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 날리며 시작-50분 정전-흔들림없는 관객 매너
본격 가을축제 시작, 가을음악회 관객수준 배워야

정말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덕천면민들은 정전으로 인한 암흑 속에서 50여분동안 품격을 지키며 행사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려 또다른 감동을 안겼다.
지난달 29일(금) 밤 6시 30분, 덕천면과 가을음악회추진위원회(위원장 김병태)가 마련한 제1회 황토현 가을음악회는 기대 이상의 인파가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시작됐다.
사회자의 구수한 진행과 지역행사의 성공을 기대하는 면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왁자지껄한 한 마당을 연출했다.
김경섭 덕천면장은 시골마을과 어울리지 않게 이날 음악회를 ‘디너쇼’ 형태로 마련했다고 했다.
참석자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소머리국밥과 음료,주류 등이 제공됐고, 기념식에 상관없이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너무 많은 인파 탓에 밥이 동났고 부녀회는 새로 밥을 짓느라 분주했다.
6시 40분경 참석자 모두가 함께 하는 풍등 날리기를 시작으로 기념식이 막을 올렸다.
김병태 위원장과 김경섭 면장의 음악회 시작 인사에 이어 김생기 시장과 유진섭 의장,도의원과 시의원들이 성황리에 마련된 가을음악회에 찬사를 보내며 축사했다.
축사를 맡긴 인사는 많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기념식이 끝났고 곧바로 공연이 시작됐다. 
▷문제는 이때 시작됐다. 처음 열리는 황토현 가을음악회였지만 많은 면민들과 축하객들이 자리를 메워 위원장과 면장의 기분이 한층 고도돼 있을때 쯤, 첫 초청가수인 양미경씨가 준비한 노래 1절을 막 끝내는 순간 황토현 주차장은 암흑으로 변했다.
많은 전기사용량을 이기지 못해 일대가 정전이 된 것이다.
이때부터 덕천면민들의 품격이 발휘됐다. 갑작스런 정전에 일순간 당혹스런 모습이었지만 누구하나 불만을 표하거나 “언제 고치느냐”고 항의하는 사람도 없었다.
주최측은 이리저리 분주했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출동했던 소방서 119대원들도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40여분이 흐른 뒤 임시전력이 복구되자 사회자가 미안함을 표하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20여년 행사를 진행해봤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는 사회자는 ‘호사다마’를 거론하며 덕천면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사회자는 미안해 했지만 여전히 누구하나 불만스런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복구 과정을 지켜봤다. 다수의 다문화가정 참가자들 역시 함께 한 자녀들과 함께 처음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약 50여분이 흐른 뒤 전원이 하나둘 복구됐고 처음 노래하다 중단한 양미경씨가 재차 분위기를 살렸고, ‘꽃을 든 남자’로 알려진 가수 최석준이 2번 타자로 나서 분위기를 띄우며 한동안 가라앉은 객석을 달아오르게 했다. 50분을 쉰 탓에 이후에는 빠르게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설렘과 안타까움, 감동의 제1회 황토현 가을음악회는 막을 내렸다.
정읍은 이날 황토현 가을음악회와 고부 두승산 청정메밀축제를 시작으로, 막바지 진행중인 구절초축제 등, 본격 가을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의 정전은 행사장이면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디서나 이처럼 품격있는 시민의식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작은 지역내 행사를 주민들이 준비하면서 스스로가 “잘해보자”고 다짐했고, 이를 이루기 위해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모습이 감동을 안겨준 모범 사례였다.(이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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