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림 칼럼> 판문점의 봄

(주)정읍신문l승인2018.05.16l수정2018.05.16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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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어쩌면 신기루와도 같은 까마득한 꿈을 미끼로 변죽만 울리다 마는 통과의례적 만남이려니 했다. 

 그런 4·27 판문점 남북 영수회담이 이렇듯 손에 잡힐 듯 한 희망의 빛이 되어 내릴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하나라는 민족적 자긍심이 가슴 섬찟한 전율로 다가왔다. 아니, 분명 민족적 대경사요, 위대한 진전이다.
 이번 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라는 선언문에 걸맞게 한반도 비핵화와 연내 종전 선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정상회담, 남북 간 경제 협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산가족의 재회나 경협 등 일반적인 합의는 차치하고 판문점 선언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 선언이다. 선언문에 따르면 남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2018년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기로 합의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추진하기로 했다. 나아가 남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명시했다. 이어 남북은 서로에 대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이를 통해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한 가운데 남북 정상 간의 핫라인 설치와 고위급 회담 및 군사당국자 회담의 수시 개최 역시 여느 회담보다 중량감이 있고 파격적이다.
 혹자는 하찮은 일로 치부하고 평가 절하할 수도 있겠으나 발 빠르게 대처한 남북 표준시 통일과 확성기 철거에 대한 화답,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설치 공감대형성은 판문점선언의 이행과 관철의 청신호다. 한 발 더 욕심을 부리자면 올 가을 문대통령의 평양 답방 때는 선언이행의 안전장치와 남북 정상간 회담도 정례화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튼 전 국민의 94%가 판문점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문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86%를 넘어서고 있다. 이렇듯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외신들조차 문대통령을 위대한 협상가요, 해결사라는 찬사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데도 제1야당의 대표라는 홍준표와 김성태, 나경원, 장제원, 대통령에게 육두문자까지 거침없이 내뱉는 천하의 개망나니 조원진 등 신 5적의 얼빠진 망언과 분탕질은 역겹다 못해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킨다. 소위 보수의 이름을 빌미로 유일한 흑자장사인 북풍과 안보팔이를 일거에 멸실한 그들의 옹색한 정치적 입지를 모르는 바 아니나 한민족의 국운이 걸린 이 마당에 허접한 저질정치의 진수를 보여주는 그들 앞에서 국민의 한 사람인 필자조차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판문점 선언 수용거부라는 기자회견으로 끝까지 몽니를 부리다 자당인 자한당 안팎의 비판과 여론의 뭇매에 항복의 제스처를 취하는가 싶더니 또다시 연일 비난의 날을 세우는 반전 준표의 카멜레온 적 행태와 화석적 사고 역시 청산해야 할 구시대적 정치 유물이요, 적폐다. 판문점선언의 합의이행 보장이라는 신뢰적 측면에서 국회 비준 역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런데도 이조차 부결의사를 내비치는 그들의 심보를 보자면 나라를 팔아먹고 민족을 말살하려는 매국노와 다름없는 망국적 처사다.  
 아직 늦지 않았다. 홍준표와 자한당은 지금부터라도 국가와 민족을 위한 대의정치, 내일을 내다보는 안목과 식견으로 통 큰 정치에 동참하기를 충심으로 진언한다. 나라를 통째로 말아먹은 그들에게 통 큰 정치를 바라는 자체가 무리일 수 있으나 다만 정치다운 최소한의 정치만이라도 기대한다. 이것이 바로 보수를 자처하는 자한당의 유일한 생존방법임을 거듭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치다운 정치, 통 큰 정치로 살아남을 것인지, 이처럼 추한 몰골로 객사할 것인지는 오직 홍준표와 자한당의 몫이다.
 북미회담의 전초전 성격을 띤 이번 판문점회담의 합의와 순조로운 이행은 북미회담 성공의 예고편이다. 물론 지금은 절반의 성공이다. 완전한 성공을 위한 후속조치들은 꼼꼼하고도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하며 지나친 낙관 또한 금물이다.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여유 있게 담대한 행보를 지속해야 한다. 어쩌면 차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략자산이나 미군주둔문제 등에 대한 대처와 해법도 목전에 닥친 절실한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역사적인 4·27 판문점회담에서 기쁨과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노벨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타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는 감동적이고 믿음직한 대통령과 현 정권에 열렬한 성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아니 국민들은 모두 우리민족의 화해와 평화의 전위대가 될 것을 자처했다. 이제 대통령과 현 정권은 그 어떤 시련과 고난이 닥쳐도 묵묵히 국민만을 바라보고 손 꼭 잡고 함께 가면 된다.
 한민족의 자긍심을 대내외에 선양한 이번 판문점회담은 민족적 쾌거다. 잔인한 달 4월을 희망의 역설로 환치시킨 2018년 판문점의 봄은 이제 분단의 상징이 아닌 평화와 번영의 분화구다.    
 위대한 새 역사의 시작은 바로 지금부터다. 8천만의 한과 눈물로 범벅이 된 분단의 벽을 허물고 부산과 목포에서 열차를 타고 백두산 관광을, 신의주와 청진을 오갈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최광림(칼럼·논설위원) / <ckl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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