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

 체면을 차리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염치이고, 자기의 신분이나 처지에 알맞게 행동하는 것이 분수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분수에 맞지 않게 염치없이 행동하는 것을 얌체라고 하는 것 역시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병원이나 식당, 관공서에 가면 너부러져 있는 신문뭉치를 보게 된다. 신문의 종류도 다양하다. 보지 않는 신문들을 저리도 많이 발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신문사에 물어 보고 싶어진다. 신문이 생활광고지와 같이 취급받기를 스스로 원하는 신문사가 아니고서야 저리 하고 싶을까? 지방마다 인구수, 유료독자수에 비해 신문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신문들이 많은 것을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신문이 제 각각의 이념이나 철학이 있거나 정치, 문화, 경제, 사회 등에서 특색이 있어 차별화 되는 신문이 고루고루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 지역의 신문들만 보아도 그 내용들이 대동소이하다. 유료부수는 없으면서 발행부수를 늘려 길거리에 쏟아내는 모습은 지방언론의 민낯이다. 
 유료부수가 한 부도 없는 신문들이 연명하는 데에는 기업광고 외에 지방자치단체와 관공서 등의 구독과 광고의 도움이 한몫을 하고 있다. 구독료와 광고료를 지자체가 혈세로 부담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지자체나 관공서가 시민들에게 홍보성 광고를 신문에 게재하는 것을 탓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유료부수도 없는 신문이나 유료부수가 많은 신문이나 동등하게 광고료를 준다면 너나나나 없이 신문을 만들 것이고 그때마다 광고를 모두에게 줄 것인가? 유료부수가 많음에도 유료부수가 적은 신문과 똑같이 광고를 받는 신문은 겸손한 신문이고, 유료부수가 적음에도 유료부수가 많은 신문과 똑같이 광고를 받는 신문은 염치없는 신문이라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자체나 관공서가 광고를 맡길 때에는 합리적인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는 쪽은 분수에 맞게 주어야 하고, 받는 쪽은 염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 ABC협회 인증위원회는 해마다 전국의 신문에 대한 발행부수와 유료부수 인증결과에 대한 수치를 발표한다. 이것을 토대로 광고료를 책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고 혈세를 절약하는 방법이다. 그저 신문이면 다 같은 신문이라고 똑같이 광고료를 책정한다면, 시민들은 지자체나 관공서가 간접적으로 우호적인 기사를 청탁하는 방법이라고 의심하게 된다.
 모바일과 디지털 세상인 요즘, 독자들은 쉽게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다. 속속 신문 구독을 취소하는 시대이다. 독자층인 노인들의 사망으로 독자층은 줄어들고, 젊은 세대들은 신문에서 눈을 뗀지 오래다. 이제 언론은 신문이 존속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 정치권에 대하여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시민단체에 대하여 고언을 마다하지 않은 언론이 이제는 거꾸로 쓴 소리와 고언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기사의 내용이나 보도가 시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알찬 신문을 만들어 가야한다. 예전 방식의 획일적인 신문을 과감히 탈피하여 유익한 기사가 독자에게 가치 있는 기사가 되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유료신문을 보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하여 우선 신문부터 염치와 분수를 아는 신문을 만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소식지나 생활정보지 성향의 기사에서 탈피하여 품격 있는 신문, 가치 있는 신문, 유익한 신문이 되면 유료부수도 증가할 것이다. 유료부수를 많이 확보하려는 노력이 좋은 신문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지자체나 관공서도 합리적인 광고료를 지급해야 한다. 지자체나 관공서의 합리적인 방안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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