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 거장인 피터잭슨의 개봉예정인 ‘모털 엔진’은 지구의 종말로 인해 황폐해진 미래에서 생존한 인류가 바퀴달린 도시로 떠돌며 서로의 도시를 집어 삼킨다. 이는 큰 도시가 작은 도시를 잡아먹는 생존의 기초 시스템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최근 도시계획 전문가인 마강래 교수의 <지방도시 살생부>에서는 한국의 중소도시 중 상당수가 인구소멸 과정에 있으며, 모든 도시를 살려낼 해법은 특별히 없으며, 살릴 수 없는 도시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정읍 역시 또한 소멸과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작년 한 해 키워드는 인구소멸이 아니었나싶다. 그래서 그런지 매체를 통해 도시재생에 대한 기고가 끊이지 않는다. 다행이 정읍에도 많은 지식인들이 지면을 통해 정읍을 살리려는 자신들의 생각과 해법을 제시한다. 시 행정은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지역인구 늘리기 노력하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다. 성공사례는 가까운 일본이나 유럽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일례로 정읍이 계속 추진해 오고 있는 쌍화차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마케팅영역이 정읍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쌍화차가 정읍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히 쌍화차만을 팔기보다는 문화와 역사를 쌍화차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쌍화차만을 가지고 관광수익원까지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읍에서 만 맛볼 수 있는 특유의 차별화된 제품으로 최고라는 평은 듣고 있다. 그러나 어디서든 같은 레시피를 가지고 경쟁한다면 결코 유리할 수는 없다. 정읍과 쌍화차를 하나로 묶는 뭔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문화와 역사를 녹여 넣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읍에 유독 쌍화차 단지를 이뤄 성업을 하고 있는 것은 역사적 배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 정읍사와 엮어보면, 행상하러 나간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면서 노래만 부른 것이 아니라, 힘들게 일하고 돌아올 남편을 위해 무언가 준비하였을 것이다. 당시 시대상으로 그리 넉넉한 살림은 아닌 것으로 보여 산야에서 구한 약제로 원기회복을 위한 보약으로 정성껏 준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쌍화차는 일반 서민들이 건강증진을 위해 음용했고 고려를 거쳐 조선후기에 들어서는 양반들의 보약으로 마셨다는 동의보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를 뒷받침을 할 수 있는 조선시대의 역사적 사건을 살펴보면, 우암 송시열 선생이 귀양살이 하던 제주도에서 한양도성으로 향할 때 수많은 곳 중 정읍을 경유한 것은 오랜 귀양살이로 지친 심신을 쌍화탕으로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 쌍화차 거리 주막에서 며칠 기거한 것으로 봐서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첫 현령으로 정읍에 부임하였고 현충사 사당이 쌍화차 거리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쌍화차로 유명한 정읍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나 이순신 장군을 정읍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에 상품가치적인 이야기로 만들어 관광 상품자원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좀 더 살펴보면 조선 고종 31년 동학혁명 발상지가 정읍이 아닌가. 탐관오리 조병갑의 폭정에 대항하여 봉기에 나선 정읍농민들이 평소 쌍화차 보약으로 다져진 건강과 기질에 따른 것이라면 너무 비약이지 않을까 싶지만 얼마든지 스토리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정읍만의 쌍화차로 전국의 남녀노소 모두가 찾아오게 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정읍의 쌍화차를 전국 단위 관광자원화를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히 허구가 아니라 역사적인 인물을 스토리텔링 바탕으로 상품을 새롭게 인식 시키자는 것이다. 더불어 특정지역을 선정하여 테마가 있는 질적이고 예술적 가치가 있는 그래피트를 이용한 스트리트 아트(도시를 아름답게 하다)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각종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통해 방문객과 소통하면 자연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좋은 먹거리 타운 또한 자연스럽게 형성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읍시는 2016년 도시 활력사업으로 60억 원을 확보하여 새암로, 우암태평로, 쌍화차거리를 중심으로 진행 중이고, 2017년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250억 원을 확보하여 지역특화사업(떡,차,면,술)으로 원 도심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업이 확정되었다. 여러 사업들이 지리적으로 겹칠 수밖에 없어 개별적인 추진보다 큰 틀에서 공동상호 보완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지역 특색을 살릴 컨텐츠 개발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우후죽순처럼 지어지는 공공건물들이 관리운영비가 없어 폐가처럼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인구 12만 명이 안 되는 도시에서 원 도심 살리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조성했지만 지속가능한 도시로 활용되지 못하면 혈세만 축내는 꼴이 될 것이다.   
 국립어린이과학관을 짓는데 317억 원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116억 원을 컨텐츠 제작에 썼다 하니 성공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공장을 짓는데 현장사무소 보다 공장을 먼저 짓는다.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는냐에 따라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뒤처지고, 혁신하지 못하면 파멸할 수밖에 없다. 
 열심히 노력은 하지만 생각이 없고 고정관념을 깨는 발상의 전환이 없다면 늘 같은 자리에서 맴돌고 있을 뿐 체스판과 함께 낡아 갈 것이다. 정읍다운 정읍스러운 도시를 만드는데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남보다 두 배 빨리 달려보면 어떨까. (정읍시도시재생주민행복협의회 회장 양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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