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운 칼럼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전국의 거리가 한산하고 문을 닫는 가게가 늘어가고 있다.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의 분위기이다. 군인들의 훈련조차 멈춘 전선은 아이러니하게도 휴전 이래 가장 평화로운 상태이다. 그래서인지, 확진자 하나 없는 청정지역 정읍에 봄은 왔어도 봄을 즐길 수 없는 이 봄이 슬프다. 우선 코로나19 확산방지에 애쓰는 시민들과 시 공무원 모두에게 응원과 함께 감사인사를 보내고 싶다. 

  이런 와중에 정읍의 거리는 공사하느라 분주하다. 정읍시는 상동사거리에서 공감플러스까지 양쪽 거리에 멀쩡한 보도블럭를 교체 중에 있다. 공사시기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원하지도 않는 사업을 하기에 문제점을 얘기하는 것이다. 집에서 가전제품이 오래 되었다고 멀쩡한 제품을 바로 버리고서 새 제품으로 사는 가정이 몇이나 될까? 집에서 가전제품이 고장 나면 바로 버리고서 새 제품을 사는 가정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은 가정형편을 고려하여 고쳐서 사용할 것이다. 아직도 다니는데 옹삭하지도 않은 멀쩡한 보도블럭을 아예 갈아엎으며 교체할 이유가 있을까?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일까? 내 돈이 아니라고 예산을 마구 집행하는 일은 아닐까? 올해 정읍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도 아닌데 거리조성을 이리 무리하게 해도 되는 것인가 묻고 싶다. 이 상동거리는 작년부터 상동사거리에서 공감플러스까지 양쪽 거리에 멀쩡한 화단을 뽑아버리고 어린 맥문동으로 교체하였다. 지나가는 시민들 다수가 이 사업의 필요성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 후, 거리마다 맥문동 꽃 화단은 담배꽁초와 쓰레기로 몸살을 앓아왔다. 화단과 보도블럭의 경계가 없어 몰상식한 일부 시민들은 맥문동 꽃을 밟고 다녔다. 이제는 보도블럭을 교체하면서 맥문동 화단이 다 파지고 맥문동 꽃들은 거리를 자동차처럼 나뒹굴고 있다. 공사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화단을 조성할 것은 당연지사다. 누가 보아도 1년 전 화단조성 예산은 낭비예산이 되고 말 것이다. 설령, 다시 맥문동 꽃으로 조성한다 하여도 낭비예산이다, 파헤쳐져 말라비틀어진 꽃을 보수한다 해도 비용이 들기도 마찬가지다. 말도 못하는 연약한 꽃들이 무슨 죄가 있나싶다. 공사의 계획성이 없다보니, 거리는 끄떡하면 파헤쳐지고 새 거리는 누더기처럼 된 적이 어제 오늘의 얘기도 아니다. 아무리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하여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에 더욱 화가 난다. 

 ‘코로나19로 힘들게 사는 이 시기에 해도 너무하지 않는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마저 이런 일로 더불어 욕을 듣게 만드는 이런 사업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깨끗한 새 거리의 조성이 누구 눈에나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집에서 헌 가전제품을 새 제품으로 사면 다들 기분이 좋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기분이 좋아지는 데에는 돈을 써야한다는 부담을 안고 가는 법이다. 자족도도 부족한 시에서 불필요한 사업, 시행한 지 1년도 안된 화단을 뒤집는 사업을 하는 것은 남의 돈으로 잔치를 벌이는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하다. 정부에서 주는 예산이라고 다 소진해야한다는 그런 구시대적 논리도 이제는 듣고 싶지 않다. 이런 예산집행을 견제하는 시의원들은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도 묻고 싶다. 제발 분수에 맞는 예산집행을 하는 올바른 시정철학이 필요한 정읍시, 정읍시의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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