 인권 또한 지켜주어야 한다는 취지는 당연하면서도 사회에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다. 경기도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뒤 각 학교마다 학교규정개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학교에서 정한 규정이나 교칙들이 학생인권조례에 어긋나는 것들을 학교 자율로 개정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학생들의 용모, 복장이 합리적인 방안으로 조정되었고 강제로 실시하던 야간자율학습도 신청자에 한하여 자율적으로 실시되었다. 지금은 야간자율학습 신청자가 전체 학생의 20% 이내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며칠 전 경기도교육감은 야간자율학습을 전면 폐지한다고 발표하였다. 지금 여론은 이 결정에 대하여 뜨겁게 찬반 논쟁으로 갈라서 있다. 그런데, 전북 지역에서는 너무 조용하다. 전북에도 학교가 있고, 학생도 있는데도 강 건너 남의 집 불구경하듯이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전북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있으면서도 없는 듯, 아니 학생인권조례가 있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져 온다.

20 여 년 전에 미국의 한 방송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삶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새벽별을 보면서 등교하여 저녁달을 보며 귀가하는 장면이었다. 이 방송으로 인하여 재미교포들이 창피하다고 한국정부에 항의를 했고, 이것을 계기로 서울에서는 야간자율학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최근에는 경기도 교육감이 0교시를 폐지하기 위하여 등교시간을 9시로 정했을까 싶다. 등교시간을 늦추는 것에 대하여 열띤 찬반 논쟁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주 잘한 정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학생들의 아침식사를 챙겨 청소년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경기도교육감의 취지를 정치이념으로 몰고 갔던 사람들도 지금은 아무 말이 없다. 지금 경기도교육감은 무조건 학교에 가두어서 강제로 공부만 시키는 방법을 버리고, 학생 스스로 자신의 꿈과 희망을 찾아가면서 재밌게 공부하고 생활하는 능동적인 학생들을 키우고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야간자율학습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역시 등교시간을 9시로 정한 것에 반대했던 사람들일 것이다. 교육을 정치적인 사고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청소년들이 방과 후에 학교 밖으로 나오면 청소년들이 다 불량해질까봐 걱정하는 마음은 기우에 불과하다. 방과 후에 청소년들이 머무를 곳이 없다면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다. 정치적인 접근에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입장에서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에게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 이런 교육감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부럽다.

우리 전북의 현실은 어떠한가? 전북에서도 우여곡절 속에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다. 그러나 과연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이 느낄 만큼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 교육감은 힘들게 제정한 이 조례가 잘 시행되고 있는지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고는 있는지 묻고 싶다. 힘들게 제정한 이 조례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면 이 조례는 정치적 산물일 수밖에 없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면 진보교육감이고, 그렇지 않으면 보수교육감이다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나온 부산물에 불과하다. 전경기도교육감이 이 조례를 제정하여 이를 잘 시행하도록 한 취지를 이해하고 있다면 교육청은 각 학교에 지금이라도 학교규정개정심의위원회를 학생.학부모.교사대표로 구성하여 학생인권조례에 어긋난 규정이나 교칙들을 개정해야 마땅하다. 학교에서나 학교 밖에서나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어른들이 전근대적인 강압적 방식으로 교육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 학생들의 인권을 지켜주면서 학생들 스스로 잘잘못을 분간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능동적인 사회인으로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속에서 간신이 만든 전북학생인권조례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 당장 해야 할 일은 우선, 학생인권조례의 취지와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인권조례의 취지와 내용을 도교육청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인권조례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하여 도교육청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방과 후에 학생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많이 확충하고 도서관이나 청소년 복지센터, 문화센터 등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프로그램들을 개발하여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무조건 우리 아이들이 방과 후에 어두운 뒷골목이나 PC방에서만 살 것이라는 편견을 지우고 우리 전북의 학생들이 여러 가지 체험활동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며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 또한 자신의 인권이 소중하듯 선생님의 교권 또한 소중하다는 걸 배워가는 동안 학교는 학생이나 교사 모두 가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곳이 될 것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선생님을 존경하고, 학부모와 교사가 학생들의 인권을 지켜주는 아름다운 지역으로 전북이 자리매김하는 날이 빨리 찾아오길 기대한다.

 

최낙운 칼럼위원
- sky학원장
- 전 고려대 정읍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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